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항로가 비수기를 지나면서 선사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취항선사들은 1~2월 물동량 실적이 한국근해수송협의회(KNFC)에서 정한 선적상한선(실링) 94%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99%까지 실링을 높여잡았음에도 이를 모두 소화했었다. 팬오션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경쟁선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은 덕분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엔저효과에 따른 수출물량 감소 등으로 선사들이 비수기 한파를 제대로 겪고 있다. 취항선사 한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1~2월 실링은 사실상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며 “엔저현상이 지속되면서 한국에서 일본으로 수출되는 화물이 많이 빠졌다”고 말했다.
운임의 하락곡선도 선사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 현재 한일항로 운임은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떨어졌다. 수출항로 운임은 최근 20피트 컨테이너(TEU) 기준으로 200달러대 아래로 떨어졌다. 일부 화물의 경우 180달러대가 붕괴된 모습도 포착된다. 수입항로 운임은 100달러 이하로 떨어진 지 오래다.
궤를 같이 해 부대운임(할증료) 특히, 유가할증료(BAF) 인하압력이 크다는 점도 선사들의 고민이다. 유가하락을 이유로 화주협의회 등은 지속적으로 선사들에게 BAF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한일항로 BAF는 TEU당 125달러다. 아울러 연초 25달러가 적용되던 통화활증료(CAF)가 폐지돼 월간 1억~2억원 가량 매출액이 줄어든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선사들은 운임인상 도입을 저울질하고 있다. 근해선사들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던 한일항로마저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취항선사들은 3월 목표로 TEU당 200달러의 기본운임인상(GRI)을 추진한다고 전했다. 선사들은 운임인상에 힘을 싣기 위해 실링 강화를 검토 중이다. 지난해 100%대의 실링을 고수해왔던 한일항로 취항선사들은 엔저로 수출물동량 감소가 본격화되자 실링을 서서히 옥죄는 상황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3월은 전통적으로 한일항로의 물동량이 상승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실링을 조금만 강화할 경우 시황 상승 효과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KNFC는 지난달 11일 열린 2015년도 정기총회에서 BAF를 인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기본운임(순수 해상수송운임)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BAF까지 인하할 경우 선사들의 운항 채산성이 크게 악화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선사 관계자는 “유가가 떨어졌다고 하지만 과거 400달러까지 상승했었던 한일항로 운임이 반토막난 상황이어서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된 상황”이라며 “GRI가 성공을 거둬야 화주들이 원하는 BAF 인하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한일항로 물동량은 179만6000TEU로 0.8% 성장하는 데 그쳤다. 수출은 103만7000TEU로 0.2%, 수입은 75만9000TEU로 1.8% 늘어났다. 직교역 화물은 2.7% 늘어난 반면 피더화물은 2.8% 감소했다. 환적화물은 1.2% 늘어났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