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동항로는 전통적으로 물동량이 강세를 보이는 기간이지만 올해는 예년만큼의 견실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제휴확대에 나서며 중동항로에 선대를 투입하는 선사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선사들의 운임 수준 또한 예년만 못하며 쌀쌀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부셰르항의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2000달러 중반대를 유지했지만 최근엔 1500달러를 지키기에도 버거운 모습이다. 상하이항운거래소가 7월10일 발표한 상하이발 중동행 평균 운임은 TEU당 737달러까지 하락했다. 7월3일 737달러 대비 204달러나 하락했다.
7월 중동항로는 통상적으로 피크시즌을 보내지만 올해는 전체적으로 물량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라마단기간이 예년보다 2~3달 앞선 이른 6월 중순부터 시작돼 물량 밀어내기로 6월 초까지 강세를 보였어야 했는데 그런 특수마저 누리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만선으로 중동으로 향하던 컨테이너선들은 올 들어 스페이스가 조금씩 빈 모습을 보였다. 선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화물 적재율(소석률)은 전년 대비 최대 2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항로에 취항하는 선사들은 늘어난 선복량과 선박 대형화로 인해 역풍을 맞고 있다. 또 화주들의 제품 주문지연으로 선사들의 소석률이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낮아진 상태다. 취항선사 관계자는 “운임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화주들은 석유화학제품, 제지 등의 물량을 쌓아두고 발주를 미루고 있다”고 밝혔다.
중동항로 선사단체인 IRA는 7월1일부로 성수기할증료(PSS)를 TEU당 300달러, 40피트 컨테이너(FEU)당 600달러를 부과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물량이 화주들의 부담이 커 실행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정한 시황 속에서 운임인상의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선사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선사 관계자는 “선사들의 경쟁이 극심할 뿐만 아니라 물량도 받쳐주질 않아 운임인상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선사들은 지난해와 비교해 물량이 줄면 줄었지, 더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불투명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란 핵협상이 지난 14일 최종타결됐다. 이번 타결은 중동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에게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란은 우리나라의 중동 상위 수출국이며, 제재 해제시 수출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 상반기 중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제재 해제 등 구체적인 조치가 현실화될 예정이며 그동안 경제제재로 인해 수출되지 못했던 생필품, 자동차 부품, 철강판 등이 활기를 띌 것으로 전망된다. 선사 관계자는 “제재가 해제되고 이란 교역이 앞으로 활성화되면 침체됐던 중동항로에 순풍이 불어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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