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시장 활성화에 힘입어 미국 유통물류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아마존이 자체 판매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기성 오프라인 소비자들을 온라인으로 대거 유인한 덕분이라는 평가다. 유통기업이자 기술기업인 아마존이 물류시장에서도 세력 확장에 나서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마존이 유통시장을 장악한 것도 모자라 스스로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면서 3자물류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콩계 프라이싱 플랫폼업체인 프레이토스 즈비 슈라이버 대표는 “아마존은 미국 유통시장 판매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에 불과하다”면서도 “시장가치와 점유율을 고려해 볼 때 아마존은 미국 전체 가구의 약 62%를 장악해 국내 모든 유통업체를 합친 것보다 점유율이 높다”고 평가했다.
아마존의 광폭성장에는 유통업체들의 판매채널이 된 ‘아마존닷컴’이 한 몫한다. 아마존은 온라인 개방형 거래플랫폼인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수백만 판매상을 유치해 이들 상품의 50% 이상을 거래하고 있다. 판매상들은 서비스 이용료로 매출의 6~51%를 지불해야 하지만, 미국 온라인쇼핑의 과반수 이상이 아마존에서 거래되다 보니 아마존 외엔 특별한 선택지가 없는 실정이다. 사실상 미국 유통시장을 아마존이 장악한 셈이다.
아마존은 거래된 화물의 모든 물류과정을 자체 해결하는 풀필먼트서비스(FBA)를 실현하기 위해 물류시설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물류창고 투자에 이어 자체 트럭을 구축해 라스트마일 운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무선박운송인(NVOCC) 면허를 갖춰 국제물류주선(포워딩)시장에도 뛰어들었다. 또 아마존으로 거래된 특송화물을 자체 배송하기 위해 세계 최대 화물기운영사 아틀라스에어의 지분을 대거 매입했다.
아마존이 물류시장을 독점화할 거란 위기론이 부상하면서 최근 미국 정가에서도 기술기업인 아마존을 규제하자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슈라이버 대표는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인 엘리자베스 워런의 아마존 규제론을 인용하며 물류서비스를 규제해야 한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아마존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물류시장에 진입하면 물류산업도 덩달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의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시간이 갈수록 (아마존이) 신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시장지배력을 이용하고 있다”며 “아마존이 다양한 시장을 지배하면서 신규 진출한 산업에서도 갈수록 불공정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덧붙여 “판매상이나 소비자가 누리는 혜택이 있더라도 아마존에 대한 규제가 물류산업의 공정경쟁을 위해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아마존도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하고 있다. 아마존은 “미국 유통시장의 ‘오직’ 5%만을 차지해 다른 주요 국가보다 시장장악력이 적은 편이며, 미국 3대 유통업체에 불과하다”는 해명으로 일련의 공격을 방어하고 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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