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한화-대우조선 기업결합 건 심사와 관련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유럽연합(EU) 일본 베트남 중국 싱가포르 영국 튀르키예 등 7개 해외 경쟁당국은 이미 양사의 결합을 승인했다.
공정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컨버전스 등 5개 사업자가 대우조선해양의 주식 49.3%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승인했다.
한화는 조건부 승인에 따른 경영상 제약에도 실적이 악화돼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와 기간산업 육성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당국의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
한화그룹은 5월 대우조선해양 유상증자 참여, 주주총회를 통한 이사 선임 절차 등을 거쳐 신속히 인수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과정이 끝나면 대우조선해양은 2001년 워크아웃 이후 22년 만에 경영정상화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5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 자회사 두 곳 등 한화그룹 5개사는 2조원 규모의 대우조선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이를 통해 대우조선 지분 49.3%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한화는 그룹의 핵심역량과 대우조선이 보유한 글로벌 수준의 설계·생산 능력을 결합해 대우조선의 조기 경영정상화는 물론 지속가능한 해양 에너지 생태계를 개척하는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또한, 단순한 이익창출을 넘어 일자리 창출, K-방산 수출 확대 등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일조할 계획이다. 특히, 조선업의 장기간 업황 부진으로 침체된 거제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 발전에도 큰 활력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방산부문 시정조치로 인한 경영상의 제약에도 대우조선 인수 결정에는 대승적 결단이 필요했다는 게 한화 측의 설명이다.
한화는 경영정상화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사업보국 차원에서 국가 기간산업 재건과 K-방산의 글로벌 공략을 위해 경영실적 리스크와 당국의 시정조치를 감수하면서까지 대우조선 인수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대우조선 경영 상황은 작년 9월 인수 MOU 체결 후에도 계속 악화돼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수혈이 긴급한 상황이다. 최근 2년간 적자규모는 3조4000억원에 달하고, 부채비율은 1600%에 이르고 있다.
공격적인 수주전 또한 펼치지 못하고 있다. 조선업 사이클 상승기임에도 수주 실적은 전년 1분기 42억달러에서 올해 8억달러로 급감했다. 경쟁사 대비 초라한 성적표다.
핵심 인력 유출 및 인력난도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한 해 160명이 넘는 직원들이 경쟁 회사로 옮겼다. 특히, 실무 업무의 주축인 대리 및 과장급과 특수선 설계 인력의 유출이 문제다. 10년 전 1만3000명에 이르렀던 대우조선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8300명으로 5000명가량 감소했다.
한화는 대우조선 인수를 계기로 기존 우주, 지상 방산에 더해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명실상부한 글로벌 방산기업으로의 성장 토대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에 대한 이슈로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이 빨라지는 시점에서 대우조선의 조선, 해양 기술을 통해 '글로벌 그린에너지 메이저' 위치를 확고히 할 계획이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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