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정답은 선복 감축이었다. 한일항로에서의 운임인상 시도가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단단히 조인 선적상한선(실링)을 배경으로 화물이 기준 선복을 웃돌면서 운임이 상승탄력을 보여 주고 있다.
취항선사들에 따르면 한일항로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으로 200달러대를 회복했다. 기존 계약화주들의 경우 인상 전 운임을 유지하는 곳도 눈에 띄지만 신규 또는 단기계약(스폿) 화주들은 대부분 200달러대에서 운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취항선사들은 권익단체인 한국근해수송협의회(KNFC)를 중심으로 11월1일부로 TEU당 50달러의 기본운임인상(GRI)을 실시했다. 아울러 올해 6기(11~12월) 실링을 89%로 정했다. 선복을 줄여 운임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실링 89%는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2010년 이후 최저치다. 한일항로의 성수기라 할 수 있는 11월에 80%대로 실링을 낮췄다는 건 선사들의 운임인상 의지가 그 만큼 강하다는 걸 의미한다. 취항선사들은 2009년 1~2월 63%로 실링을 정한 뒤 1년간 강화된 실링 수준을 고수하다 2010년 1~2월 83%를 끝으로 줄곧 90% 이상을 유지해왔다.
실링을 줄이자 곧바로 시장에서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11월20일 현재 한 곳만 빼고 전 선사들이 계획한 선복 이상을 집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선복을 채우지 못한 선사도 월말에 접어들면서 계획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표한 운임인상도 성공한 건 물론이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선사들이 실링을 10~20% 가량 웃도는 집화실적을 보였다”며 “물동량이 강세를 띠는 11월에 실링을 강화한 만큼 화주들이 느끼는 선복난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사들은 12월부터는 장기계약 화주들을 대상으로 2차 운임인상에 나설 예정이다. 연말 계약갱신 시즌을 맞아 고무된 시장상황을 바탕으로 대형화주들을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12월까지 선복 부족이 이어질 전망이어서 저운임 화물들은 자연스레 걸러지고 고채산 화물이 그 빈 자리를 채울 것으로 관측된다.
선사들은 나아가 향후에도 강화된 실링 수준을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1~2월 비수기에도 현재의 시장 분위기를 끌고 가겠다는 전략이다. 실링 위반시 내야 하는 벌금이 높아진 까닭에 실링 강화 정책은 무분별한 덤핑경쟁을 규제하는 효과를 십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한일항로 3분기 물동량은 43만8000TEU로, 1년 전의 44만2460TEU에 견줘 1% 감소했다. 올해 1분기의 43만9000TEU, 2분기의 46만3000TEU에 비해서도 각각 0.3% 5.4%의 감소세를 띠었다. 3분기는 전통적인 한일항로의 비수기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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