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이 한일항로를 강타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일본 불매운동이 확산하면서 수입화물 감소세가 뚜렷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산 소비재 수입은 29억달러를 기록, 1년전에 비해 14% 감소했다.
품목별로 1500~2000cc 사이의 소형차가 97% 급감한 것을 비롯해 골프채가 38%, 맥주가 35%, 사케가 34% 감소하는 등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었던 일본제품들이 불매운동의 된서리를 맞았다. 볼펜(-26%), 완구류(-27%), 낚시용품(-18%), 오토바이(-76%), 미용기기(-66%) 등도 무역전쟁의 파고를 피해가지 못했다.
이달 들어 수입화물 감소는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8월1일부터 10일까지 일본 맥주 수입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9% 감소했다. 지난달 불매운동에도 상승세를 띠었던 가공식품이나 화장품 등도 이달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일항로 취항선사 관계자는 “일본산 맥주 수입은 이달 들어 ‘올스톱’됐다”며 “수입 맥주를 주로 수송해온 선사들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른 선사 관계자는 “일본에서 들어오는 콘솔(혼재) 화물이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소비재 위주로 불매운동에 따른 타격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사들은 수출화물의 영향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점에 안도하고 있다. 파프리카 등의 농산물 수출이 끊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7월 일본으로의 농산물 수출은 25% 늘어난 10만640t을 기록, 오히려 호조를 보였다. 선사들은 일본으로 나가는 주요 원부자재들도 변화 없이 수송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선사 관계자는 “일본도 대체품을 찾기가 어려워 국산 부품들을 무역전쟁 이후에도 계속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양국의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시행된 이후 무역환경이 어떻게 바뀔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무역전쟁으로 96%로 정한 7~8월 선적상한선(실링) 달성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선사들은 2~3곳 정도가 겨우 목표치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운임은 약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수출항로 공표운임은 150달러 안팎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과 비슷하지만 올초에 비해 30달러 가량 하락했다. 수입운임은 50달러를 밑도는 형편이다.
상반기 실적은 마이너스성장으로 마무리됐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에 따르면 1~6월 한일 양국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96만7365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0만4408TEU에 견줘 3.7% 감소했다.
수출화물은 지난해 57만3556TEU에서 올해 55만6427TEU로 3%, 수입화물은 43만852TEU에서 41만938TEU로 4.6% 각각 감소했다.
상반기 물동량이 감소세를 띤 건 2015년 이후 처음이다. 다만 4년전엔 감소폭이 0.3%(2800TEU)에 불과해 사실상 제자리걸음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감소폭이 커 선사들의 우려가 크다.
올해 실적을 월별로 보면 두 달을 제외하고 모두 역신장했다. 1월에 0.9%의 소폭 감소세를 보인 뒤 2월엔 5.1%로 감소폭이 커졌고 4월엔 무려 11.8%의 두 자릿수 하락세를 띠었다. 5월에도 5.7% 역성장하며 수요 부진을 이어갔다. 3월과 6월엔 각각 2.9% 0.4%의 플러스성장을 보였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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