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한중항로는 극심한 운임부진에 시달렸다. 바닥까지 떨어진 운임은 바닥을 파고 들어가는 기형적인 모습을 보여 시장관계자들의 깊은 우려를 샀다. 고질적인 선복과잉 시장에서 물동량마저 약세를 띠자 선사들의 덤핑경쟁이 기승을 부렸다.
황해정기선사협의회에 따르면 1월부터 11월까지 한중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은 243만7836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1만2121TEU에 견줘 -3%의 역신장을 기록했다. 직교역화물(로컬화물)과 피더화물 모두 하락세를 띠었다. 로컬화물은 224만5836TEU, 피더화물은 19만2000TEU로 각각 -2.9% -3.3%의 감소세를 보였다.
물동량 약세는 수출화물의 심각한 부진 때문이다. 같은 기간 수출물동량은 99만2626TEU를 기록 12%나 감소했다. 물동량 강세 지역인 상하이나 신강 칭다오 다롄 닝보 등 대부분의 주요 항로 물동량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상하이와 칭다오 닝보는 각각 -10.1% -21.1% -31.2%의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경기 둔화에 따른 중국 내수 부진과 현지 임가공 생산기지 이전 등으로 수출화물은 성장 탄력을 잃고 침체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수입물동량은 상승곡선을 그렸다. 선사들은 중국발 한국행 항로에서 11개월간 4.4% 증가한 144만5210TEU를 수송했다. 주요 항로 중 다롄만 2.8%의 감소세를 보였을 뿐 상하이 8.2%, 신강 12.1%, 닝보 11% 등 모두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직교역화물은 4.7% 늘어난 132만8969TEU를 기록, 중국 생산품의 한국 수입이 더욱 늘어나고 있음을 엿보게 했다.
한중항로 운임은 올해 내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수입항로 운임은 물동량 성장과는 반대로 줄곧 인하 곡선을 그려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상하이항운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월 200달러대를 웃돌던 상하이발 한국행 수입 운임은 시간이 흐를수록 시나브로 하락, 11월 중순께 105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동안 채산성 유지에 큰 역할을 해왔던 수입항로 운임이 하락곡선을 그리면서 선사들이 한중항로에서 체감하는 시황은 더욱 거칠어졌다는 평가다.
수출항로도 운임 약세가 표면화됐다. 수출운임은 올해 초까지 50달러대를 유지하다 물동량 약세가 이어지면서 시나브로 하락했다. 일부 선사들은 100달러가량 받고 있는 터미널조작료(THC) 등을 깎아주는 등 마이너스운임을 본격적으로 수출시장에 도입해 저가경쟁의 불을 지폈다. 게다가 톈진항 폭발사고로 시계제로의 시황을 연출하며 선사들을 힘들게 했다.
급기야 한중 양국은 운임공표제(운임신고제) 카드를 꺼내들며 시장안정화에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내년 3월부터 한중항로를 중심으로 전 항로에서 운임공표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중국발 한국행 화물에 부과되던 긴급유류할증료(EBS)나 공컨테이너재배치비용(CIC) 등을 폐지하는 대신 기본운임을 올리는 방식의 운임 구조 개편을 선사들에게 지시했다. 그 결과 인천 구간 운임은 150달러선까지 상승하는 등 회복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사들은 정부의 시장안정화 정책을 배경으로 기형적인 항로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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