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에서 흔하게 접하는 파스타를 얼만큼 알고 즐기고 있을까? 아마도 크림소스, 토마토소스, 오일 베이스의 알리오에올리오 파스타 그리고 뷔페요리에 자주 등장하는 푸실리(fusilli)가 들어간 샐러드 파스타 정도일 것이다. 조금 더 이탈리아를 즐기는 사람들은 매콤한 토마토소스의 펜네(penne) 파스타 또는 넓은 페투치니(fettuccine)면의 되직한 크림 파스타 정도? 하지만 세상엔 여러분들이 즐기고 누려야 할 파스타 종류가 너무 많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여러분들이 더 즐기기 위한 색다른 파스타들을 소개할까 한다.
디저트에 밀페이유(Millefeuille)가 있다면 비슷한 형태의 파스타로 라자냐(Lasagna)가 있다. ‘비스트로 도마’에서는 라자냐가 고정메뉴는 아니지만 단골손님들이 오면 ‘예약요리’로 종종 만들어 드리곤 한다. 반죽을 얇게 밀어 넓적한 직사각형 모양으로 자른 파스타를 재료와 번갈아 층층이 쌓는 라자냐 조리법은 이탈리아 지역마다 특색 있게 발전했는데, 에밀리아로마냐 지방이 가장 기본으로 생각된다. 첫번째로 ‘생면 vs 건면’을 선택해야 하는데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라자냐 만큼은 생면이 건면보다 훨씬 더 맛있다. 건면의 경우 소스와 면이 따로 분리되는데 비해 생면은 소스와 혼연일체(?)돼 파스타면에 모든 재료의 맛과 향이 잘 스며들어 라자냐를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만드는 방법은 라자냐면을 끓는 물에 데치고 라자냐 용기바닥을 버터로 바른다. 용기는 바닥이 넓고 깊이가 얕은 것이 알맞은데 버터 위에 소스를 살짝 바르고 파스타면을 한 겹 깐 후 베샤멜(b?hamel, 크림소스의 기본)소스를 바른다음 라구 알라 볼로네제소스(다진고기가 들어간 토마토소스)를 얹고 파마산 치즈를 넉넉히 뿌리는데 이 과정을 5번 반복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위 두 가지 소스를 분리해서 쓰는 것을 강조하는데 맛 차이 보다는 색감이 원인이 아닐까 한다. 소스의 향이 강한 편인 고기소스의 경우 5겹, 해산물이나 야채 같은 비교적 향이 약한 라자냐를 만들 경우 3겹을 사용하는데 이는 재료의 고유의 향을 파스타면이 해치지 않기 위함이다. 변형된 형태로 라자냐면 대신 애호박이나 가지를 사용해서 만들어도 단백하고 개성 있는 라자냐를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220도 오븐에서 6~8분정도 구워주면 되는데 기호에 따라 모짜렐라 치즈를 얹고 구워주면 치즈의 풍미를 더 올릴 수 있고, 열대 과일 향이 나는 ‘골든에일(Golden Ale)’맥주와 마리아주가 좋다. 이탈리아의 라자냐는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남은 재료를 몽땅 넣고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간편 요리로 인식됐고, 미국의 유명 요리 연구가인 줄리아 차일드(Julia Child)조차 ‘라자냐는 먹다 남은 식재료를 재활용하기에 안성맞춤인 요리’로 표현했다가 이탈리아계 미국인들로부터 비난을 사기도 했다. 원래 라자냐는 이탈리아에서 많은 정성을 기울이고 특별한 손님을 맞이 하기 위해 고기와 해물 등의 재료를 기반으로 오븐에서 마무리되는 귀한 음식이니 욕(?)이 나올 수도 있겠다.
