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08 09:05

“상급해기사 육성이 해기전승 정책 중심 토대”

인터뷰/ 한국해기사협회 이권희 회장
육상 같은 근무환경 조성으로 선원직 매력 제고 긴요


“상급(시니어) 사관을 육성하는 데 해기 전승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상급 선원은 전 세계적으로 모자라서 외국인 구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초급(주니어) 사관은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

이권희 한국해기사협회 회장은 향후 우리나라의 해기 전승 정책이 1급 이상의 상급 사관 육성에 중심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기자단과 만나 자신의 해기사 육성 철학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그가 상급 해기사 육성을 부르짖는 이유는 간단하다. 초급 해기사는 공급이 넘치는 데다 임금이 싼 외국에서 데려올 수 있지만 선기관장 등의 상급 해기사는 부족난이 심해 외국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우리나라에서) 초급 해기사는 연간 1300명 정도 배출되기 때문에 현재도 모자라지 않다. 코로나 이전까지 양대 해양대의 평균 취업률이 8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외국인이 못 들어와서 고용률이 높지만 코로나 끝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거다.

반면 상급 해기사는 상황이 다르다. 초중급 해기사의 이탈이 늘어나고 있어 10년 후 한국인 1급 해기사 숫자는 현재의 60% 정도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안보 차원에서 자국 선박에 외국인 선장을 태우는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는 선박의 기술적인 부분을 고려해 기관장까지 한국인을 태운다. 우리나라는 10년 후 지배선대를 50% 이상 늘리려고 한다. 현재도 (상급 해기사) 공급이 부족한데 선박을 50% 더 늘리면 사실상 수급이 불가능해진다.”

내외국인 상급 선원 임금 격차 10% 안팎

세계적으로 상급 사관 부족난이 발생하면서 한국인과 외국인 간 임금 격차도 크게 줄어들었다. 해기사협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선기관장 임금 수준은 필리핀인의 124%, 인도인의 99% 수준이다. 인도인 선장보다 한국인 선장 임금이 싸다. 반면 초급 해기사 임금은 여전히 한국인이 월등히 높다. 한국인 3급 해기사의 임금 수준은 필리핀인보다 60%, 미얀마나 인도인에 비해 2배가량 높다. 한국인 선원 기준으로 보면 경력이 쌓일수록 인상률이 크게 둔화되는 하후상박(下厚上薄)형 임금 체계인 셈이다.

“예전 시니어 해기사 임금 수준은 우리나라가 100, 필리핀이 70, 미얀마가 60, 인도가 80 정도였는데, 지금은 벌크선을 빼고 국적 관계 없이 ±10% 정도밖에 차이 안 난다. 오히려 영어가 된다는 이유로 인도인이 한국인보다 더 받는 상황이다. 반면 초급 사관은 우리나라가 100이라면 필리핀인은 60, 미얀마인은 반 정도밖에 못 받는다. 선주들은 초급은 외국인을 쓰고 상급 해기사는 한국인을 쓰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불가능하다. 한국인 초급 해기사가 없는데 상급 해기사가 나오겠나.”

그는 스마트선박이 나오면 상급 사관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어떤 사람들은 스마트선박 시대가 되면 해기사가 필요하지 않을 거라고 하는데 30년 안엔 완전 무인 선박은 나오지 않는다. 전기기기는 고장날 걱정이 없지만 선박처럼 디젤이나 벙커유를 쓰는 엔진은 굉장히 복잡하다. 휘발유를 쓰는 엔진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벙커유 온도를 올려야 하고 찌꺼기를 청소해줘야 한다. 스마트선박 시대가 되면 해기사 수요가 어떻게 될지 연구용역을 했는데 물동량이 계속 늘어나 해기사 숫자도 증가율 기울기만 줄어들 뿐 계속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선박이 자동화하면 초급 해기사보다 상급 해기사를 태워야 한다.”

이 같은 문제 인식을 토대로 해기사협회가 주도해 지난 4월 미래 해기인력 육성 협의회를 발족했다. 협의회엔 한국해양대학교 목포해양대학교 등의 5개 교육기관과 해운협회 해운조합 등 3개 선주단체,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등 4개 선원단체 등 총 12개 기관이 참여했다. 

“지난해부터 선주 노조 학교 등을 찾아다니면서 상급 사관 육성에 같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설득했다. 고용을 하는 선주나 노조 학교 등에서 이 상황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작 했어야 했는데 코로나란 특수한 상황이 오면서 문제가 묻혀버렸다. 지금 골든타임의 중간에 와 있다. 앞으로 5년 안에 손을 쓰지 않으면 10년 후에 굉장히 큰 어려움에 직면할 거다. 지금까지 정부는 정부대로, 선주는 선주대로, 학교는 학교대로 해기 전승 문제 해결에 힘써 왔다. 기관이 각각 대응하다보니 중복되거나 효과가 검증되지 않는 일에 인력과 돈이 많이 들어갔다. 국가 경쟁력만 떨어뜨린 꼴이다. 관련 단체와 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대책을 찾아야 한다.”

향후 5년이 해기전승 골든타임

이 회장은 해기 전승 정책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상설 사무국을 미래 해기인력 육성 협의회 산하로 8월 설치할 계획이다. 사무국에서 해기사 고용을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선원직의 매력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한다는 구상이다.

“일본은 해운은 세계 1~2위지만 해기사와 해운 부대산업이 모두 무너졌다. 현재 일본인 원양상선 해기사는 2000명 정도에 불과하다. 10년 전부터 원양을 포기하고 전문학교를 세워서 연안해운 중심으로 해기사를 키우고 있다. 반면 인도를 봐라. 인도에 선박이 있나? 해운기업이 있나? 하지만 인력은 최고다. 모든 해운 부대산업에 다 진출해 있다. 유럽회사에서 일하는 인력 대부분이 인도인이다.” 

상급 선원을 육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회장은 해운부대업을 키우고 육상과 비슷한 근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운업만 키우지 말고 해운부대사업을 같이 키워서 해운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 해운부대업이 발달한 영국은 해기사가 진출해 있는 분야가 굉장히 넓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요즘 LNG선이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많이 짓는데 2000억짜리 배에서 나오는 선원 일자리는 20명 정도밖에 안 된다. 요즘은 외국인을 쓰다 보니 이보다 훨씬 적다. 반면 해운부대업은 선용품 해상보험 선박금융 선박중개 수리조선업 등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굉장히 많다. 또 선원 임금만 높아선 안 된다. 육상과 비슷한 근무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휴가를 2~3개월 주고 휴가 기간동안 (선원 외) 겸업을 못하게 하는 규제도 풀어야 한다. 상급 선원에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만 30살 정도에 1급 면허를 딸 수 있게 해야 한다. 육상으로 이직하더라도 해운 경력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정부나 단체 예산 책정이 마무리되는 11월 전에 해기 전승 정책 로드맵을 완성할 계획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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