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 침체를 겪는 유럽항로를 구하기 위해 선사들이 선복 감축에 나서기 시작했으나 그 효과는 미지수다.
유럽항로는 정기선사들의 초대형 선박 투입으로 인한 선복량 증가로 나날이 최저치 운임을 경신하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얼라이언스들이 선복 감축에 나서며 일단 시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는 추세다.
여기다 정기선사들은 성수기를 맞이해 7월초부터 운임인상(GRI)에 나서며 운임 끌어올리기에 나선다. 그러나 선복 증가 속도가 워낙 빨라 예상보다 감축 효과가 크지 않으리라는 부정적 전망도 돌고 있다.
O3, 주당 1만TEU 이상 선복감축 효과 꾀해
아시아-북유럽 항로에서 최대 점유율을 차지하는 2M의 선복 감축 계획 발표에 이어 CMA CGM, 차이나쉬핑, UASC가 뭉친 ‘오션쓰리(O3)’도 6월 하순부터 아시아-유럽 항로에서 선복 조절에 들어간다.
지난 17일, O3 참여 선사 CMA CGM과 UASC는 아시아-북유럽 선복 감축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선복 조절 방안은 6월말부터 O3의 북유럽 서비스 2루프를 번갈아 결항하는 것이다. O3 측은 선복 감축을 통해 주당 1만TEU 이상의 선복 감축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선복 감축 대상이 된 서비스는 북유럽의 FAL2/AEC8, FAL3/AEC7이다. 6월말인 27주부터 9월 중순인 38주까지 총 12주 동안 2루프가 교대로 결항하게 된다.
현재 이 서비스에는 1만TEU에서 1만5000TEU급 선박들이 투입되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주당 평균 1만2400TEU의 선복 감축 효과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선복 감축으로 인한 결항으로 기항지 일부도 개편된다. FAL3는 부산항과 중국 북부 지역을 기항했지만 이번 개편에 따라 FAL2와 동일한 지역을 기항하게 된다. FAL2는 닝보, 중국 동 남부에 기항하게 된다.
이번 결항을 대체하기 위해 FAL1이 북중국과 부산을 기항한다. FAL1에 기항지가 추가됐기 때문에 CMA CGM 측은 추가 선복을 투입해 12척 체제로 운항하게 된다고 밝혔다.
‘뛰는’ 선복 조절, ‘나는’ 대형선 투입
아시아발 유럽항로의 운임 하락으로 정기선사들 사이에선 선복 조절의 필요성이 제시돼 왔다. 상하이항운거래소가 집계한 6월19일 상하이발 북유럽 노선의 운임은 20피트컨테이너(TEU)당 205달러, 상하이-지중해 노선의 운임은 TEU당 274달러로 최저치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는 중이다.
이번 O3의 휴항 결정뿐 만 아니라 2M 역시 3분기부터 아시아-북유럽, 지중해 항로를 기항하는 ‘AE9/콘도르’에 투입되던 9600TEU급 선박을 6500TEU급으로 교체해 선복 감축을 예고했다. G6 역시 일부 루프를 휴항하며 선복 조절에 나섰다.
아시아발 유럽항로에서 최대 점유율을 차지하는 양대 얼라이언스 2M과 O3의 선복 감축에 따라 유럽항로가 시황회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일단 정기선사 관계자들은 실상 그 효과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2M의 경우 운항하고 있는 6루프 중 1루프에서만 선복 감축에 나서며 1만TEU급 이상 선복이 아닌 9600TEU급 선박들이 교체 대상이라는 점에서 선복 조절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또 선복 감축 시기 또한 8월로 설정돼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무리로 보인다.
감축에 비해 선복 공급 속도가 상당히 빠른 것 또한 운임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5월말 기준으로 2019년까지 1만8000TEU급 이상의 ‘초대형 선박’ 발주 잔량은 60척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발주된 컨테이너선은 140만TEU로 작년 상반기 대비 6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척수는 100척 이하지만 1만8000TEU에서 2만TEU급 선박 발주가 무려 39척이기 때문에 100만TEU를 초과한 것이다.
유럽항로를 취항하는 정기선사 관계자는 “1만8000TEU급 선박들이 투입되고 있는 시점에서 현재 공표된 선복 감축 사안으로는 시황을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매달 GRI를 통해 운임을 끌어올리려 한 정기선사들은 오는 7월1일에도 TEU당 1000~1300달러의 GRI를 시도한다.
TEU당 1000달러의 운임 인상치를 공표하더라도 실제 인상분은 200~300달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유럽항로를 취항하는 정기선사 관계자는 “선복 공급의 속도가 빨라 갈수록 운임 올리기가 어려워 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드류리에 따르면 선사들의 초대형선박 투입으로 공급이 증가해 1분기 운임지수는 28% 하락했으며 그 결과 컨테이너당 1분기 평균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6%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화주의 3분기 운임 협상이 곧 시작되기 때문에 정기 선사들의 마음은 바빠지고 있다. 그러나 선사 관계자들은 침체된 시황 탓에 작년보다 더 낮은 운임으로 분기 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하고 있다. 지난해 통상적으로 TEU당 700~800달러로 계약을 맺었다면 올해는 그에 못 미친 500~600달러의 운임을 예상하고 있다.
일단 정기선사들은 전통적으로 성수기라 여겨지는 3분기부턴 중국발 물량 회복을 등에 업고 얼라이언스별 선복 감축을 통해 바닥까지 떨어진 운임을 끌어올리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그러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선복 탓에 그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이명지 기자 mj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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