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분쟁 등 중동 사태가 격화되면 공급망 혼란 등이 가중돼 신흥국들의 경제 성장 전망치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국제금융센터 남경욱 위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 사태가 신흥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 제한적이나, 사태가 심해질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타 지정학적 리스크와 맞물려 올해 성장 전망의 하방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남 위원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신흥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2%로 종전 대비 0.1% 상향 조정했으나, 이는 최근 악화된 중동의 상황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라며 “사태가 악화될 경우 공급망 혼란 가중,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 경상·재정수지 악화, 위험자산 회피심리 강화 등의 경로를 통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홍해발 물류대란이 수개월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와 서방의 이란 추가 제재 등이 현실화할 경우 물류 적체와 수급 불안이 예상된다. 홍해-수에즈 운하 대신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데 드는 비용은 선박당 3000만달러에 육박하며 12~13일이 더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글로벌 해운산업을 통한 운송이 세계 무역의 80~85%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중동 사태로 인한 추가 공급망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 컨테이너 선사들의 정시운항률은 1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덴마크 해운조사기관인 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1월 전 세계 34개 항로를 대상으로 조사한 컨테이너선사들의 평균 정시 운항률은 전월 56.8%에서 5.2%포인트(p) 떨어진 51.6%로 집계됐다. 조사에 참여한 선사 13곳 중 절반 이상이 정해진 스케줄 비율 50%에 도달하지 못한 걸로 알려졌다.
또 공급망 혼란 가중에 따른 무역 위축 및 수입물가 상승, 통화가치 절하로 인한 외화부채 상환 부담 증대 등이 경상·재정수지 악화로 이어진다. 미국과 유럽 등 국제 사회의 대이란 신규 제재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원유 등 이란 주요 수출품의 판로가 막히면서 공급 제약을 가져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남 위원은 글로벌 리서치 전문 분석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의 이란 제재 강화시 이란의 원유 생산량이 일일 50만배럴 정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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