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산업의 흥망성쇠는 인류사회의 발전과 세계 경제의 변화 그리고 특정 국가의 정책에 크게 좌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거 1960~70년대 한국은 석탄을 많이 사용하였는데 강원도를 위시한 여러 곳에 탄광이 많았는데, 태백이나 영월처럼 광산이 많은 곳에는 탄광촌이 번성하여 소비적인 활동이 많은 상가들이 즐비하게 생겨났다. 그러나 석유의 도입과 더불어 국민 생활의 패턴이 석탄에서 석유로 바뀌고 석탄이 채굴비용이 상승하여 채산성이 낮아지는 바람에 그 많던 탄광은 폐광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도시 전체가 유령도시처럼 쇠락의 길을 겪게 된 것이다.
세계 철도거리 1위의 미국은 철도의 역사다. 미국의 초기 개척자들은 철도의 건설을 통해 서부로 전진하였으며, 태평양 서안까지 이르러 오늘날 캘리포니아 주의 번영을 만들어냈다.
우리가 군수물류의 성공적인 수행으로 인해 걸프전의 영웅이 되어 미국이 최대 기업 중 하나인 시어즈 그룹의 대표로 영입된 파고니스 장군의 사례를 보아도 물류가 전쟁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듯이 과거 미국이 남북전쟁에서 북군이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 중에 중요한 하나가 바로 철도의 건설이다. 당시 링컨 대통령은 노예 해방을 선언함과 동시에 철도를 건설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부설된 철도를 통해 북군 병력과 대포 등 군수물자를 효율적으로 운송을 하였고 철도에 관심이 없었던 남군은 군수물자의 보급이 차단되어 결국 남북전쟁의 패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늘 이슈의 중심에 있는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의 주된 원인이 온실가스 효과(greenhouse effect)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이러한 이유로 인해 현재 스위스 정부는 이산화탄소를 상대적으로 많이 배출하는 화물자동차가 알프스 산맥 주변 도로를 주말에 통행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또한 이산화탄소나 질소 등 환경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자동차의 통행료를 매우 높게 부과해서 거기서 징수되는 돈을 친환경적인 수송수단인 철도부문에 투자를 지속 해오고 있다고 한다. 넘쳐나는 시멘트로 도로를 많이 건설하여 자동차 생산수요를 충족시키고 국민들의 편리함을 제공하는 우리나라와는 상당히 다르다.
유럽연합(EU)의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유럽전체의 물류수송체계를 도로중심에서 철도와 내수로 중심으로 전환하는 모달시프트(modal shift)정책의 일환인 마르코 폴로(Marco Polo) 프로그램이나 TEN(Trans-European Networks: 유럽횡단네트워크) 등 다양한 제도와 친환경 물류정책을 펴오면서, 철도부문에 대한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실행해오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그린물류파트너십회의’ 라는 협의체를 통해 물류기업, 화주기업, 정부와 지자체, 경단련 등 경제단체 등이 상호 협력하여 도로중심이 수송체계를 철도중심의 수송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보조금 지급 등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국내 철도물류의 상황을 살펴보면, 지속적으로 철도화물수송 분담률이 감소하다가, 한국철도공사 출범이후 2005년경부터 철도에 대한 관심이 증대와 더불어, 2008년도 철도화물수송량이 46,805천 톤으로 정점을 기록하여, 최고 6.4%(톤 기준)까지 증가했던 철도화물수송분담률은, 2011년엔 5.2%로 무려 1.2%나 급감하였으며, 2013년에도 철도의 파업으로 인해 상승세였던 철도화물수송량도 39,822천 톤으로 ‘08년에 비해 무려 15%나 감소하였다. 따라서 철도화물수송분담률 역시 오히려 5%선 아래로 떨어졌으며, 2014년이 경우 수송실적에 비춰볼 때 2008년의 철도화물수송량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예상된다. 따라서 지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철도화물수송량은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한편 철도와 경쟁관계에 있는 도로를 통한 화물운송량의 경우에 ‘08년 555,801천 톤이었는데, ‘13년에는 무려 29.8%나 증가한 721,376천 톤을 기록하여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그리고 국제화물의 경우 해상을 통한 화물운송량의 경우에 ‘08년 895,933천 톤이었는데, ‘13년에는 무려 25.4%나 증가한 1,123,205천 톤을 기록하여 도로화물과 마찬가지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결론적으로 도로와 해상을 통한 화물수송량은 ’08년에서 ‘13년까지 6년간 약 25% 이상의 증대를 가져왔지만, 철도를 통한 화물수송량은 동 기간 오히려 15%나 감소하였음을 잘 알 수 있다. 이것은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에 따른 비례적인 화물수송량의 증가세에 비추어볼 때, 오히려 철도가 타 운송수단에 비해 수송량이 40%나 줄어든 것과도 같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심각한 현실이며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 이러한 상태를 여기하였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사실 돌이켜보면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과제에 녹색성장이 포함되면서 철도에 대한 정책이 우선 시되어 추진되었다. 당시 정부에서는 철도화물수송 분담률을 ‘07년 8%(톤·킬로 기준)에서 ’13년까지 15%로 향상시키고, ‘20년에는 20%까지 확대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나마 ‘07년의 분담률은 톤 기준이 아닌 톤·킬로 기준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계획 발표시점부터 이미 철도화물수송분담률의 획기적인 증대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수치였다. 왜냐하면 수송 분담률을 1% 증대시키려면 철도에 대한 투자가 비례적으로 따라야 하고 민간 기업들의 적극적인 의지와 협조가 있어야 하는데, 화물철도역의 유효장 확대사업이나 의왕 ICD이 운영 합리화, 항만이 철도인입선의 조기완공 등 여러 사업은 거의 진행이 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수송 분담률을 15%~20%까지 확대하는 것은 당초부터 무리였던 것이다.
현재 국내 화물철도수송의 침체를 살펴보면, 제조와 무역 및 유통산업에서 유발되는 화물이 과거 중후장대(重厚長大)에서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로 인하여, 경박단소(輕薄短小)로 바뀌고, 화주의 니즈가 전자상거래의 급증과 제조기업의 재고비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JIT(Just In Time: 적시공급체계)를 위시한 SCM(공급망관리)의 중요성이 한층 확대되어, 화물수송의 패턴도 다품종·소량 및 다빈도 수송체계로 변함에 따라, 대량장거리 소빈도 수송에 적합한 철도가 급격히 경쟁력을 상실한 것이 이유 중 하나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물류환경과 여건은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며, 사양 산업은 없고 사양기업만 있다는 말이 있듯이, 작금의 시대와 시장과 고객의 욕구에 부응한 가격과 서비스 경쟁력이 요구될 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프로세스 혁신을 통한 원가절감과 패러다임 전환을 통한 뼈를 깎는 경영혁신의 추진 없이는 어떠한 철도물류의 마케팅과 영업정책도 미미한 효과가 있을 뿐이다.
만약 기존의 방식으로 철도물류가 지속된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철도화물수송분담률 목표 달성은 요원할 뿐만 아니라, 어쩌면 더 이상 철도를 이용한 화물수송은 중단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점진적인 개선이 아니며 모든 상황요인들을 충분히 고려한 이론적인 철도물류사업의 개선이 아니라, 철도가 지난 독특한 장점과 강점을 살리는 동시에, 급진적이고도 무한경쟁을 통한 철도물류의 구조 개혁과 경영혁신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