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항로의 시황이 휴가철을 맞아 전반적으로 악화됐다. 물동량은 크게 감소했으며 그 결과 운임도 다시 하방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대부분의 취항선사들이 7~8월에 선적상한선(실링)에 미달한 물동량 성적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고려해운과 장금상선만이 실링을 모두 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선사들이 정한 실링은 97%였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7월엔 그나마 물동량이 휴가철치곤 괜찮은 편이었지만 8월 들어서면서 크게 위축됐다”며 “8월은 전 달 대비 10% 이상 감소하는 등 예상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선사들은 엔저와 유가하락 등으로 수출화물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실적 부진 배경을 추정했다. 휴가철과 일본 오봉절 연휴도 물량 약세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8월15일을 전후로 5일 가량 쉬는 오봉절 연휴는 물동량이 크게 줄어드는 시기다. 엔화 약세로 수입화물이 늘고 있지만 수출화물 부진을 만회하긴 역부족이다.
실적 악화로 운임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수출 운임의 경우 2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으로 150달러대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실링 위반에 대한 처벌 강화로 잠잠해졌던 운임 할인 경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수입 운임은 50달러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상황이 악화되자 실링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운시장이 전방위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실링 완화정책을 계속 유지할 경우 한일항로도 떨어지는 운임을 다잡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7~8월 실링을 놓고도 선사들은 강화 여부를 고민했다. 휴가철 비수기를 맞아 실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완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갈렸다. 하지만 위반 선사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 상황에서 실링까지 더 조일 경우 선사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데 힘이 실리면서 비수기치곤 느슨한 수준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취항선사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한일항로는 9월 이후 물동량이 상승세를 타면서 10~11월 정점을 찍는 시황흐름을 보여왔다”면서도 “현재의 실링 수준이 계속 이어질 경우 물량이 늘어나더라도 운임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실링 강화 의견에 힘을 실었다.
상반기 물동량 실적은 지난해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5월까지 증가곡선을 그리다 6월 실적의 부진으로 하락세로 전환했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에 따르면 1~6월 한일항로 물동량은 90만2526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56TEU(0.3%) 줄었다. 수입은 지난해 37만1431TEU에서 올해 39만3804TEU로 6% 늘어난 반면 수출은 53만3951TEU에서 50만8722TEU로 4.7% 감소했다. 직교역화물(로컬화물)은 수출의 경우 9.3% 감소한 19만754TEU, 수입은 10.6% 늘어난 17만1144TEU로 집계됐다. 로컬화물의 수출입 비율은 53대 47까지 좁혀졌다. 6월 한 달 실적은 2% 감소한 15만4735TEU를 기록했다. 수출은 5.1% 감소한 8만5019TEU, 수입은 2.1% 늘어난 6만9716TEU였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