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항로에선 중국의 사드 보복 후유증이 표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선사들은 한결 같이 물동량이 이달 들어 급감했다고 하소연했다. 최근의 운임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취항선사들은 4월 이후 물동량이 눈에 띄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두 자릿수의 감소세를 얘기하는 곳도 포착된다. 선사들은 특히 자동차 CKD(반제품)와 석유화학제품(레진)이 큰 폭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한중항로의 주요 수송품목들이 모두 약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달 현대기아자동차의 중국 판매량은 52% 감소한 7만2000대에 머물렀다. 현대차가 44% 감소한 5만6000대, 기아차가 68% 감소한 1만6000대였다. 사드 부지를 제공해 중국에 미운털이 박힌 롯데그룹의 석유화학부문인 롯데케미칼은 최근 대중 수출물량이 2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사 관계자는 “3월엔 사드 후유증이 막상 크게 나타나진 않았다. 오히려 설 연휴가 끝난 뒤의 물동량 강세가 이어진 시기였다”며 “하지만 4월부터는 자동차 물동량과 소비재를 중심으로 감소세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다른 선사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판매가 반토막 나면서 한국에서 벤더(협력업체)가 수출하는 화물도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며 “공장 가동률이 절반으로 줄어 들어 앞으로도 수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동량은 1분기까지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황해정기선사협의회에 따르면 1~2월 이 항로 물동량은 11.4% 증가한 43만9500TEU였다. 수출물동량은 13.6% 늘어난 18만3700TEU, 수입물동량은 9.8% 늘어난 25만5800TEU였다. 상하이 칭다오 닝보 등이 두 자릿수의 호조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달 들어 물동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지만 운임시황은 나쁜 편은 아니다. 오히려 ‘호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현재 부산-상하이 간 수출항로 운임은 계약화주 기준 20피트 컨테이너(TEU) 당 2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분기에 실시했던 운임인상(GRI)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다. 선사들이 정부에 신고한 현물(스폿) 운임은 50달러다.
수입운임은 강세를 띠고 있다. 사드 보복 조치와 별개로 수입화물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상하이항운거래소에 따르면 상하이발 부산행 컨테이너 운임은 160달러대를 넘어섰다. 3월24일 160달러 3월31일 168달러 4월7일 165달러로 견실한 흐름이다. 연초에 비해 60달러 이상 상승한 수준이다.
다만 중국발 화물에 붙는 터미널조작료(THC) 인하는 운임 흐름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의 요구로 선사들은 4월1일부터 THC를 15~20달러 가량 내렸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건전한 해운시장 경쟁 질서 확립을 이유로 선사들에게 THC 인하를 압박해왔다. 선사 관계자는 “THC를 인하되는 대신 기본운임이 올라가고 있어서 큰 문제는 없다”며 “수입항로는 분위기가 매우 좋은 편이라 한동안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SM상선은 1060TEU급 컨테이너선 < 페스코트레이더 >호를 내세워 부산과 톈진(신강) 칭다오를 잇는 한중 셔틀노선을 취항해 해운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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