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일컬어 더 이상 세계 5위 해운강국이란 용어를 쓰기 어려울 듯하다. 새해 우리나라의 지배선대 순위는 지난해에 이어 세계 6위를 유지했다. 미국이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어 향후 7위 하락도 점쳐진다.
영국 해운조사기관인 베셀즈밸류닷컴에 따르면 2017년 1월 현재 우리나라의 지배 상선대 규모는 1504척 8565만t(이하 재화중량톤)으로, 그리스 중국 일본 독일 싱가포르에 이어 6번째에 랭크됐다.
우리나라는 1년 새 846만t 가량 선대를 늘렸다. 한진해운 사태와 벌크선사들의 잇단 도산 등에 미뤄 선전한 성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경쟁국들이 큰 폭으로 선박 매입에 나섬으로써 우리나라의 선대 점유율은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해 5위 해운국에 입성한 싱가포르는 우리나라가 따라잡지 못할 만큼 멀찌감치 도망가는 모습이다. 1월 현재 1998척 1억651만t으로, 지난해에 비해 2090만t(24.4%)의 선대 증강을 일궜다.
증가율로만 따지면 10대 해운국 중 중국에 이어 두 번째다. 컨테이너선과 LPG선 유조선(탱크선) 등에서 모두 우리나라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벌크선과 LNG선에선 우리나라가 싱가포르보다 우위를 보였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6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1월 현재 미국의 지배선대 규모는 1111척 8519만t을 기록 중이다. 우리나라에 불과 47만t 뒤진다. 1년 전에 비해 1157만t(15.7%)을 늘린 결과다. 미국은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등에서 우리나라를 앞서는 상황이다.
중국 2위로 도약…독일은 선대 감소
세계 최강 해운국 그리스는 선대 4374척 3억5590만t을 보유, 세계 1위 자리를 고수했다. 그리스 선주들은 1년 새 5182만t을 늘렸다. 해운 불황기를 맞아 선가가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을 활용해 대대적인 선박량 확대 전략을 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컨테이너선에서 2위 중국에 밀리는 모습이지만 그외 선종에선 모두 중국을 앞섰다. 특히 액체화물 수송선박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은 4577척 2억6329만t의 선단으로, 일본을 제치고 2위 자리에 올랐다. 1년 새 5594만t의 선박을 새롭게 끌어 모았다. 27%의 증가율이다. 10대 해운국 중 증가량에선 단연 1위다. 척수에서도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소형선 위주로 선대를 늘려 왔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컨테이너선 규모가 독일 다음으로 많은 편이다. 글로벌 선사인 코스코뿐 아니라 연근해 위주의 컨테이너선사들이 다양하게 포진한 게 컨테이너선 강세로 이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벌크선 보유량은 그리스 일본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3위로 한 계단 내려앉은 일본의 지배선대는 4304척 2억4873만t이다. 증가량만 보면 2395만t으로, 결코 적지 않은 규모지만 중국의 스케일에 밀려 순위 하락을 맛봤다.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LNG선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다. 향후 일본 3대 선사의 컨테이너선 통합이 자국 선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독일은 세계 10위권 해운국가 중 유일하게 선박량이 줄어들었다. 감소폭은 219만t(1.9%)이다. 해운불황으로 KG펀드가 붕괴된 게 선대보유량에 타격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그 결과 싱가포르와의 격차가 700만t 정도로 줄어들어 향후 4위 경쟁이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컨테이너선 보유량은 5615만t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이밖에 노르웨이 5843만t, 덴마크 4464만t, 영국 3664만t으로 나란히 8~10위권에 포진했다. 노르웨이의 선대증가율은 23.6%(1115만t)로 중국 싱가포르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선대가치를 기준으로 한 국가별 순위를 보면, 그리스가 840억달러로 1위를 차지했으며 801억달러의 일본은 665억달러의 중국을 앞서며 2위에 올랐다. 이어 싱가포르 330억달러, 독일 310억달러, 미국 268억달러, 노르웨이 242억달러 순이었다. 싱가포르와 독일이 순위 바꿈을 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에 이어 8위에 머물렀다.
베셀즈밸류닷컴 윌리엄 베넷 수석연구원은 “컨테이너시장 약세로 독일의 선대가치는 30% 가까이 하락했다”고 말했다.
한편 유엔무역개발회의(UNTAD)가 지난해 11월 발간한 ‘해사운송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홍콩에 이어 7위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영국 클락슨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반면 독일 해운조사기관인 ISL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5위로 집계한 바 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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