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기국(期國)인 마셜제도공화국이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국제 안전 규정 미비로 결론 내렸다.
마셜기국은 19일 웹사이트에 <스텔라데이지>호 사고 공식 조사보고서를 게재했다. 선박이 심해 3800m에 침몰한 상태임을 고려해 선사와 선급 인터뷰, 설계도면, 선박검사 내용 등을 근거로 사고의 원인과 경과 등을 가정하고 추정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마셜기국은 보고서에서 선박의 2번 평형수탱크에서 시작된 침수가 다른 평형수탱크와 화물창으로 급격히 진행되면서 선박 침몰로 이어졌다고 봤다. 또 침수를 일으킨 구조손상은 재료피로, 부식, 식별하기 어려운 구조 결함, 다항 화물 적재(multi-port loading), 2017년 3월29일에서 31일 사이에 발생한 황천(荒天, 비바람이 심한 날씨)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에서 기인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보고서는 특히 벌크선 국제해상인명안전협약(SOLAS협약)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단일선체 유조선에서 초대형 광탄선(VLOC)으로 용도 변경된 선박은 구조상 선박 좌현과 우현에 각각 위치한 유조탱크를 평형수탱크로 활용하게 된다. 문제는 평형수탱크가 매우 커서 어느 하나가 침수될 경우 선박 침몰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이다.
하지만 솔라스협약은 개조 벌크선의 안전을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솔라스협약 제12장 5규칙은 화물 적재나 평형수 적재 상태에서 어느 하나의 화물창이 침수되더라도 견딜 수 있도록 충분한 구조강도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처음서부터 벌크선으로 지어진 선박에 한정되는 규정이다.
마셜기국은 벌크선 안전규정을 유조선에서 개조한 VLOC에도 적용하는 쪽으로 솔라스협약을 개정해야 한다고 국제해사기구(IMO)에 권고했다.
개조 당시 구조분석 놓고 한국선급과 갑론을박
보고서는 이해관계자인 선사와 선급 기국 등에도 유사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당부했다. 한국선급엔 ▲2008년 <스텔라데이지>호 개조 당시 선박의 재료피로를 반영하지 않고 1993년 건조 당시 사양에 근거해 설계를 검토하고 승인한 점 ▲2011년 검사에서 상당수의 결함을 발견하고 수리했으나 손상분석(Failure Analysis)을 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했다. 2016년 마셜제도기국과 체결한 업무대행 협정에 따라 선박검사 시 발견한 중대 결함 등을 보고해야 하지만 한국선급이 누락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하지만 한국선급은 보고서의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박을 개조할 때 건조 당시 사양을 토대로 구조를 분석하는 건 선진 선급 연합체인 국제선급연합회(IACS)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방식이란 설명이다. 마셜기국의 요청으로 <스텔라데이지>호 용도 변경을 조사한 미국 기술컨설팅회사 브루스S로젠블렛(BSR)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선급은 손상분석을 하지 않았다는 보고서 지적엔 손상된 상태가 통상적이지 않고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한 경우 손상분석을 실시하게 되며 <스텔라데이지>호는 심각한 손상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2011년 선박을 검사한 검사원은 당시 <스텔라데이지>호는 선령 18년의 선박에서 발견되는 일반적인 손상을 갖고 있었고 발견된 손상은 적절한 수리를 마쳤다고 소명했다고 전했다.
오히려 2016년 검사에서 65번 프레임 횡격벽에서 발견된 변형이 통상범위를 벗어난 손상이라고 판단해 검사원이 즉시 본부에 손상분석을 요청했고 선사에선 필요한 수리를 마쳤다는 설명이다.
보고 누락 지적엔 철저한 검사와 수리가 진행됐고 기국에 보고할 정도의 구조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향후엔 기국과 긴밀하게 업무협조를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선급 측은 실종된 선원들과 희생자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하면서 “최근 수거된 항해기록저장장치(VDR)의 분석을 통해 구체적인 사고 원인이 밝혀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현재 운항중인 유사 선박들을 대상으로 한국정부와 마셜기국 주도로 민관합동점검을 시행했다”며 “매 항차마다 선원들에 의한 자체검사가 시행되고 있고 한국선급은 선박안전 모니터링제도를 도입하고 검사주기 단축, 검사원 추가배치 등 국제규정보다 강화된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선급은 보고서에서 지적한 국제 안전 규정 미비에 대해선 관계당국 국제선급연합회와 긴밀히 협력해 IMO에서 규정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스텔라데이지>호는 26만6000t(재화중량톤)급 개조 벌크선으로 브라질에서 철광석을 싣고 중국으로 향하다 2017년 3월31일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에서 침몰했다. 이 사고로 24명의 승무원 중 22명이 실종되고 2명이 구조됐다.
1993년 7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에서 초대형 유조선(VLCC)로 지어진 뒤 2007년 12월 한국선급에 입급하면서 벌크선으로 개조됐다. 개조를 진행한 조선소는 중국 코스코저우산조선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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