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가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화주들이 선사들의 저유황유 할증료 부과를 우려해 사전에 화물을 대거 밀어내기 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해운전문지 JOC(저널오브커머스)는 황산화물 배출 규제 여파로 선사들이 화주에게 추가 할증료를 청구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화주들이 비용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앞 다퉈 조기 선적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업계는 최우선 대책으로 꼽히는 연료유를 교체하면 해상운송료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약 200~450달러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선사로선 적잖은 운항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화주에게 추가 할증료를 청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료 교체로 인한 운임인상이 불가피해지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수출화주들이 내년 봄에 보내야 할 화물을 올해 4분기에 조기 선적할 거란 의견이 한동안 제기됐다. 할증료를 부담하지 않으려면 4분기부터 화물을 대거 내보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비용을 청구해야 할 선사들이 저유황유 도입에 따른 비용자료가 불충분해 내년 1월부터 적용할 구체적인 운임을 아직도 공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선사들이 단위당 비용을 책정할 때 언급되는 선박크기, 항차당 실어나른 컨테이너수, 왕복운항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좀 더 정확한 인상규모를 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기선적시 창고료 부담↑, 고율관세가 더 큰 문제
화주들이 조기선적에 나서더라도, 현지에 유입된 화물이 제때 소비되지 못하면 부두나 물류창고에 대거 장치해야 하는 점도 문제다. 장치기간이 장기화되면 보관료가 유류비를 훨씬 뛰어넘을 거라는 분석이다. 배보다 배꼽이 큰 격이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유류비 부담보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부과가 더 큰 부담을 안겨다줄 것으로 평가한다. 미국은 중국을 대상으로 2000억달러 규모의 수출화물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다음달부터 3000억달러 규모의 수출화물에 10%의 관세를 반영할 예정이다. 관세율 10%를 25%로 상향조정하면 충격은 더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중국이 지난 5일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되면서 향후 북미수출항로 물동량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인텔 알란 머피 최고경영자(CEO)는 “IMO (환경규제) 비용은 미국의 대중국 25% 관세부과와 비교하면 사소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글로벌 포워더들도 이러한 의견에 동조하는 모습이다. 스위스 포워더 퀴네앤드나겔의 데틀레프 트레프츠거 최고경영자(CEO)는 “재고를 쌓아두는 건 비용부담이 상당하다. 규제에 따른 예상비용을 고려하면 특별한 성수기를 맞거나 재고를 쌓아두는 움직임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유류비 인상규모가 항로에 따라 다르겠지만 TEU당 약 153달러에 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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