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항로의 침체가 심상치 않다. 브라질의 경기 부진으로 남미동안의 운임 하락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으며 남미서안까지 시황 침체가 번지고 있다.
중남미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은 매달 보름 간격으로 운임인상(GRI)을 계획하며 운임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러나 남미동안은 GRI의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예상보다 시황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돈다.
남미동안, ‘브라질 회복만 기다려’
남미동안에 예정됐던 6월15일 GRI는 다음달 초까지 연기된 상태다. 선사 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다소 상황이 나았던 남미서안은 TEU당 500~700달러의 GRI를 일부 적용했다. 그러나 그 효과가 얼마나 갈지는 미지수다.
정기 선사들은 보름 간격으로 GRI를 계획했지만 서로 눈치만 보다 시장에 적용하지 못했다. 특히 남미동안의 경우 중순에 계획했던 GRI를 시장 상황을 보며 월말로 미루는 게 반복되고 있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올해 1월초만 해도 남미동안 항로는 1000달러대의 운임을 유지하고 있었다. 상하이항운거래소가 집계한 1월9일 상하이-브라질 산투스 노선의 운임은 20피트컨테이너(TEU)당 1206달러였다.
그러나 브라질, 아르헨티나의 경기가 갈수록 침체되면서 운임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1월 이후로 1000달러대가 무너지더니 급기야 6월 들어선 상하이발 기준으로 300달러대에 진입했다. 상하이항운거래소가 집계한 상하이발 브라질 산투스 노선의 6월5일자 운임은 TEU당 389달러로 나타났다. 일주일 후인 6월12일에는 TEU당 371달러까지 떨어져 그 침체의 폭이 더 깊어졌다.
중남미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은 매달 GRI 공지를 통해 운임을 끌어올리려 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4월말 잠시 996달러까지 회복을 일궜지만 GRI 효과는 일주일도 채 가지 못했다.
선사들은 지난해 초만해도 중남미항로가 브라질월드컵 등 대규모 스포츠 행사를 계기로 호황을 누릴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지난해 8월 월드컵을 개최했으며 오는 2016년에는 올림픽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릴 예정이다. 물량이 늘기는 커녕 월드컵이후 정치적 혼란에 휘말린 브라질은 연이은 국민들의 시위로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 최대 국영기업인 페트로브라스의 비리 혐의도 경제 위기를 앞당겼다.
내부적 불안과 함께 외부적 요인도 브라질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중국으로의 원자재 수출이 경제의 큰 축을 차지하는 브라질이 중국 경기 침체에 가장 큰 피해자가 된 것이다. 올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7%로 내려앉았다.
남미동안 항로 물량의 80%를 차지하는 브라질의 경기 침체는 운임 침체와 직결됐다. 정기선사 관계자들은 브라질이 경기 회복을 이루기 전까지 남미동안 운임이 쉽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남미서안은 동안에 비해선 침체의 폭이 깊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남미동안과 마찬가지로 운임 동반 하락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오는 7월11일부턴 국적선사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대만의 양밍해운과 함께 극동아시아-남미서안 신규노선을 시작한다. 55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이 투입되는 이 신규 노선은 선전-가오슝-닝보-상하이-부산-만사니요-부에나벤투라-카야오-발파라이소-산비센테-만사니요-부산-선전을 기항한다.
정기 선사 관계자들은 중남미항로에 8000~9000TEU급 선박 기항이 늘어나면서 5500TEU급 선박을 주로 투입하고 있는 국적선사들의 서비스 경쟁력이 떨어질것이라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시황이 악화된 이 시점에선 아무리 작은 선대를 운영하더라도 공급 증가에 큰 몫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중남미항로를 취항하는 선사 관계자는 “지금처럼 시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신규서비스의 등장은 선사들의 소석률(선복 대비 적재율)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걱정을 토로했다.
고운임을 유지하던 카리브해 역시 중남미 최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가 유가 하락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맞으면서 조금씩 운임이 하락하고 있다.
중남미항로의 시황 하락원인에는 선복량 증가를 빼놓을 순 없다. 당초 동서항로를 기항하던 선박들이 초대형 선박들의 투입으로 남북항로로 캐스케이딩(전환배치)되면서 공급이 증가한 것이다.
영국 해운전문 언론 컨테이너리제이션 인터내셔널(CI)의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중남미 노선에서는 5000TEU급에서 1만TEU급 선박이 선복량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선박은 7500TEU에서 9999TEU급으로 약 4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물동량은 부진한 경기 때문인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아시아발 남미동안의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한 150만TEU로 나타났다. 감소폭이 그렇게 크진 않지만 신흥국들의 경기 성장을 바탕으로 꾸준한 물동량 증가를 이뤄온 중남미항로에겐 큰 타격이었다. 2013년만해도 9%의 물동량 성장을 이룬 중남미항로였다.
정기선사들의 선복 증가와 더불어 브라질 경기가 계속 침체를 이어간다면 당분간 중남미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들의 경제 성장으로 탄탄대로를 달릴 듯 했지만 당분간 중남미항로는 저운임으로 몸살을 앓을 것으로 전망된다.
< 이명지 기자 mj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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