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오션이 새주인 찾기에 본격 착수했다.
팬오션은 제3자방식 유상증자, 회사채발행 등 외부자본 유치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회사 매각 절차를 밟는다고 밝혔다.
다음달 4일까지 매각주간사인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인수의향서(LOI)를 접수받은 뒤 같은 달 10일부터 28일까지 3주간 예비실사를 진행하고 12월 중순께 본입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팬오션은 이 같은 내용의 인수합병(M&A) 공고를 지난 1일 발표했다.
팬오션은 국내 1위 벌크선사라는 시장지위와 함께 다수의 장기수송계약 등으로 M&A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해운 시황은 변수다.
지난해 6월 회생절차를 개시한 팬오션은 5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말 회생계획안을 인가받은 뒤 조기졸업을 위한 패스트트랙(회생절차 조기종결제도)을 가동했다. 회생절차 인가 후 1년 이내에 매각 과정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한다는 계획이었다. 팬오션은 지난 3월 삼일회계법인을 매각주간사회사로 선정한 후 곧바로 매각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건화물선운임지수(BDI)가 상반기 내내 1000포인트를 밑도는 등 벌크선 시장이 부진을 면치 못하자 매각 작업도 순연됐다. <세월>호 사고도 매각 절차 지연에 큰 영향을 끼쳤다.
시황 부진 속에서도 팬오션이 견실한 영업실적을 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팬오션은 올해 상반기에 영업이익 1142억원을 거뒀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거치며 고비용 구조를 털어낸 게 수익성 개선의 1등 공신이다.
팬오션은 게다가 회생채권 조기 변제에 나서는 등 인수자의 부담을 줄이는 행보로 매물로서의 매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인수후보로는 현대자동차그룹 물류자회사인 현대글로비스를 중심으로 포스코 CJ, LS, 대림코퍼레이션, 폴라리스쉬핑, 장금상선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닭고기 포장 전문기업인 하림그룹이 입길에 오르는 것도 눈길을 끈다.
자금력이나 시너지 효과 면에선 현대글로비스가 단연 유력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배선령 전 팬오션 사장을 고문으로 영입한 뒤 2020년까지 보유선박을 500척으로 늘리고, 해운부문 매출을 8조20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이른바 2020 계획을 발표하는 등 해운사업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20 계획은 팬오션의 사업계획을 차용한 것이란 업계 비판을 듣기도 했다.
지난 3월 정부가 대량화물 화주가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해운사를 인수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의 ‘M&A(인수합병) 활성화 방안을 발표함으로써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5월 팬오션 인수에 대한 추측성 기사가 나오자 "인수를 검토한 바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M&A 시장에선 팬오션 매각 가격이 6000억~7000억원대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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