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여파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신용평가는 대한항공을 하향검토 등급감시대상(Watchlist)에 등록한 반면 아시아나는 상향검토 대상을 유지했다. 현재 두 항공사의 신용등급은 각각 BBB+ BBB-다.
최근 코로나19가 유럽, 미국을 포함한 다수의 국가에도 확산되면서 세계보건기구(WTO)가 11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특히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한 우리나라에 대해 전 세계 110여개국에서 입국제한을 시행하고 있어 국제 여객운송과 교류가 상당부분 차단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항공산업은 작년부터 경기변동성이 취약한 항공화물 수요가 침체되고 여객실적을 견인해 온 내국인 출국 수요의 성장세도 저하되는 등 수요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변화해 왔다. 아울러 저가항공사(LCC) 구조조정 시행, 보잉사의 B737 맥스 기종 생산 중단 등 공급조절에도 경쟁강도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더해지며 매우 어려운 영업환경이 전개되고 있다는 게 한신평의 분석이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한 대한항공 여객 수송실적 - 전년동기 대비 증감율(단위 %)
대한항공, 3월 들어 운송객 70% 급감…수익창출력 훼손 불가피
한신평은 ▲수익 및 이익창출력 여부 ▲단기 항공수요와 수익성 정상화 ▲유동성 관리 등의 기준으로 항공사 신용도를 평가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경우 전 지역에서 60~90%의 이용객이 감소해 수익과 이익창출력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그간 두 항공사는 코로나19 여파에도 장거리 노선의 양호한 실적에 힘입어 중국노선 매출 감소폭을 어느정도 감내할 수 있었으나 미국 질병관리센터(CDC)에서 우리나라를 여행권고 3단계(불필요한 여행 자제)로 지정하면서 전 노선의 이용객 감소가 가속화됐다. 3월에 들어서면서 일본의 한국인 입국방역 강화, 호주의 한국인 입국금지 등으로 운항 노선이 급격히 감소했다.
특히 대한항공은 절대적인 수익창출력이 큰 폭으로 훼손될 것으로 전망됐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한 대한항공 운송객 수는 2월 마지막 주 기준 전년동기 대비 약 50%, 3월 첫째주에는 약 70% 감소했다. 설상가상으로 다수 노선의 운항 중지에도 감가상각비 등 대규모 고정비가 발생하며 이익창출이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된다.
한신평은 코로나19의 팬데믹에 따라 항공수요 정상화는 상당기간 지연되는 한편 영업 펀더멘털(기초체력)까지 약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경기 부진에 따라 여객 수요 성장 둔화와 화물 수요 부진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추세화될 경우 이 같은 결과가 초래될 거란 판단이다.
또한 유동화 프로그램 내 통제장치의 발동 등으로 유동성 관리 부담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액이 2~3개월이상 급감할 경우, 단기 유동성 위험 상승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신탁 내 통제장치가 작동될 수 있다는 게 한신평의 분석이다.
한신평은 유동화 구조에 따라 영업현금흐름의 많은 부분이 유동화 차입금 원리금 상환에 먼저 사용될 수 있고 차입금 만기 구조의 단기화와 더불어 항공기 리스료, 유동화 차입금 외 일반 차입금 상환과 이자비용 등의 고정적인 현금 유출 대응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한 아시아나항공 여객 수송실적 - 전년동기 대비 증감율(단위 %)
HDC컨소시엄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인수 ‘낙관적’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코로나19 사태에도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지분 인수가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상향검토를 유지했다. HDC컨소시엄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른 재무레버리지 완화, 지배구조 안정화에 따른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와 계열의 유사시 지원가능성 등 긍정적인 효과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다.
아시아나 역시 이번 사태로 인해 수익‧이익창출력 급감, 유동성 관리의 어려움 등의 문제가 상존하고 있다. 이 항공사는 신탁조기지급사유 발생 가능성을 통제하기 위해 기내면세품 신용판매대금 채권, 마일리지 판매대금 채권 등의 일부 특수목적법인(SPC)를 추가신탁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조기에 종결되지 못할 경우, 각 유동화프로그램의 발동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한국산업은행 등 채권단 개설 잔여 여신한도, 신규 대주주의 유상증자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현금흐름을 적절히 관리할 것으로 관측했다.
한신평 관계자는 “여객‧화물 수요 부진 및 성장 둔화의 추세화와 영업펀더멘털의 훼손 가능성이 재무안정성 개선과 계열의 유사시 지원 수혜 가능성이라는 긍정적인 영향을 상쇄할 경우, 상향검토로 평가받은 아시아나의 등급감시대상은 재검토될 수 있다”고 밝혔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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