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항로도 규모가 크지 않지만 한진해운 사태를 피할 수 없었다. 남미서안행 물량을 맡긴 화주들의 마음은 조급했다. 하역 작업이 장기화되면서 일자에 맞춘 수송이 어려워졌고 금전적 피해도 뒤따랐기 때문이다. 한진해운과 선복공유협정을 맺은 다른 선사들도 걱정하긴 매한가지다. 당장 화주와의 신뢰가 금이 갈 수 있는 점이 그렇다. 다만, 한진해운은 한 척의 선박만 운용했고, 주당 선복이 약 300TEU대에 불과할 정도로 작았다. 전체 시장 점유율도 1%가 채 되지 않아 중남미 시장에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게 선사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해상운임은 선사들의 지속적인 선복 감축 노력으로 동·서안 모두 지난달 수준인 2000~3000달러대를 유지했다. 이번 달 남미 동안 운임은 TEU(20피트 컨테이너)·FEU(40피트 컨테이너) 모두 2000달러 중반에서 3000달러 중반 선을 움직였다. 남미 서안은 TEU당 2000달러 초반에서 3000달러 초반, FEU당 2000달러 중반에서 3000달러 중반 선이다. 선사들마다 기본 운임 인상(GRI) 시기 및 방침이 다른 만큼 격차도 컸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는 브라질 산투스행 운임이 9월9일 TEU당 2351달러로 9월2일 2871달러 대비 520달러가 폭락했다고 공시했다.
GRI는 동안이 TEU당 500~1000달러 FEU당 1000달러 가량 적용됐지만 상하이해운거래소의 운임지표를 볼 때 효과는 미미해 보인다. 서안도 TEU당 400~1000달러 FEU당 800달러를 적용했지만 GRI 효과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소석률(선복 대비 화물적재율)은 동·서안 모두 90% 중후반대를 기록하며 만선에 가까운 평온한 모습이다. 동·서안의 수요량은 거의 변함없지만 선사들의 오랜 선복 감축 노력으로 공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반영돼 동안은 100%에 가까운 소석률을 보였고, 서안은 90%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려했던 G20 회담은 해운수요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회담 전부터 공기 정화 문제로 닝보와 칭다오 지역의 제조업 공장들이 가동을 중단해 물동량이 급감했다. 다만 중국 내 다른 지역에서 대체 물량이 확보되면서 큰 충격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선사들의 관심은 10월에 있을 중국 국경절에 쏠려있다. 국경절 연휴가 1주일에 가까운 탓에 9월 중순부터 중국 공장들이 ‘물량 밀어내기’를 한다. 선사들은 수요 증가를 기대하고 운임 인상을 추진한다. 하지만 성공 가능성에 있어서는 회의적인 모습이다. 과거에는 우리나라 추석기간이 국경절 시기와 맞물려 물량 밀어내기에 따른 운임 인상 효과가 컸다. 하지만 최근에는 추석이 9월 중순에 있어 잇따른 밀어내기 수요를 이용한 운임 인상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국경절 기간에는 일부 선사가 동·서안에 블랭크세일링(임시결항)을 개시할 예정이다. 그 이후부터는 비수기에 접어들 예정이라 선사들이 경쟁적으로 GRI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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