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들의 안전망 역할을 해왔던 한일항로마저 시황 부진이 표면화되는 모양새다. 과거 2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으로 200달러를 웃돌던 수출 운임은 150달러대 이하로 하락했으며 수입운임은 50달러 이하로 급전직하했다. 일본 아베정부의 엔저 정책이 가져온 부작용이다.
한일항로 취항선사들이 최근의 시장 하락세를 타개하기 위한 칼을 꺼내든다. 선사들은 11월을 목표로 기본운임인상(GRI)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한일항로에서 GRI 형태의 운임회복 전략이 실시되는 건 2013년 이후 2년만이다. 아직까지 GRI 도입의 구체적인 시기나 인상 폭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운임 수준이 고점에 비해 반토막 난 점에 미뤄 200달러대에 이르는 높은 폭의 인상안도 점쳐진다.
선사들은 운임회복 성공을 위한 담금질 모드에 돌입했다. 우선 일본 현지 대리점을 방문해 운임회복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적극적인 화주 설득을 당부했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KNFC) 회장단은 협의체에 가입해 있지 않은 외국기업, 이른바 맹외선사들을 대상으로 운임회복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할 예정이다.
선사 관계자는 “일본 현지에서도 운임 회복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이 되고 있다”며 운임인상 성공가능성을 높게 봤다. 선사들은 나아가 성수기로 분류되는 11~12월 기간의 선적상한선(실링)을 크게 조여서 시장 분위기를 띄운다는 방침이다. 일부 선사들은 80%대 후반까지 실링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의 물동량 실적은 부진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선사들은 올해 제5기(9~10월) 실링을 95%로 정했다. 전기의 97%에 비해 소폭 강화된 것이다. 올해 실링은 94%에서 시작해 100%까지 올랐다가 시나브로 내려가는 추세다. 엔저에 따른 수출화물 약세를 고려한 조치다.
실링을 보수적으로 정했음에도 9월엔 이를 모두 소화하는 선사들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입화물 실적은 올해 최저치였던 2월 수준까지 떨어진 곳도 눈에 띈다. 우리나라의 추석 연휴와 일본의 실버위크(9월19~23일) 등으로 공장조업일수가 줄어든 데다 엔화가 소폭 오름세를 띤게 원인이다.
선사들은 다음달에는 물동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10월은 3월과 더불어 한일항로의 전통적인 성수기인 만큼 9월의 부진을 만회하면서 본격적인 상승세로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다. 선사 관계자는 “10월에 실링을 웃도는 수준까지 물동량이 몰리면 낮은 운임의 화물을 ‘솎아내기’하는 방법으로 운임상승을 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일항로 물동량은 7월까지 소폭의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KNFC에 따르면 1~7월 물동량은 104만7568TEU를 기록, 1년 전의 105만3011TEU에 견줘 0.5% 감소했다. 월별로 2~3월 6~7월에 각각 마이너스성장곡선을 그렸다. 특히 7월 직교역화물(로컬화물)은 수출이 8.4% 감소하고 수입이 2.2% 늘어나면서 전체적으로 3.8% 감소한 5만8448TEU를 기록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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