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30대 컨테이너 항만들은 미중무역분쟁 등 대외악재에도 물동량이 대체로 플러스 성장을 나타냈다.
프랑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이 항만들은 전년 대비 1.7% 증가한 4억2400만TEU를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1위 항만인 상하이항은 지난해 3.1% 증가한 4303만TEU를 기록했다. 이어 2위 싱가포르항 3716만TEU(1.6%↑) 3위 닝보·저우산항 2753만TEU(4.5%↑) 4위 선전항 2577만TEU(0.1%↑) 5위 광저우항 2323만TEU(6%↑) 순이었다. 최근 상하이항의 물동량은 꾸준히 호조세를 보이고 있으나 작년 물동량 증가율은 재작년에 비해 1.3%p(포인트) 하락했다.
부산항은 물동량이 소폭 늘어났으나 6년 연속 세계 6위 자리에 머물렀다. 이 항만은 지난해 1.5% 증가한 2199만TEU를 처리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간 5위 자리를 놓고 광저우항과 옥신각신 다퉜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물동량 격차가 벌어지며 순위 상승과 거리가 멀어졌다. 두 항만의 재작년 21만TEU에서 지난해 124만TEU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중국 톈진항은 미국 LA·롱비치항의 9위 자리를 빼앗았다. 톈진항은 물동량 증가율이 두 자릿수에 근접하며 호조를 띠었다. 이 항만의 물동량은 지난해 1730만TEU로 8.8% 성장했다.
반면 미국 LA·롱비치항은 지난해 1696만TEU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3.3% 하락했다. 재작년 미중무역분쟁을 염두에 둔 중국발 밀어내기 물량이 대거 풀린 탓에 부진했다. 중국의 다롄항과 잉커우항은 지난해 물동량이 급격히 줄어들며 각각 두 단계씩 떨어진 19위 26위를 기록했다. 두 항만은 세계 30대 항만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감소율을 나타내며 각각 876만TEU 548만TEU로 10.3% 15.6% 하락했다. 세계 30대 항만에 속한 중국 항만들이 대체로 플러스 성장을 나타낸 것으로 미뤄 보아 두 항만의 물동량 실적은 타격이 컸던 것으로 짐작된다.
해를 거듭할수록 순위에서 밀려나는 홍콩항은 사면초가에 처했다. 한때 아시아를 대표하는 허브 항만으로서 위상을 떨쳤던 홍콩항은 지난해 세계 7위에서 8위까지 밀려났다. 순위뿐 아니라 물동량 감소율도 0.9%p 확대됐다. 이 항만은 작년에 6.6% 하락한 1830만TEU를 처리했다. 요근래 상하이 선전 등 인접한 다른 중국 항만들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홍콩항은 허브 항만으로서의 영향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엔 홍콩보안법 시행에 따른 미중간 외교 마찰이 홍콩 경제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자 홍콩항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은 보복조치로 그간 누려왔던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등 중국과 치열한 정치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을 대표하는 글로벌 선도 항만인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과 독일 함부르크항은 지난해 각각 한 단계 두 단계 오른 11위 17위를 달성했다. 급변하는 사회·환경 속에서도 안정된 물류 공급망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항만 인프라에 투자를 했던 게 도움이 됐다. 로테르담항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에만 약 1억7710만유로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실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그리스 피레에프스항과 스페인 알헤시라스항은 지난해 세계 30대 항만에 새롭게 편입됐다. 지중해 항로의 주요 허브 항만인 그리스 피레에프스항은 31위에서 6단계 도약한 25위에 등극했다. 이 항만은 지난해 물동량이 전년 대비 15.1% 상승한 565만TEU를 거뒀다. 10년 전 중국과 그리스가 이 항만을 공동 경영하기 시작하면서 허브항으로서의 위상이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다. 스페인 알헤시라스항도 지난해 피레에프스항과 마찬가지로 6단계 오르며 29위에 안착했다. 알헤시라스항은 전년 대비 7.3% 증가한 511만TEU를 처리했다.
올해 상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해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컨테이너 실적을 발표한 18개의 항만 중 13곳이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다만 싱가포르 부산 칭다오 앤트워프 콜롬보 등 5개의 항만은 되레 물동량이 증가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 항만들의 부진도 두드러졌다. 중국의 대표적인 10대 항만 가운데 상하이 선전 광저우 다롄 잉커우 등 5곳은 물동량 감소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다롄항의 경우 감소율이 27.7%를 나타내며 세계 30대 항만 중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다만 아시아 디지털 선두주자로 떠오른 칭다오항은 비대면 항만 인프라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구축된 덕에 중국 항만 중 이례적으로 플러스 성장을 달성했다. 칭다오항과 마찬가지로 세계 10대 항만에 속한 싱가포르항과 부산항은 중국을 잇는 대체 환적 거점으로 활용되면서 물동량이 증가세를 띠었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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