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항로는 실링(선적상한선)을 파격적으로 낮춘 덕에 물동량 약세에도 불구하고 취항선사들이 목표 물량을 모두 뛰어넘는 호조를 보였다. 1~2월이 비수기라는 점에 미뤄 고무적인 결과다.
한일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은 올해 제1기(1~2월) 실링 82%를 모두 소화했다고 전했다. 1~2월 실링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물동량이 급감한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2009년엔 실링이 60%대까지 강화됐었다. 선사 관계자는 “2월 들어 설 연휴로 공장 가동이 줄어들면서 물동량은 강세를 띠진 않았다”면서도 “실링이 워낙 낮게 책정된 까닭에 전 선사들이 목표치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선사들은 올해 제2기(3~4월) 실링을 95%로 정했다. 3월부터 한일항로 물동량이 상승세를 띠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실링을 100%로 정했음에도 이를 모두 채운 바 있다. 너무 조이기만 할 경우 한일항로 ‘파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실링을 크게 높인 이유다. 한 선사 관계자는 “계속 옥죄면 화주들이 다른 루트를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며 “예년에 3~4월이 한일항로의 성수기였던 만큼 올해도 1~2월에 비해 시장 상황이 크게 개선될 걸로 본다”고 말했다.
이 항로 운임은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이다. 2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으로 수출항로는 150달러 안팎, 수입항로는 50달러 안팎이다. 수입항로 운임은 일본 아베 정권의 엔저 정책으로 수입 물동량이 상승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딘 회복세를 띠고 있다. 선사들은 물동량이 강한 탄력을 보여주지 않을 경우 실링을 빡빡하게 설정한다 하더라도 운임 회복이 쉽지 않을 걸로 진단했다.
선사들은 피더화물 운임은 지난달 최저운임제(MGL) 도입으로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피더화물은 원양선사들이 고객인 화물로,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에서 북미나 유럽으로 나가거나 북미나 유럽에서 일본으로 들어오는 화물을 일컫는다. 피더운임은 화물이 두 자릿수로 감소하면서 하방 압박을 받아왔다.
지난해 한일항로 물동량은 2014년과 보합세를 비교해 띠었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에 따르면 2015년 한일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은 179만3800TEU로, 2014년의 179만6300TEU에 비해 0.1% 감소했다. 수출은 2.6% 감소한 101만300TEU, 수입은 3.2% 늘어난 78만3500TEU였다. 직교역(로컬) 화물은 1.8% 감소한 71만9200TEU를 기록했다. 로컬수출은 8% 감소한 37만7800TEU, 로컬수입은 5.9% 늘어난 34만1300TEU였다. 로컬 수출입 비중은 2014년 56대 44에서 지난해 53대 47로 변화했다. 이밖에 피더화물은 34만8000TEU로 13.8% 감소한 반면 3국간화물(환적)은 72만6600TEU로 10.1% 늘어났다.
한편 남성해운과 범주해운은 이달 인수한 1000TEU급 컨테이너선을 나란히 한중일항로에 나란히 투입했다. 범주해운은 지난 4일 명명식을 가진 <팬콘빅토리>호를 부산을 거점으로 중국 상하이·닝보와 일본의 서안 지역을 잇는 항로에, 남성해운은 15일 명명한 <스타챌린저>호를 북중국과 일본 서안을 연결하는 항로에 각각 취항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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