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발 한국향 컨테이너 물동량이 올 들어 가파르게 치솟으며 100만TEU를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입 물동량은 초강세를 띠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조만간 수입 물동량이 수출 물량을 뛰어넘을 공산이 크다. 수입 물량이 수출 실적을 뛰어넘는 건 동남아항로에서 처음있는 일이다.
동남아정기선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1~11월 수입 물동량은 101만7970TEU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8.7% 개선됐다. 수출 물동량 역시 3.8% 성장했지만 수입물량에 비해 성장이 더딘 모양새다. 이렇게 물량이 급증한 배경은 수입 품목 중 하나인 우드펠릿(Wood Pellet·
사진)이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지난해 동남아 지역에서 우리나라로 수입된 우드펠릿은 48만4천t으로 전년 동월 12만2천t 대비 296%나 폭증했다.
베트남·캐나다 중심으로 수입량 ‘폭증’
올해 동남아항로 수입 물량 증가의 원동력이 되었던 우드펠릿은 베트남, 태국, 캐나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에서 생산돼 우리나라로 수입되고 있다. 수요가 늘면서 최근 중국과 호주도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현재로선 물량이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11월까지 베트남·태국항로에서 우리나라로 실어나른 컨테이너 화물은 전년 대비 각각 32% 35% 폭증한 21만6225EU 13만8895TEU를 기록했다. 이 항로를 취항하는 선사 관계자는 “우드펠릿의 수입량이 크게 늘면서 동남아항로의 전체 수입물량 역시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수입 물량의 약 40%는 우드펠릿으로 그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드펠릿은 목재가공 과정에서 버려지는 나무와 톱밥으로 만든 발전연료로 신재생에너지자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작은 원통형으로 압축한 목질계 연료로 발열량이 좋고 탄소배출도 적어 큰 각광을 받고 있다. 또한 화력발전소에서 유연탄에 우드펠릿을 섞어 쓰는 ‘혼소발전’ 형태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 우드펠릿의 수요가 많아진 이유는 정부가 2012년부터 발전량의 일부를 바이오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공급하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시행 중인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는 발전사업자가 의무적으로 일정량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갖추도록 강제화한 것으로,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공급의무자는 한국수력원자력, 동서·서부·남부·남동·중부발전,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공공부문 8곳과 GS EPS, GS파워, SK E&S, 포스코에너지, 평택에너지서비스, MPC율촌 등 민간부문 6곳을 포함해 총 14곳이다. 업계 관계자는 “발전사들이 우드펠릿을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풍력이나 태양에너지에 비해 설비비용이 적게 들고 정부가 요구하는 의무량을 쉽게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과도한 수입은 오히려 ‘악영향’
앞으로 발전사는 현재 3%인 혼소율을 내년부터 최대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심산이다. 따라서 우드펠릿의 수입량 역시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부 업계에서는 우려의 시각을 보이고 있다. 과도한 수입량으로 인해 물류창고에서 방치될 우드펠릿이 늘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부두운영사 관계자는 “빠른 회전율을 중요시하는 보관업 특성상 화물이 오랜 기간 방치된다면 화주 입장에서는 물류비 절감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10월 전에 수입량이 많아서 그런지 창고에 쌓인 우드펠릿이 최근 넘쳐난다”고 말했다.
유가하락으로 인해 우드펠릿의 활용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우드펠릿이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오일쇼크를 겪으면서다. 미국 오리건주에서 처음으로 개발됐으나 이후 유가가 하락하면서 빛을 보지 못했다. 우드펠릿은 1990년대 탄소세가 도입되고, 교토의정서가 발효된 뒤부터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내년에 우드펠릿의 수입량은 200만t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선사 관계자는 “우드펠릿은 11월 이전까지 수입물량이 급증하는 바람에 11~12월은 그 양이 감소했다”며 “과도한 수입으로 창고에 쌓일 수도 있겠지만 곧 소비된 후 내년부터 수입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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