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한 지 1년4개월째를 맞은 한기준 해양환경공단 이사장은 대형 다목적 방제선 도입을 계기로 공단의 방제사업이 큰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공단은 지난 5월26일 부산 영도에 있는 HJ중공업에서 국내 최초로 건조한 5000t급 다목적 대형방제선 <엔담>호를 성공적으로 인도받았다. 신조선은 국내에서 건조한 첫 해양방제선이다.
선박 이름인 엔담은 ‘사방을 둘러쌓은 담’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다. 어떤 해양사고와 재난이 닥치더라도 담벼락처럼 국민을 굳건하고 안전하게 지키겠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국내 해양오염사고에 투입된 방제선은 대부분 500t 미만의 중소형 선박이었다. 크기가 작다보니 외항에서 사고가 나거나 악천후 시 현장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엔담>호는 길이 102m, 폭 20.6m로 규모만 기존 방제선의 10배에 달한다. 바다에 유출된 기름을 15m에 달하는 스위핑 암으로 신속하게 회수할 수 있고 파도의 진동을 흡수하는 파고 감쇄 시스템을 장착해 4m의 파고와 초당 10m 안팎의 풍속 같은 악천후나 먼 바다에서도 방제작업이 가능하다.
이 밖에 대형 해양부유물 수거와 준설작업, 화재선박 진화, 비상 예인 기능 등 복합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공단은 이를 계기로 현재 1만5000㎘인 해상방제능력을 2030년까지 2만250㎘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7월20일 여수에서 5000t급 해양방제선이 취항식을 연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대형 기름오염사고가 여러 차례 일어나지 않았나. 1995년 여수 앞바다에서 <씨프린스>호 사고가 일어난 것을 계기로 해양환경공단의 전신인 해양오염방제조합이 설립됐다.
2007년 12월엔 태안 앞바다에서 사상 최악의 해양 재난인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가 났다. 이 사고가 나고 한 달 후 해양환경공단이 출범했다. 대형 다목적 방제선이 투입되면 해양오염사고가 나더라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 이사장은 <엔담>호를 평시엔 준설사업에 투입해 연간 56억원에 이르는 선박 운영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은 지난해 11월 <엔담>호를 준설사업에 투입할 수 있도록 허용한 해양환경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엔 해외에서 임대하고 있는 호퍼 준설선 기능을 <엔담>호에 장착해 준설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국부 유출을 방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호퍼 준설선은 선박 내에 토창(土創·hopper)을 설치해 해저에서 빨아들인 모래를 보관했다가 사토장으로 이동해 배출하는 준설선을 일컫는다.
“신조 방제선은 크기가 큰 만큼 기능도 다양하다. 예인 기능도 있고 준설하는 기능도 있다. 쓰레기 수거도 할 수 있다. 이 같은 기능을 활용해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려고 한다.”
▲키즈마린파크에서 어린이들이 보트 승선을 체험하고 있다. |
해양보존사업 점유율 확대
한 이사장은 공단에서 해양보존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도 전했다. 공단은 올 한 해 갯벌생태계 복원과 해양보호구역 관리, 해양생태계 건강성 회복 등에 매진할 방침이다.
특히 갯벌 복원을 위한 해양보호구역 5곳을 지정했다. 순천 서산 신안 등을 재지정하고 보령과 서천을 대상에 새롭게 포함했다. 아울러 신안 서귀포 서산 태안 갯벌에 염생(鹽生) 식물 군락지를 조성해 탄소 흡수 능력을 증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갯끈풀이나 해파리 같은 유해생물 제거사업도 벌인다. 갯끈풀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100대 악성 생태계 위해 외래식물이다. 강한 생존력과 빠른 확산세로 토종 염생 식물의 서식지를 훼손하고 갯벌의 생물다양성 보존을 저해할 위험성이 크다.
우리나라에선 2008년 강화도 남단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진도 김제 안산 대부도 등 일부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공단은 줄기 제거나 2만7000㎡ 규모의 갯벌을 뒤집는 방식으로 갯벌끈 확산을 방지할 예정이다.
“이전까지는 방제와 예선업무가 주류를 이뤘는데 지금은 해양보존사업이 굉장히 커졌다. 해양생태나 해양수질 해양폐기물 관리와 해양오염퇴적물 정화, 해양쓰레기 수거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매년 1만t의 쓰레기를 공단이 수거한다.
선박 폐유처리도 중요하다. IMO(국제해사기구)의 마폴협약(해양오염방지협약) 발효로 선박에서 발생하는 폐윤활유나 슬러지 등의 처리가 중요해졌다. 공단은 현재 전국 13개 중소형 항만에 해양 폐유 처리 시설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1만t에 가까운 폐유를 정화해서 바다로 방류했다.”
한 이사장은 지난달 문을 연 키즈마린마크도 소개했다. 공단 사옥 1층에 마련된 키즈마린마크는 아이들에게 바다를 간접 경험할 수 있도록 꾸민 체험장이다. 해양재단에서 연간 1만여명의 어린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바다 체험관은 공단과 현대자동차그룹, 해양재단이 함께 기획하고 참여하는 사회공헌사업이다.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평소 바다를 가까이서 접하기 힘들지 않나. 아이들이 체험관에서 바다의 소중함을 느끼고 해양환경 보존의 중요성을 깨우칠 수 있으면 좋겠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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