동양음식에 만두와 딤섬이 있다면 이탈리아에는 라비올리(ravioli)가 있다. 소(stuffing)는 고기나 치즈, 채소 등을 주로 사용하는데 트러플(truffle, 송로버섯) 이나 바닷가재 등의 비싼 식재료를 이용한 ‘명품 라비올리’도 있고, 과일로 속을 채운 ‘상큼한 라비올리’ 또한 매력이 넘친다. 치즈로 소를 채울 경우 ‘리코타(ricotta)치즈’가 가장 많이 쓰이는데 시판용은 풍미가 텁텁하게 올라오므로 시간이 난다면 간단한 ‘수제 리코타 치즈’에 도전해 보자. 리코타 치즈는 우유나 생크림 그리고 동량의 사우어(Sour)크림을 넣고 약불에 뭉근하게 끓여주면(섭씨85~90도) 단백질이 굳어지면서 작은 덩어리를 형성하는데 여기에 소금과 레몬즙 또는 라임즙을 넣고 정성스럽게 저어준 후 소창으로 물기를 빼주면 완성된다. 라비올리 조리법은 한국의 만두국처럼 스프의 건더기로 쓰거나 일반 파스타처럼 소스에 버무려서 내기도 하고, 오븐에서 구울 수도 있으며 군만두처럼 튀겨 내기도 한다. 라비올리반죽 또한 다양한데 오징어먹물, 시금치, 양송이버섯, 샤프란 등으로 맛과 색감을 줄 수도 있고, 심지어 초코릿을 사용한 ‘디저트 라비올리’까지 가능하다. 라비올리를 맛있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노하우는 뭐니뭐니해도 반죽을 최대한 얇게 밀어 재료의 풍미를 최대한 느끼게 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파스타들이 밀가루 위주라면 감자를 주재료로 이용한 뇨끼(gnocchi)도 이탈리아 파스타의 큰 영역을 차지한다. 한국의 수제비와 유사한 뇨끼는 삶은 감자, 달걀, 소금, 파마산치즈, 고르곤졸라치즈, 밀가루로 반죽하고 작은 덩어리로 분할해 소금물에 삶아내 소스에 버무리는데 다른 파스타 보다 빠른 시간에 완성할 수 있어 감자의 수분만 적절하게 맞추는 개인기만 장착된다면 만들기 가장 쉬운 파스타가 아닐까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파스타를 하나 소개해 보고자 한다. 프레골라(fregola)라는 파스타인데 특징은 2~3mm 정도의 알갱이모양에 세몰리나(semolina)라는 거친 밀가루를 사용해 만들고 말린 뒤 한번 구워내는 과정을 통해 특유의 누룽지, 견과류 등의 고소한 향을 가진다. 가격은 다른 파스타에 비해 5배정도 비싼데 만드는 과정이 복잡한 파스타기 때문이다. 작은 알갱이임에도 불구하고 익히는데 까지 14~17분정도 걸리지만 쫀득쫀득한 식감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소금물에 삶아도 되지만 바람직한 조리법은 올리브유에 볶다가 화이트와인과 육수로 향을 입히면 특이한 질감과 함께 맛도 더 좋아진다. 메인으로 나가기 보다는 스프 안에 첨가하거나 파스타 샐러드, 메인음식의 아래로 받치는 가니쉬(음식에서의 조연)로 활용도가 더 높다. 프레골라는 곧 ‘비스트로 도마’의 이달의 파스타로 새로운 도전과 연구중인 재료다.
요리사를 하면서 가장 기쁜 일은 개인적으로 고객들이 맛있게 먹고 반응할 때 그리고 새로운 식재료를 찾고 메뉴를 개발하는 것이다. 여기에 필자는 올해 처음으로 연성대 호텔외식경영전공 겸임교수를 맡게 됐는데 밝고 명랑한 학생들을 보면서 젊은 요리사를 양성하는 일 또한 큰 보람을 느낀다. 반대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자존심을 포기한 몇몇 몰상식한 업장들이 가게이름을 거의 똑같이 따라 하는 것에 모자라 메뉴도 비슷하게 내거나 심지어 메뉴명도 똑같이 따라하는 ‘수저 얹기’식의 영업이다. 자영업을 할 때 본인만의 고유명사를 손님들에게 주입시키는 즐거움 또한 큰 기쁨이지 않을까?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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