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제재 해제로 빗장이 활짝 열린 이란 시장이지만 해운선사들의 얼굴엔 여전히 근심이 가득하다. 이란 특수에 대한 기대감만 커졌을 뿐 발주사들의 주문량이 늘지 않아 수출 물량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제제가 풀렸지만 중동항로는 비수기와 설 명절 연휴로 인해 2월~3월 말까지 수출입 물량이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가하락은 현지 바이어들의 구매력 저하로 이어지며 예년보다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선사들의 중론이다. 선사들은 이란제재 해제 효과에 대해 향후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남은 1분기는 이란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선사들의 화물 집하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경제제재 해제에 발 맞춰 선사들은 이란으로 속속들이 합류하고 있다. 최근엔 UASC와 MSC 등이 이란 서비스를 재개하며 화물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취항선사 한 관계자는 “이란을 기항하고자 하는 선사들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치열한 화물집하 경쟁으로 인해 운임이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사들의 집하 경쟁이 우려되지만 이란 시장의 향후 전망은 밝다. 코트라에 따르면 이란은 향후 5년간 연평균 8%의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재 완화 이후 경제 성장률을 약 6% 수준으로 전망했지만, 이란 정부는 연평균 8%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진행됐던 선사들의 운임인상(GRI)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란 서비스를 본격화한 선사들의 서비스 강화 등으로 인해 GRI를 실시할 수 없었다는 게 해운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한국발 이란 반다르아바스행의 20피트 컨테이너(TEU)당 해상운임은 약 400~500달러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분기 들어 떨어진 운임이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선사 관계자는 “이란 제재로 인해 서비스를 강화하는 선사들이 늘면서 운임이 바닥을 형성하고 있다”면서도 “더 이상 떨어질 운임이 없어 오르기만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떨어진 운임을 끌어올리고자 중동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의 협의체인 IRA는 지난 1월 중순께 GRI를 실시했다. 인상액은 TEU당 400달러, 40피트 컨테이너(FEU)당 800달러였으나 무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선사 관계자는 “선사들의 화물유치 경쟁이 심해지고 있고 운임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GRI는 엄두도 안 난다”고 말했다. 취항선사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는 GRI 계획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동항로의 해상운임은 선사들의 잇따른 서비스 강화로 1월에 이어 하락세를 보였다. 2월5일 상하이항운거래소(SSE)가 발표한 상하이발 페르시안걸프·홍해항로 평균 운임은 TEU당 276달러로 급락했다. 지난달 초 460달러대에서 크게 하락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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