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하던 카리브항로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엘니뇨’ 현상으로 카리브지역 일대 해수면이 낮아지자 파나마운하청은 운하를 통항하는 선박의 수심을 규제한다고 밝혔다. 주요 외신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운하청은 가뭄 여파로 운하 수심이 얕아졌다는 이유를 들어 30일부터 네오파나막스갑문의 수심을 13.41m(44피트)로 제한할 계획이다. 태평양노선 갑문을 지나면 마주하게 되는 가툰호수의 수심을 고려한 결정이다.
선사들은 운하청 방침에 긴급 대책을 마련 중이다. 카리브노선을 거쳐 미국 동안으로 향하는 선사들은 컨테이너 중량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석유화학제품(레진) 탱크컨테이너 비규격화물(OOG·out of gauge) 중량물 등은 선사들의 ‘기피대상’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이번 수심 제한으로 총중량을 종전보다 약 30% 가까이 줄여야 한다. 가령 1만TEU급 선박이 통항한다면 약 6000~7000TEU만 선적해야 하는 셈이다.
선사들은 화물의 도착지를 자체 규제하고 있다. 중미를 도착지로 하는 화물 중 멕시코행 또는 카리브행 하나만 골라 실어 중량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화주에게 TEU당 1000달러 이상의 웃돈을 요구하는 선사도 보인다. 화주들이 부담스러워 할 운임을 제시해서라도 선적예약을 받지 않겠다는 의도다.
한 선사 관계자는 “무게가 많이 나가는 화물은 방침에 따라 선적을 최대한 기피하고 있다”며 “20피트 컨테이너에 선적해도 충분할 화물을 웃돈을 주고 40피트 컨테이너에 실어도 선적이 어려울 정도다”라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비가 많이 오지 않는 이상 카리브항로 운임 고공행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남미동안은 오랜 기간 진행한 선복다이어트로 운임을 전달과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다. 남미동안 최대 경제권인 브라질 수요가 정권 교체 이후 경제 부진과 최근 댐붕괴 사건으로 부진한 상황임에도, 선사들의 오랜 선복 감축 노력이 운임의 하락세를 방지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12일자 상하이발 브라질 산투스행 운임은 TEU당 1434달러를 기록해 일주일 전의 1418달러보다 소폭 올랐다. 이 항로 운임은 2월 중순 1200달러대로 바닥을 찍은 후 3월 말 1600달러 진입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 1400달러대로 조정됐다. 18일 현재 한국발 운임은 1000달러 중반 대에 형성돼 있다.
화물적재율은 아시아(한국 포함) 기준 95~100%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남미서안은 선사들의 운임인상(GRI) 노력과 임시결항(블랭크세일링) 효과로 2000달러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적재율은 95~100%를 기록했다. 한국발 수요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가장 많은 화물이 실리는 중국에서 대부분의 할당량을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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