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4-02 17:48
(영종도=연합뉴스) 고웅석.김지훈 기자 = 인천공항이 순조로운 개항을 맞은데 이어 `첫 주말 고비'까지 무사히 넘기게 되자 인천공항 건설과 개항의 주역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중에서도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사령탑을 7년째 맡고 있는 강동석(62) 사장이 맞게 된 감회는 남달랐다.
그는 "공항이 지금까지 큰 사고없이 순조롭게 운영되는 것은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과 개항전 강도를 높여 실시한 반복 시험운영 등에 힘입은 것"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사장 입장에서 볼때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며 "주변에서 성공적인 개항에 대한 축하인사도 많이 받지만 세세하게 개선해야 할 과제들이 아직도 산적해 있다"고 덧붙였다.
강 사장은 94년 9월 수도권신공항건설공단(공항공사 전신) 이사장에 취임한 이래 공항 건설의 최일선에서 지휘봉을 놓치 않았다.
'공항 건설을 위해 태어난 사나이', '컨테이너 가건물에서 잠자는 사장님' 등 그의 별칭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강 사장은 출퇴근 시간을 아끼기 위해 97년 9월부터 공사현장 한 켠에 7평 짜리 컨테이너 3개를 연결해 임시 숙소를 만들어 숙식을 해결해 왔다.
주민등록도 영종도로 옮겨온지 오래인 강 사장은 '죽으면 화장해서 공항 주변에 뿌려달라'고 말할 정도로 인천공항 건설에 모든 것을 다바쳤다.
강 사장과 함께 컨테이너 가건물에서 수년째 숙식을 해결해 온 공항공사 이상호(44) 개발사업단장은 한숨을 돌리자 마자 벌써 2단계 사업 구상으로 바쁘다.
이 단장은 "공항 주기장과 여객터미널이 피크 시간대에 굉장히 붐비고 있다"며 "2단계 사업이 IMF 한파로 인해 4년 정도 늦춰졌기 때문에 그 만큼 발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 `국립토목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 단장은 95년 2월 해운항만청에서 공항건설 현장으로 파견나왔다가 석달뒤 한 배를 타게 됐다.
유학 당시 에펠탑 등의 복잡한 구조를 토목학적으로 완벽하게 해석해 프랑스의 르몽드지에도 소개됐던 이 단장이 건설현장에 뛰어들면서 가장 먼저 착수한 것은 공항 전체의 마스터플랜을 수정 보완하는 작업이었다.
말이 수정 보완이지 그는 잘못된 공항 배치계획을 새로 짜는 한편 설계와 공정, 품질, 안전 등 전반적인 사업관리를 맡아왔다.
이 단장은 "94년 11월 늦둥이를 봤는데 그 놈이 벌써 초등학교에 들어갔다"며 "집에 간 날보다 못 간날이 훨씬 많아 막내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강 사장의 오른편에 이 단장이 있다면 왼편에는 99년 7월 한국전력기술㈜에서 공항공사에 뒤늦게 합류한 박대원(53.이사대우) 시험운영팀장이 있다.
순조로운 개항을 맞게 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는 "그동안 집에도 못들어가고 시험운영에 전념해 온 팀원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전 직장에서 원자력발전소 종합설계용역 프로젝트 매니저를 담당했던 박 팀장은 공항공사로 옮겨온뒤 개항을 위한 공항 시운전총괄팀장 자리를 맡았다.
공항 개항에 앞서 종합시운전 계획을 짠뒤, 작년 3월부터는 부분적으로 시작된 시험운영을 진두지휘했으며, 개항을 수개월 앞두고서는 개항 준비를 위한 별동대인 태스크포스(Task Force)팀을 관장했다.
이 때문에 그는 공항공사로 옮겨온 이후 밤12시 이전에 귀가한 날이 거의 없으며, 개항을 한두달 앞두고서는 아예 숙식을 영종도에서 해결해왔다.
개항 초기 인천공항을 준자동화(Fall Back)체제로 운영키로 한 결정에 중요한 몫을 한 사람도 박 팀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항을 일주일 앞둔 22일 열린 개항식에서 석탑산업훈장을 받은 이복일(49) 기술운영본부 항행팀장은 시정거리 200m에서도 항공기 착륙이 가능한 계기착륙시설과 관제통신시설 등 첨단시설을 갖추는데 혼신을 쏟았다.
94년 8월 공항공사에 입사한 그는 6년간 관리자 숙소에 머물며 한달에 한번꼴로 집에 돌아갈 만큼 일에 몰두하다가 작년 11월 갑자기 쓰러져 악성 위종양 판정을 받았다.
당시에도 이를 숨긴채 근무를 계속하다가 결국 지난 2월부터는 병석에 눕게 됐지만 개항이 성공적으로 이뤄지자 훈장 수상보다 더 큰 기쁨을 얻었다.
인천공항 착공전인 지난 92년 초부터 공항 건설현장에 합류해 공항의 핵심시설인 여객터미널 청사의 설계와 발주, 시공 및 마무리까지를 완성시킨 유병화(42) 건축2팀장은 "가족들에게 밀린 신세를 갚기 위해 휴가를 가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지난 22일 열린 개항식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으로부터 석탑산업훈장을 받을 만큼 인천공항 건설에 있어 없어서는 안될 공로자중의 한 사람이다.
유 팀장은 "그동안 컨테이너숙소에서 숙식을 해결하느라 아빠 얼굴 잊어버리겠다며 투정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우리 아빠 훈장받았다'고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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