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09:05

‘홍해사태 웬말’ 中 컨선사 듀오 홍해·러시아 취항…부산서비스 개시

스타오션라인과 대리점 계약…연내 한국 직기항 목표


최근 잇따른 분쟁으로 아시아-유럽 간 무역의 혈맥인 홍해가 마비되고 러시아 뱃길이 끊긴 가운데 중국 컨테이너선사가 이들 지역을 취항해 해운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오리엔트스타로직스의 국제해운대리점 자회사인 스타오션라인(SOL)은 최근 중국 선사 2곳과 한국 총대리점 계약을 체결했다. 주인공은 세이프트랜스라인(Safetrans Line)과 시레전드쉬핑(Sea Legend Shipping)이다. 이들 선사는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세계 13위 물류회사인 월드와이드로지스틱스(環世物流)의 자회사로, 2022년과 지난해 각각 설립됐다.

신생 해운사임에도 중국 최대 규모의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와 중국 대표 국영선사인 코스코가 투자할 만큼 재정 건전성을 확보했다. 유통·해운·물류 분야에서 중국의 대표 기업들이 모두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대표기업들 투자자로 참여

두 선사의 특징이라면 최근 분쟁으로 해운 서비스가 어려워진 지역을 직기항한다는 점이다. 지난 2022년 3월 홍콩에서 설립된 세이프트랜스는 중국과 튀르키예 이스탄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운항하는 컨테이너선 항로를 선보였다.

러-우 전쟁 이후 러시아 노선이 끊기면서 북방 국가와 교역하는 화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이 선사의 독자적인 행보는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4000TEU급 선박이 칭다오-상하이-닝보-포트클랑-제다-이스탄불-상트페테르부르크를 매주 순회한다. 이스탄불을 환적 거점으로 러시아 노보로시스크까지 연결하는 노선이다. 운항 기간은 상하이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42일, 노보로시스크까지 59일이 걸린다.

세이프트랜스라인의 보유 선단은 1700~49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으로, 전체 선복량은 1만7200TEU 정도다. 자사 컨테이너박스 6만TEU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중국 칭다오에서 출범한 시레전드쉬핑은 올해 들어 중국과 홍해 지역인 지부티 사우디아라비아, 지중해 튀르키예를 매주 직항 연결하는 컨테이너선 항로를 개시했다. 전체 기항지는 칭다오-상하이-닝보-난사-포트클랑-지부티-제다-아인수크나-이스탄불 순이다.

상하이를 기점으로 한 운송 기간은 지부티 22일, 사우디 제다 25일, 이집트 아인수크나 28일, 이스탄불 35일이다. 제다에서 환적해 요르단 아카바, 이집트 포트사이드와 게브제, 예멘의 호데이다 아덴까지 해운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레전드쉬핑은 1800~48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 3만2600TEU의 자사 선단을 운항하고 있다. 이 선사 역시 컨테이너박스 6만TEU를 운용한다. 

 


 
두 선사는 친이란계 예멘 후티 반군의 민간 선박 공격으로 지난해 말부터 물류 마비 사태에 빠진 홍해를 통과해 지중해와 러시아 지역을 잇는 해운 서비스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했다.

중국 해군의 철통 경호를 받으며 홍해를 가로지르는 까닭에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노선에 비해 한 달가량 운송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자체적으로 무장 경비를 승선시키고 뱃전에 칼날이 박힌 철조망을 설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주간 정요일서비스에 주요 화주 관심 고조

중국 선사들은 스타오션라인과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고 4월부터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아직은 상하이에서 환적하는 방식으로 국내 화물을 수송하고 있지만 수요가 늘어날 경우 부산 직항 서비스를 출범한다는 구상이다. 한국 대표엔 남성해운에서 중국 주재원으로 일했던 고봉훈씨가 취임했다. 이로써 스타오션라인은 싱가포르 유니피더라인 등을 포함해 총 7개 선사의 대리점 계약을 유치했다. 

스타오션라인 엄태만 사장은 국내 주력 수출 품목인 합성수지(레진)와 가전 타이어 자동차 등을 취급하는 화주로부터 선적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러시아 제재와 홍해 사태로 이 지역을 들어가는 해상물류가 사실상 단절된 상태다. 대체 루트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비록 환적이긴 하지만 새로운 바닷길이 생겼다는 건 화주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글로벌 선사들이 희망봉으로 돌아가면 홍해나 지중해까지 60일 정도 걸리는데 중국 선사는 예멘 반군의 공격을 안 받는 데다 중국 군함의 호위까지 받으며 홍해를 통과하기 때문에 35일 안팎이면 운송이 가능하다. 홍해 사태 등으로 화주들이 비싼 철도 등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홍해 서비스가 대안을 제시할 거라 기대한다.”

이 회사 유영종 회장은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하반기 정도엔 중국 선사들이 부산 직항 서비스를 개설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세이프트랜스라인과 시레전드쉬핑은 운송 기간이 짧은 데다 운임도 글로벌 선사들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투자한 주주들도 중국 굴지의 기업들이라 자신 있게 국내 화주들에게 해운 서비스를 내놓게 됐다”며 “연내에 한국 직기항 서비스를 유치한다는 목표로 영업을 활발히 벌여 나갈 계획”이라고 신항로의 장점을 강조했다.

세이프트랜스라인과 시레전드쉬핑 운항스케줄은 본지 45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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