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성장의 주축이었던 중국 경기가 조금씩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 그에 대한 부작용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 중국 경제의 호황에 발맞춰 연일 급등세를 보였던 원자재 가격과 이를 운송키 위해 발주된 수많은 선박 및 건조를 맡은 조선소의 호황 등 관련 분야의 동반상승으로 업계 전반에는 훈풍이 불었다.
하지만 경기 하방국면을 맞아 그동안 급성장을 이끌었던 각종 산업 인프라의 과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의 물동량을 자랑하던 중국 항만들 역시 이제는 과포화 상태로 접어들어 세심한 대응책 마련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中 항만, 시설과잉으로 적자시대 온다
최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중국 내 보고서를 통해 매년 급성장을 이끌던 중국 항만들이 시설과잉으로 적자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과학원(CAS·Chinese Academy of Science) 예측과학센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에서 항만 건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언급하며, 정책 입안자들이 항만 중복건설 및 공급과잉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십년동안 중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에 힘입어 자국을 대표하는 항만인 상하이항, 선전항, 닝보·저우산은 큰 폭의 성장세를 보여 왔다. 상하이항(2005년 1804만TEU → 2014년 3530만TEU), 선전항(2005년 1620만TEU → 2014년 2400만TEU), 닝보·저우산항(2005년 519만TEU → 2014년 1940만TEU)의 물동량 역시 불과 10년 만에 3943만TEU에서 7870만TEU로 100%에 가까운 성장세를 이뤄냈다.
이처럼 폭발적인 물동량 증가로 인해 중국 당국은 앞 다퉈 항만개발에 힘썼고, 이제는 세계 10대 항만 중 중국 항만이 무려 8개(2위 싱가포르, 5위 부산항)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문제는 지난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 경제 침체로 글로벌 물동량 증가세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다.
CAS가 조사한 세계 20대 컨테이너 항만에 대한 상황분석에 따르면 다롄항, 홍콩항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 외 항만들도 물동량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물론 향후에도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서 제조 및 수출 국가의 위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PTI(Port Technology International)사에 따르면 중국의 대형 항만 물동량은 2030년까지 연간 6%의 성장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항만의 화물 처리능력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 중국의 항만시설은 단기적으로 공급과잉 현상을 보일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이러한 항만의 공급과잉 현상은 수요의 완만한 성장에 따라 전 세계 항만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다.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 역시 지난 10년간 큰 폭으로 증가(2005년 3억7600만TEU→ 2014년 6억7900만TEU)해 세계 대부분의 항만들 역시 화물처리 능력을 대폭 늘여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 경기침체 국면으로 물동량이 정점을 찍음에 따라 이제는 과용 항만시설로 인한 물동량 유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년 초 글로벌 얼라이언스의 재편으로 항만간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그 여파가 단순히 중국에 국한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서는 본격적인 항만 경쟁으로 항만수익 감소와 운영비용 또한 증가해 항만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시설과잉, 수요 불확실성, 비용 상승은 전 세계 항만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3중고’이며, 그동안 중국은 이와 같은 항만분야의 환경변화의 예외 지역으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중국도 이러한 현실에 직면해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 부산=김진우 기자 jw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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