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물류산업의 침체에 국제기구와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항만물류정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항만물류분야 전문가들은 항만물류정보의 개정과 표준화로 물류효율성과 안전성을 보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1일 서울 티마크그랜드 호텔에서 ‘항만물류정보화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국제포럼이 열렸다.
물류정보 규제, ‘PCS’로 단일화하라
국제 물류망의 흐름은 돈, 화물, 정보가 돌고 도는 구조다. 그 중에서도 정보는 전체 과정을 관망하는 핵심요소 중 하나다. 국제항만물류정보시스템협회(IPCSA) 하비에르 가야르도 상무이사는 항만이나 공항에서 빠르고 저렴하고 안전하게 물류망을 관리할 수 있는 포트커뮤니티시스템(PCS)의 중요성을 알렸다.
PCS는 중립적이고 공개된 전자플랫폼으로 공공과 민간 사이에 오갔던 자료들을 토대로 통관절차를 간소화시킨다. PCS를 이용하는 모든 이해 관계자는 다양한 싱글 윈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비에르 상무이사는 PCS가 ‘표준 싱글 윈도’이자 ‘물류관문’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싱글윈도 시스템은 무역원활화의 방안 중 하나로 무역인들이 제출해야하는 관세신고, 수출입 허가증, 수출 송장과 같은 각종 규제 문서를 한 곳에만 제출해 수출입과 환적 관련 통관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다. 과거의 싱글윈도는 무역상들이 수출입을 위해 각종 공공기관을 방문하고 필요한 문서들을 모두 청구하는 등 갖춰야 할 것들이 많았다.
IPCSA는 실시간 화물 처리 정보 제공에도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회원사들의 PCS로 TEU당 하루에 최소 2천만개, 연간 75억개의 전자메시지를 보내고 있으며 ‘버마스’(VERMAS)라는 규제를 신설해 PCS로 오가는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버마스는 컨테이너 적재 및 하역 관련 규제로서 항만물류정보계의 국제 표준안을 따르고 있지만 신규 화물의 정보 보안은 이해관계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등 해결과제로 남아있다.
하비에르 상무이사는 최근 화젯거리로 23개의 새로운 국가 싱글 윈도가 생성된 점을 꼽았다. 과거부터 각 싱글 윈도마다 세관별 절차 및 검역과정이 달라 통관에 큰 혼선을 빚는 등 아직도 각종 이해관계 문제로 통관이 빠르게 처리되지 않고 있다. 하비에르 상무이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PCS로 선석비, 운영비, 세금 등을 한데 묶어 단일 싱글 윈도로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PCSA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화물-정보-돈의 흐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이다. 최근 이 흐름이 정보 거래 비용의 증가로 중요한 시사점이 되고 있다. 하비에르 상무이사는 다수의 사람들이 화물의 이동에만 중점을 두고 있지만 정보의 이동도 화물의 이동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항만물류 정보의 표준화도 당면과제다. 항공에서는 XML, 해운에서는 EDIFACT라는 전자데이터교환 형식의 국제 표준을 기업간 거래에서 쓰고 있다. 문제는 국가별 항만물류정보 표준화가 제각각이어서 행정 절차상 통관이 오래 걸리는 점이다. 또 다른 과제로는 ▲빅데이터,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등 신기술 도입 ▲금융기관과의 결재 ▲수출입 시스템의 연계방법을 꼽았다. 그는 절차를 간소화하려면 국가별 규제들을 국제 표준안으로 묶어 통합하거나, 국가 간 상호 호환할 수 있는 국제 표준, 디지털 자격증 등을 도입해야 한다며 ‘단일화’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하비에르 상무이사는 “B2B(기업간 거래)와 B2A(민간과 공공 간 거래)는 각종 이해관계 때문에 많은 시간과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항만청과 고객 간 빠른 업무처리에 PCS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선박의 디지털화…쉬핑 4.0 시대
“선박산업의 디지털화로 해운업계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노르웨이 출신의 르노 잔 로세스 마린텍 선임 기술 이사는 ISO28005-2 표준기반의 항만물류정보화 방안을 말하며 선박의 전자화, ‘쉬핑 4.0’ 시대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말한 쉬핑 4.0의 요소는 ▲사이버 보안 ▲빅데이터 분석 ▲클라우드 컴퓨팅 ▲인터넷 서비스 ▲사이버물리체계 ▲해상 IoT(사물인터넷) ▲시스템 통합 ▲시뮬레이션과 최적화 ▲로봇공학과 자율성이다. 그는 이런 트렌드가 물류환경과 항만 운영을 개선시켜 선박 운영에도 큰 변화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쉬핑4.0과 함께 전자항법체계로 불리는 ‘e-네비게이션’도 주요 이슈로 꼽혔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해상안전위원회(MSC) 94번째 세션에서 ‘e-네비게이션 전략 실행 계획’이 통과되면서 디지털화된 자료들을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것의 일환으로 IMO와 해사계에서는 커먼 마리타임 데이터 스트럭쳐(CMDS)를 통해 선박‧물류 정보 및 주요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로세스 선임 기술 이사는 ISO 28005를 당면과제로 꼽았다. FAL(국제해사 취급촉진위원회)이 ISO 28005를 기반으로 정보 간소화에 나서면서 모든 회원국이 2019년부터 모든 거래를 전산화해야 한다. 선박 운용의 디지털화를 모색한 싱글 윈도인 셈이다. ISO 28005는 공급망 보안체계 구축에서 비롯된 표준안으로서 각 항만이 가진 제각각의 정보를 한데 묶어 선박입출항 정보를 관리하는 것이다.
해수부는 “항만물류정보화로 ISO와 같은 국제기구와 미국 EU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물류정보표준화사업의 핵심이슈를 발굴하고 국제 협력체계를 강화하길 기대한다”며 “국제적인 협력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우리나라 물류정보화 기술의 해외진출 및 협업을 위한 기반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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