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6 09:09

시론/ 세계해운의 당면과제와 경영환경의 변화

목포해양대학교 김명재 해사산업대학원장(경영학박사)


오늘날 해운산업은 한층 심화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ICT 융합, 신자유화, 개방화의 패러다임에 편승해 완전경쟁에 노출됨으로써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해운기업들은 비용 절감에 매우 예민해 있으며 최소의 운항비로 최대의 수익을 추구하고는 있지만, 인류 생존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환경문제 등으로 UN을 중심으로 한 선박의 규제가 날로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비용 절감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친환경 스마트 선박운항을 위한 기술 진보도 가속화되고 있어 가까운 장래에 e-내비게이션 글로벌 해상물류시스템 및 자율·무인선박운항 등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메타버스(meta verse) 및 탄소 제로화 정책으로 함축될 수 있는 글로벌 경영환경의 변화에 편승한 세계해운은 다양한 당면과제가 대두되고 그에 따른 경영환경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우선 고부가 친환경 선박에 의한 수송수단으로 이행해가는 과정에서 직면해야 하는 높은 선비(고정비)와 운항비(가변비)의 부담 문제이다. 국제해사기구(IMO)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30년 해운의 탄소집약도를 2008년 대비 40%, 2050년에는 70%까지 감축한다는 목표를 정하고, 지난 6월 개최된 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76차 회의에서 2023년부터 현존선 에너지 효율지수와 탄소집약도 등급제(CII) 시행을 예고했다.

IMO 2023에 따라 현존하는 모든 선박은 선박 제원을 기반으로 계산되는 기존선박에너지효율성지표(EEXI)를 충족함과 동시에 운항 실적에 따라 계산되는 탄소집약도등급(CII)도 매년 감축해야 한다. 이에 따라 선사들은 선박엔진출력제한(저속운항), 에너지 저감장치 탑재, 최적항로운항 및 저탄소 연료사용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아울러 2017년부터 이행이 강제화된 평형수 교환기준에 이어 2024년까지 평형수 배출 성능 기준도 충족해야만 한다. 또한 신개념 선박의 설계기준 강화와 선교시스템, 추진·기관관리 및 전력제어시스템, 화물관리시스템 등에 적용되는 사이버 보안시스템, 북극해 등 극지운항을 위한 안전기준(Polar code) 준수 등에 따른 규제요인들은 선박운항의 제반비용을 증가시키며 경영수익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e-내비게이션과 자율운항시대의 도래이다. e-내비게이션은 ‘선박의 출항부터 입항까지 전 과정의 안전과 보안을 위한 관련 서비스 및 해양환경 보호 증진을 위해 전자적인 방법으로 선박과 육상관련 정보의 수집(collection) 통합(integration) 교환(exchange) 표현(presentation) 분석(analysis)을 융합하고 통일해 수행하는 체계’를 말하며 2005년 영국의 교통부장관인 스티븐(Stephen) 박사에 의해 제안되었다.

e-내비게이션에서 ‘e’는 기존의 전자항해장비를 의미하는 협의의 ‘Electronic’이라기보다는 광의의 ‘Enhancement’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즉 오늘날 일반화된 전자항해장비 및 새로운 첨단 통신수단을 이용해 사람이 수동으로 수행하던 작업들을 디지털로  자동화하고 이를 통하여 항해 안전뿐만 아니라 환경보호, 구난, 보안, 물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양분야의 업무 효율 및 신뢰성을 향상시킨다는 적극적인 의미로 해석돼야 한다.

IMO는 현재 e-내비의 이행을 위한 전략적 비전과 정책을 수립하고 핵심이슈 및 우선순위 식별, 이점과 단점의 식별, 회원국 등의 역할식별, 작업계획의 작성 등을 마무리하고 해상교통관제시스템, 선박선교장비, 무선통신장비 등에 대한 표준화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필자도 지난 2018년 이 회의에 한국대표단으로 참석한 바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국보유 기술을 표준화시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와 같은 장비의 표준화 작업이 완료되면 e-내비 서비스 제공을 위한 관련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의 개발이 급진전 될 것으로 전망된다. e-내비 체계 하에서 선박의 항해는 현재와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으로 바뀔 것이다. 예컨대 현재 입출항시 요구되는 복잡한 절차는 원스톱 쇼핑 형태로 단순화되고, 현재와 같은 선박중심의 항해에서 육상 e-내비 센터가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항해 체계로 바뀔 것이며, 해상정보의 공유와 활용이 무선 인터넷을 통해 보다 광범위하게 이뤄질 것이다. 
 
e-내비가 현장에 구현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잠재적 시장규모는 막대하다. e-내비를 위해 새로이 탑재될 지능형 통합 항법시스템 구축과 육상 모니터링 및 지원 시스템 등 직접시장이 약 50조원, 전자해도, 통신장비, 관련서비스 콘텐츠 등 간접시장규모가 150조원 등 대략 총 200조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 거대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전략수립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항해장비 관련 산업이 선진국들의 일부 업체들에 의해 독점되어 온 점을 미루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자율운항선박(autonomous ship)과 무인선박(crewless ship)의 출현이다. ‘자율운항선박은 자율주행차량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센서 등을 융합하여 지능화·자율화된 시스템을 통해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원 및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IMO의 해사안전위원회에서도 선박의 자율운항 수준에 따라 레벨 1에서 4단계로 구분하고 레벨 1은 자동화된 프로세스 및 의사결정지원 선박, 레벨 2는 선원이 탑승하고 원격제어가 가능한 선박, 레벨 3은 선원이 탑승하지 않고 원격제어가 가능한 선박, 레벨 4는 선박 스스로 의사결정하는 완전자율운항 선박을 의미한다. 

현재 전개되고 있는 자율운항선박의 기술 로드맵을 보면 2021년 현재 노르웨이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특정 기능의 원격 조종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고, 2025년 원격제어 무인 연안 선박, 2030년 원격제어 무인 원양선박 및 2035년 완전자율운항 무인 원양 선박으로 단계별 적용을 구상하고 있다. 자율운항선박은 선원비 감소, 안전성 증가, 보다 많은 화물탑재공간 확보 등의 측면에서 편익이 비용을 초과하기 때문에 기술 성숙도가 확보되고 관련 사회 인프라가 정비된다면 보급이 급진전될 전망이며 2030년 시장규모도 14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율운항선박 시장에서는 선박제어시스템 부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고 정보관리시스템, 전력관리시스템 등 각종 선박제어 시스템이 전체 시장의 80% 이상에 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날로 그 중요성이 더해 가고 있는 환경 문제와 현실과 초가상현실이 공존하며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지는 세상을 맞이하는 글로벌 해운산업에 많은 변화가 도래할 것이며, 이러한 변화에 우리는 선제적인 적응을 위한 지속적인 대응 경영전략 수립이 필요한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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