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목전에 둔 한진해운을 살리기위해 부산항만 및 시민 관련 단체들이 부족한 유동성 확보 방안 마련에 발벗고 나섰다.
31일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부산 항만 관계자와 시민단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진해운 살리기 범시민 결의대회'가 열렸다. 30일 부산항만산업협회, 부산국제물류협회, 부산신항만, 부산광역시 등 25곳의 단체는 '한진해운 살리기 시민 대책위'를 발족하고 오늘 실행에 옮겼다. 결의 대회에서는 부산항만공사를 비롯한 부산권 금융기관 및 부산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모아 3천억원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에서 밀어낸 한진해운 살리기에 부산이 적극 사활을 걸고 나선 것이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부산시민과 해운항만물류업단체는 "대한민국 해운산업을 이끌어 온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며 “단순한 금융 논리만으로 한진해운이 40여년간 쌓아온 전 세계 네트워크를 한순간에 잃지 말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진해운은 우리나라 제1의 국적선사로, 세계 해운을 주도해 온 글로벌 선사로 국가 기간산업의 중요축이다. 한진해운 법정관리시 부산항의 환적화물은 60%까지 급감 할 수 있어 부산항 운영에 직격탄이 되고, 관련 산업 전체가 무너져 부산 경제는 회복할 수 없는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단체들은 "오늘의 부산항이 있기까지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한진해운에 3천억원 지원을 아끼려다 국내 해운업 전체로 17조원 손실을 떠안을 수 있음을 인식해야한다"며 "한진그룹은 보다 강력한 자구책을 강구하고,채권단은 단순한 금융논리에서 벗어나 산업경쟁력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라"고 결의했다. 이어 "정부는 국가 기간산업 붕괴 방지 차원에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고, 부산시, 부산경제권은 일자리 상실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고려해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야한다"고 촉구했다.
부산항발전협의회도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대안을 제안하며 적극적으로 한진해운의 부족한 유동성 마련에 나섰다. 부산항발전협의회 이승규 공동대표는 한진해운의 유동성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4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과감한 사재 출연과 부산권 금융.상공업계의 공동 지원, 한진해운의 산업은행 자회사 편입, 한진해운의 부산이전을 통한 육성이 바로 그 대안이다.
이승규 대표는 "한진그룹은 지금까지 1조원 이상을 지원했다고는 하나 부족한 자구안을 제출했고, 한진해운측의 회생 의지를 의심케 한 금액이라 아니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한진그룹과 조양호 회장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추가 자구방안을 조속히 마련, 과감히 출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정기선의 특성상 회생불능을 의미해 부산지역의 직접 매출액은 4400억원이 감소하고, 1만1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대표는 "부산에서 부산권이 먼저 지원방안을 마련해 한진해운 살리기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며 "부산시, 부산항만공사, 부산권 금융·상공업계 등에서는 당연히 공동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진해운을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해 경영 안정을 꾀하고 글로벌 선사로 재탄생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덴마크 머스크라인과 프랑스 CMA CGM, 독일 하파그로이드 등은 자국 선사가 유동성 위기에 처했을 때, 정부에서 대규모 지원을 통해 더욱더 강한 선사로 키운 바 있다. 이 대표는 산업은행의 대담한 결단으로 한진해운 자생 프로그램을 추진해 더욱 견고한 선사로 부산지역, 우리나라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진해운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으로 정부에서 지켜내지 못한 뜻을 부산에서 품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이 대표는 "한진해운을 부산품에서 직접 육성 발전시켜, 해양수도로서의 부산의 위상을 강화해야한다"며 "한진해운의 부산이전으로 지역 인재 양성 및 고용확대, 항만관련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진해운 살리기 시민 대책위'는 청와대와 산업은행, 채권단, 금감원, 금융위원회, 한진해운, 조양호 회장앞으로 한진해운을 살려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유동성 지원에 호소했다. 채권단의 한진해운 자구안 수용 거부 결정에 긴급성명서를 발표하고 국가 정책금융기관의 본분을 촉구하고 채권단의 무모한 결정을 성토했다.
대책위는 긴급성명서를 통해 "한국해운산업의 초석, 대한해운공사의 명맥을 이어받은 한진해운이 마지막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며 "그간 채권단은 유동성 지원은 하지 않고 오직 자구노력만을 강요한 결과 선박이나 터미널 같은 자기 살을 깎아내는 몸부림도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고 밝혔다.
이어 " 채권단은 더 이상의 지원은 없다며 본연의 책무를 저버리는 무책임한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해운, 항만, 조선을 비롯한 연관산업의 막대한 손실과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 불 보듯 뻔한 결정을 내리고 만 것"이라며 "해운산업에 대한 졸속한 결정을 내린 채권단의 무모한 결정에 대해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대책위의 긴급성명서 전문 요약.
-우리 산업의 유지발전을 도외시 하는 안일한 태도를 규탄한다. 한진해운의 청산이 불러올 엄청난 혼란과 피해에 대한 각계각층의 우려가 들끓었음에도 불구하고 걱정과 우려에 대한 한마디 해명 없이 결정을 내리는 무책임함에 가슴깊이 절망하고 분을 참을 수가 없다.
-채권단의 무책임한 결정을 규탄, 또 규탄한다.채권단은 이미 엄청난 지원이 있었던 마냥 추가지원은 없다고 누누이 공언했으나 과연 해운산업에 대한 지원이 있기나 했었는가?
-해운산업에 대한 지원내역이 있다면 낱낱이 밝혀라. 그간 한진해운이 채권단의 요구로 자산을 처분하여 마련한 수조원의 유동성을 채권단에서 회수해 간 것 아니냐?
-자구노력으로 마련한 유동성이 어디에 쓰였는지 소상히 공개하라. 정책금융기관은 우리 해운산업에 미칠 영향은 안중에도 없이 해외 선주에게만 금융지원을 집중했다. 한진해운이 용선료 협상을 벌이는 해외선주들이 바로 우리 국책은행의 지원으로 성장한 선사라는 사실을 아는가?
-국책은행의 해외선주에 대한 지원내역을 빠짐없이 밝혀라. 해외 채권단들도 자신들이 보유한 채권의 유예를 받아들였음에 도 불구하고 하물며 우리 산업의 우산이고 보루여야 할 채권단의 지원거부 결정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유동성지원 거부결정의 근거를 낱낱이 밝혀라.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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