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항로는 화물의 약세 행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수출화물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전체 항로 상황을 어둡게 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해 있던 제조공장들의 제3국 이전과 중국 경기불황 등에 한중항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취항선사들은 성수기로 평가되는 2분기에도 기대 이하의 실적을 보였던 한중항로 시황은 휴가철 비수기가 시작되는 7월 이후 하락세가 심해졌다고 전했다. 황해정기선사협의회에 따르면 1~5월 한중 수출항로 물동량은 46만300TEU로 전년 동기대비 7.9% 감소했다. 이 중 직교역(로컬) 화물은 42만2400TEU로 9.6%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항로에서 7.9% 늘어난 58만3900TEU를 처리하며 전체 실적이 플러스를 기록했지만, 상황은 매우 안 좋은 편이다. 선사들은 한중항로 소석률(선복 대비 화물적재율)이 수출 50%, 수입 60%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만성 공급과잉에 허우적대고 있는 한중항로에서 수출 물량이 10%나 빠졌다”며 “지금까지의 흐름을 봤을 때 하반기엔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항로 운임은 선사들의 운임인상 시도가 무색하게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모양새다. 20피트 컨테이너(TEU)당 수출항로 운임은 50달러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이마저 요즘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선사들은 전했다. 일부 대형화주들의 경우 선사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운임 인하를 요구해 영업담당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아울러 100달러가량 적용되고 있는 터미널할증료(THC) 할인을 요구하는 화주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상하이항운거래소가 발표한 상하이발 부산 종점의 수입항로 운임은 150달러 정도다. 기본운임과 부대운임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이 항로엔 THC와 190달러 정도의 유가할증료(BAF)가 적용되고 있다. 선사들의 생명줄인 부대운임마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운임을 제어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이른바 운임공표제의 활성화다. 운임공표제는 1999년에 도입됐지만 현재 시장에선 작동을 멈춘 상태다. 선사들은 운임안정화 장치가 제대로 기능해야 비정상적인 현재의 운임 수준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선사 관계자는 “운임이 끊임없이 떨어지고 있어 정말 난감하다”며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고 호소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운임공표제가 실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운임공표제에 부정적인 목소리도 들린다. 시장 관계자는 “취지는 좋지만 중국과 같이 운임을 컨트롤할 수 있는 조직이 없다”며 “오히려 효과는 보지 못하고 선사들의 업무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경쟁이 과열돼 나타난 불황인데, 정부가 개입해 모두 안고 가려고 하는 게 잘하는 건지 따져볼 문제”라고 운임공표제 불가론을 주장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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