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내 항만업계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한 달 앞두고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불확실성이 다분해 이렇다할 대응책 마련도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네덜란드 해운항만전문지 월드마리타임뉴스에 따르면, 영국 글로벌 인력관리 전문기업 오거스번슨에서 영국 내 100여개 항만의 고위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영국항만의 80% 이상이 ‘노딜 브렉시트(합의 도출 없는 EU 탈퇴)’ 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렉시트에 대한 준비 정도를 묻는 질문에서 100여명의 관계자 중 오직 16%만이 ‘실질적인 대응 계획’을 마련했다고 답했으며 나머지는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체 응답자 중 59%는 브렉시트로 인한 영향이 부정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또 노딜 브렉시트가 실제로 닥쳤을 때 예상되는 대응 능력을 묻자 전체 응답자 중 25%가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응을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로는 적재적소에의 적절한 투자 증대가 30%의 비율로 꼽혔다. 가장 우려되는 사항으로는 ‘항만 내 혼잡 증가’와 ‘물리적 장벽 발생’이 각각 52% 43.5%의 비율을 차지했다. 또 부두운영사 관계자들은 현재 잠재된 불확실성이 향후 발생될 상황에 대해 투자하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한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정부로부터 향후 EU국가들과의 무역 환경 변화 전망에 대한 세부정보들을 받길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항만청은 지난 1월 자국 항만들이 처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 측의 대안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영국항만청 리처드밸런타인 대표는 “정부가 브렉시트 이후 발생될 자유무역 중단과 무질서 상황에 대응할 모든 조치와 계획을 명확히 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그간 EU와의 단일시장에서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했다. 하지만, ‘노딜 브렉시트’가 진행될 경우 3월 말부터 공항과 항만 등 국경에 통관과 보안이 강화돼 유럽과의 상품거래 중단이나 물류망 지연·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브렉시트 여파는 이미 영국에서 주요 컨테이너 허브항으로 자리매김한 펠릭스토·사우샘프턴항에 타격을 가하는 모습이다. 영국 로이즈리스트에 따르면, 최근 영국 북서부 지역의 국제물류주선업체와 화주를 중심으로 기존 펠릭스토·사우샘프턴항에서 상하역하던 수출입화물을 리버풀항으로 옮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부터 이어진 두 항만에서의 항만 혼잡, 수송비용 증가와 더불어 코 앞으로 다가온 ‘노딜 브렉시트’로 화주들의 마음이 리버풀항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초 이 항만은 머스크와 MSC로 이뤄진 2M 컨소시엄의 북미-유럽 노선 ‘TA4’의 기항지로 채택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부터 펠릭스토항의 혼잡으로 대체 기항지로 활약했던 게 배경이 됐다.
리버풀항 터미널운영사인 필포트그룹의 패트릭왈터스 대표는 “현재 주요 컨테이너 선사 세 곳이 우리와 아시아-영국 노선 계약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며 “내년 안에 아시아직항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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