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해운 시장에 미치는 중국 항만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다만 중국 인근 항만 간 인수합병이 이뤄지면서 상위 25위권 안에 속한 중국 항만의 수는 예전보다 감소했다.
프랑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25대 컨테이너 항만의 전체 물동량은 전년 대비 0.2% 증가한 3억9570만TEU를 기록했다. 그 중 홍콩을 포함한 중국 항만은 지난해 2분기 이후 물동량 회복세에 힘입어 전년보다 2.4% 증가한 총 1억9750만TEU로 집계됐다.
세계 1위 항만인 상하이항은 전년 대비 0.5% 늘어난 4350만TEU를 처리한 것으로 집계됐다. 뒤를 이어 2위 싱가포르항 3687만TEU(-0.9%) 3위 닝보-저우산항 2872만TEU(4.3%) 4위 선전항 2655만TEU(3.0%) 5위 광저우항 2317만TEU(1.5%) 6위 칭다오항 2201만TEU(4.8%) 순이었다.
부산항은 6년 간 유지해 왔던 6위 자리를 칭다오항에 내주며 한 단계 떨어진 7위를 기록했다. 부산항은 전년보다 0.8% 줄어든 2181만TEU를 처리했다. 칭다오항은 북태평양 무역량이 증가하면서 호조세를 보인 반면 부산항은 중국을 제외한 미국(-2.1%) 일본(-9.6%) 등 주요 교역국과의 수출입 물동량이 감소한 게 순위 변동에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톈진항은 홍콩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8위를 차지하게 됐다. 톈진항은 지난해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 역대 최고치를 달성하며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 항만은 6.1% 증가한 1835만TEU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홍콩항의 추락은 이어졌다. 9위 홍콩항은 지난해 1.9% 하락한 1796만TEU를 나타냈다. 상하이 선전 등 인접한 중국 항만의 급격한 성장세가 상대적으로 홍콩항에 불리하게 작용됐다는 분석이다.
북미 서안을 대표하는 로스앤젤레스(LA)·롱비치(LB)항은 10위 자리를 고수했다. 코로나19 여파로 LA·LB항은 작년 상반기 부진했으나, 하반기 물동량 회복세를 띠며 활기를 되찾았다. 특히 LB항은 수출입 물동량, 공 컨테이너 반출 횟수 등이 증가하면서 6.3% 오른 811만TEU를 처리했다. 반면 LA항은 하반기 물량 회복세에도 상반기 부진을 막지 못한 채 전년보다 1.3% 소폭 줄어든 921만TEU를 기록했다.
미국 동부에 위치한 뉴욕·뉴저지항은 지난해 물동량 증가세에 힘입어 3단계 상승한 19위에 안착했다. 이들은 지난해 759만TEU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1.5% 증가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북미항로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며 크게 성장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유럽을 대표하는 글로벌 항만인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벨기에 안트베르펜항은 순위 변동 없이 각각 11위, 13위를 유지한 반면 독일 함부르크항은 한 단계 하락한 18위를 기록했다. 물동량 실적은 희비가 교차했다. 안트베르펜항은 전년 대비 1.4% 증가한 반면 로테르담항과 함부르크항은 각각 3.1% 7.9% 감소했다.
스위스·이탈리아 선사 MSC의 주요 허브 항만으로 애용돼 온 앤트워프항은 작년에만 연간 17만TEU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승승장구했다. 최근 프랑스 르아브르항의 일부 물량이 유입된 게 물량 증가세에 영향을 끼쳤다. 이 항만에서 노동자들의 태업 등 쟁의행위가 발생하면서 항만 처리 작업이 지연돼 물류 차질을 빚었다. 기항 선사들이 기존 물량을 앤트워프항 등 인근 항만으로 대체하면서 반사이익을 누리게 됐다.
말레이시아 탄중펠레파스(8%), 베트남 호찌민(4.9%) 등 동남아시아 몇몇 항만은 물동량 상승세에 힘입어 각각 두 단계씩 오른 16위, 21위를 달성했다. 반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대만 가오슝, 스리랑카 콜롬보, 태국 램차방 등 아시아 지역을 포함한 12개 항만은 물동량 감소세를 나타내며 부진했다.
모로코 탕헤르항, 지중해 최대 항만 등극
모로코 탕헤르항이 상위 25개 항구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내며 그리스 피레에프스항을 제치고 지중해 컨테이너 최대 항만 자리에 등극했다. 탕헤르항은 2018년 48위에서 24위로 크게 약진했다. 탕헤르항은 전년 대비 20% 성장한 577만TEU를 기록했다. 지중해 주요 경쟁 항만인 그리스 피레에프스항과 스페인 발렌시아항은 각각 544만TEU 542만TEU를 처리했다.
한편 중국 다롄항은 인근 경쟁 항만의 성장세에 열 계단 떨어진 29위까지 밀려나며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다롄항은 510만TEU로 전년 대비 40.7% 하락했다. 최근 다롄항에 인수합병된 잉커우항은 한 단계 오른 25위에 진입했다. 추후에도 글로벌 주요 항만들간 인수합병 추세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알파라이너 측은 “지난해 중국 다롄과 잉커우항은 과잉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통합됐다”며 “이 같은 흐름은 컨테이너 허브 항만간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계속될 예정”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의 주요 항만들의 입지는 더욱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상위 25대 항만에 속한 중국 항만의 개수는 계속 줄고 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25대 항만에 속한 중국 항만은 총 11곳이었으나 현재는 9곳이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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