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급(KR)이 ‘선급검사수입’ 법인세 면제로 발생한 수익을 R&D(연구개발)와 사회적 책임 활동 등에 재투자한다. KR는 올해 2월 법인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선급검사수입에서 내던 법인세를 면제받게 됐다.
이형철 KR 회장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선급수입사업 법인세를 면제받으려면 법 개정이 필요한데 국회 기획재정부 해양수산부 등을 정말 힘들게 설득했다. 회장 취임부터 추진해온 숙원사업이 이뤄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회장은 법인세 면제로 발생한 수익을 사회적 책임 활동과 R&D 등에 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사회공헌활동 예산을 전년 4억3000억원에서 42% 상향 조정한 6억1000억원으로 정했다. KR는 인재양성을 위한 장학금 지급 등으로 사회공헌활동을 매년 확대하고 있다.
그는 “법인세 면제 효과가 1500억원이면 수십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엔 장학금이나 현금지원 등을 했는데 올해는 법인세 절감 효과가 많이 나서 예산을 상향 조정했다. 사회공헌활동도 많이 하고 직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등록톤수 1억t 달성 의지 다져
이 회장은 2025년 등록톤수 1억t(총톤) 달성을 향한 의지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KR의 등록톤수는 6월 현재 7816만t으로 8000만t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2016년 한진해운 파산 이후 어려움에 부딪혔지만 해외영업 강화에 노력을 기울인 결과, 최근 3년간 1000만t을 늘리는 성과를 일궜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시장 개척이 쉽지 않았음에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을 중심으로 한 입급 확대로 등록선대 경쟁력을 제고했다. 싱가포르 선사 나빅8의 탱크선 8척, 그리스 다나오스의 8000TEU급 컨테이너선 4척, 이스라엘 레이쉬핑의 자동차운반선(PCTC) 2척 등의 선박이 KR에 입급했다. 이 밖에 프랑스 루이스 드레퓌스, 스페인 렙솔 등도 KR에 선박을 맡겼다.
올해 매출액 목표는 1370억원으로 잡았다. KR는 주요 해외 선사를 유치하면서 최근 3년간 1400억~1550억원의 견조한 수입을 유지했다.
이 회장은 “쉬운 목표를 제시하면 저에겐 좋은 일이다. 제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더라도 직원들을 독려하고자 등록톤수 목표를 1억t으로 높게 잡았다. LNG 신조시장 활황에 힘입어 페트로나스 엑슨모빌 등에게서 수주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디지털선급으로 전환하려고 미래 기술력 확보에도 매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KR는 선사 조선사들과 JDP(공동연구개발) 등을 추진하면서 디지털 친환경 기술 적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20년 대우조선해양이 건조 중인 LNG선에 LNG 연료를 공급하는 십투십 선적 작업 첫 실증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조선소 내 십투십 LNG 선적작업이 성공함에 따라 유류비 인건비 등 비효율적인 요소가 제거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왼쪽부터 KR 이영석 사업본부장, 윤부근 검사·협약본부장, 이형철 회장, 김명식 경영기획본부장, 김연태 기술본부장, 김대헌 연구본부장 |
국내 해운조선업계에 도움을 주고자 진행 중인 ESG(친환경·사회공헌·윤리경영) 평가 업무도 이날 언급됐다. KR는 올해 3월 ESG 성과를 평가하는 서스틴베스트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날 협약은 해사업계에 적합하고 고도화된 ESG 평가 서비스를 개발 도입하고자 이뤄졌다.
이 회장은 “HMM 팬오션 등 큰 선사들은 ESG 준비에 큰 문제가 없지만 힘에 부치는 중소선사와 조선사들이 꽤 있다. ESG 평가 업무는 컨설팅과 달리 돈이 되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여력이 되지 않는 중소기업에 도움을 주고자 평가 업무를 맡고 있고 앞으로도 사회적기업으로 책무를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 회장은 취임 이후 늘 강조해온 “고객이 스스로 찾아오는 선급으로 거듭나자”는 구호를 제창하며 최근 그리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선박해양 박람회 중 하나인 포시도니아에서 고객사 부스를 일일이 방문한 일화를 언급했다.
그는 “선급 CEO로 고객을 찾아가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가 고객에게 서비스를 잘하고 최우선가치로 두면 선사와 조선소가 알아서 찾아온다. 매년 시무식을 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한 얘기다. CEO가 사원에까지 녹아들게 하려면 100번을 얘기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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