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선 운임이 올해 하반기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 내년부터 급격한 공급 증가로 하락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컨테이너선 시장 동향 및 전망’ 보고서에서 “컨테이너선은 올 한 해반기 체선 등의 선박 운항 비효율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고운임 기조를 유지하다 2023년과 2024년엔 신조선이 대량 인도되면서 하락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공급 3~4%↑ vs 수요 1% 미만↑
공사는 보고서에서 올해 선대 증가율이 3.4%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조선 인도량은 100만TEU를 웃돌고 해체량은 3만TEU에도 못 미칠 거란 예상이다. 지난 한 해 16척 1만2000TEU를 기록했던 컨테이너선 해체 실적은 올해 상반기엔 한 척도 올리지 못했다. 영국 해운조사기관인 MSI는 해양진흥공사보다 올해 선대공급 증가율을 높게 봤다.
MSI는 신조선 106만TEU가 인도되고 노후선 3만TEU가 해체되면서 전체 운항선대는 지난해 2470만TEU에서 올해 2580만TEU로 4.2%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은 팬데믹 이후 심각한 체선난에 시달리고 있는 미주 노선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전체 선대 중 미주노선 선복량 비중은 2020년 1월 15.3%에서 올해 4월 22.6%로 7.3%포인트(p) 확대됐다. 반면 유럽노선 비중은 19.8%에서 21.5%에서 1.7%p 늘어나는 데 그쳤고 아시아역내노선 비중은 13.1% 11.0%로 2.1%p 감소했다.
해양진흥공사는 지난해 6.3%였던 물동량 증가율은 올해 들어 공급 증가율을 한참 밑도는 0.7%에 그칠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과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의 긴축 정책,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동서 기간항로에서 뚜렷한 감소세를 띨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미주노선에서 1.3% 감소한 2350만TEU, 유럽노선에서 3.4% 감소한 1650TEU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아시아역내노선 물동량은 6570만TEU를 기록, 증가율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3.4%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항로별 물동량은 미주노선에서 17.8%, 유럽노선에서 8%, 아시아역내노선에서 7.1% 증가했다.
보고서는 선사들이 임시결항 등의 공급량 조절로 대응하더라도 미국 소매재고 증가, 신규 주문 둔화 등 수요 부진 신호가 나타나고 있어 올해 하반기엔 물량 감소 압력이 커질 것으로 지적했다. MSI는 수요 측면에선 공사보다 보수적인 전망치를 내놨다. MSI는 올해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이 0.3% 늘어난 2억1650만TEU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체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미 동안 지역의 체선이 급격히 늘어난 건 눈여겨 볼 대목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70만TEU 아래였던 미 동부항만 체선량은 6월 들어 120만대까지 치솟았다. 선사들이 미 서부 항만노조의 파업에 대비해 선박을 동안으로 일제히 전환 배치한 게 영향을 미쳤다. 반면 미국 서부항만의 체선 규모는 6월 현재 50만TEU 선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100만TEU를 웃돌다 반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다만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30만TEU에 비해선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코로나 이전 200만TEU대를 밑돌던 중국 항만 체선 규모는 올해 250만TEU를 넘어섰다. 올해 전 세계 컨테이너선 체선은 930만TEU로, 코로나 사태 이전에 비해 200만TEU 늘어났다. 전체 선대에서 차지하는 체선 비중은 36%로, 5%p 확대됐다.
운임은 고점에 비해 하락하는 추세지만 코로나 사태 이전에 비해선 몇 곱절로 올랐다. 7월8일 현재 상하이해운지수(SCFI)는 4144로, 사상 최고치였던 올해 초 5110에 비해 19%가량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SCFI 평균은 4504로, 지난해 하반기 평균 4498에 비해 소폭 상승했고 팬데믹 이전인 2009~2019년 평균 959에 비해선 3.7배 급등했다.
현존선대의 28% 신조 발주
보고서는 내년과 내후년은 공급 증가 압력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6월 말 현재 전세계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700만TEU로, 2010년 이후 최고치다. 현존 선대(2512만TEU) 대비 비중은 27.9%로, 2012년 말(28.5%) 이래 가장 높다. 신조선은 2023년과 2024년 사이에 집중 인도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현존선대의 10% 수준인 245만TEU, 내년에 11% 수준인 275만TEU가 인도될 거란 관측이다.
특히 발주된 선박의 65%(456만TEU)가 1만2000TEU급 이상 대형선이란 점에 미뤄 원양항로의 급격한 공급 증대가 예상된다. 신조선 공급 폭격에다 공급망 대란 해소까지 겹치면서 실질 공급 증가는 두 자릿수를 넘어설 전망이다. 영국 드류리는 선대 운항 효율을 반영한 실질공급증가율이 2023년 18%, 2024년 15%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수요공급뿐 아니라 체선, 주요 선사와 얼라이언스의 공급조절 능력 등도 운임 시장의 변수로 고려해야 한다”며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배출 규제 도입에 따른 노후선 해체도 공급 측면의 변수”라며 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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