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협상의 전제조건이라 불리는 미국의 TPA(무역촉진권한)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TPP 협상이 지체되고 있지만 TPP 협상의 금년 상반기 타결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보고서가 나와 주목을 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TPP 협상 상반기 타결 가능성, 한국도 대응전략 마련해야>라는 보고서를 통해 2016년에는 미국의 대선, 일본의 참의원 선거 등 TPP 참여 주요국의 정치 일정이 잡혀 있어 금년 상반기가 사실상 협상 타결의 데드라인이라고 진단했다. 상반기에 타결되지 않을 경우 하반기부터는 美 대선 정국의 본격화로 TPP 협상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TPP 참여국들도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TPP 참여국간의 의견 차이는 상당히 좁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인 미?일 간 상품 개방 분야 논의도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당초 미?일 간 협의는 미국은 일본의 농업 시장 개방을, 일본은 미국의 자동차 시장 개방을 요구하며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TPP 협상 타결의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해 왔다. 미국과 일본이 TPP의 경제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해 영향력이 큰 만큼 양국 합의 없이는 협상 타결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근 양측은 일본이 쇠고기, 돼지고기 등의 개방 수준을 높이고 미국도 자동차 부품 시장 개방에 유연성을 보이는 방향으로 이견을 좁히고 있다.
보고서는 TPP 협상 타결 가능성은 미국의 TPA 관련 법안의 진행 과정을 통해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TPA는 미국 의회가 대통령에게 대외무역협상권을 위임하는 것으로 TPA 하에서 체결된 협정에 대해 의회는 찬성 및 반대 의사만 표시할 수 있고 협정 내용에 수정을 가할 수 없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TPA는 그동안 미국 FTA 추진의 원동력이 되어 왔다. 실제로 TPA 하에서 클린턴 정부는 NAFTA, UR 협정을 체결했고, 부시 행정부는 한?미 FTA를 포함해 무려 11건의 FTA를 체결한 바 있다. 현재 TPA는 2007년 만료된 상태로 이후 미국은 단 한건의 FTA도 체결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TPA 법안 심사 및 처리 양상이 TPP 협상 타결에서 결정적인 계기를 부여해줄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결단이 필요할 만큼의 첨예한 쟁점에 대해 TPA하에서는 참여국들이 유연한 자세를 보여 협상할 수 있지만 TPA가 없는 경우 수정 가능성을 우려해 최종 입장을 내놓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오바마 행정부와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TPA 처리에 적극적인 입장인 반면 자동차 노조 등이 주요 지지 세력인 민주당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TPA 법안은 당초 2월 심의가 개시될 것으로 보였으나 여야의 입장차이로 현재는 3월말~4월 중순에 걸친 의회 휴회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TPA 없이는 TPP 협상 타결이 어렵다는 점과 금년 상반기가 TPP의 실질적인 데드라인이라는 점을 미 의회도 인식하고 있는 만큼 4월 중순에 심의가 개시되어 신속히 처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TPP 협상의 상반기 타결도 가시권에 들어오게 된다.
국제무역연구원 명진호 수석연구원은“TPP 협상이 타결될 경우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고(69.0%) 최근 5년간 해외 투자의 44.4%를 TPP 지역에 집중하고 있는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우리 기업들이 TPP의 생산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도록 TPP 참여를 조속히 결정하고 참여 시기 및 방법 등 구체적인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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