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크선 시장이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지난 7월, 800달러대를 달리며 저조했던 벌크선운임지수(BDI)가 8월 중순을 기점으로 1000달러대로 올라섰다. 9월 26일, BDI 지수는 1049포인트로 집계됐다.
그러나 선사관계자들은 BDI지수의 상승은 계절적 수요에 따른 것일 뿐 벌크 시장 자체가 회복됐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작년 4분기 시황 수준 어려울 듯
다가올 4분기, 벌크 시장에는 일단 청신호가 몇 개 켜졌다. 우선 석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난방에 따른 석탄 수요가 늘어나 석탄 물동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9월부터는 북미 곡물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다. 본격적으로 시황에 반영되지는 않았으나 선사 관계자들은 점차 북미 곡물 수요가 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미 곡물 수요는 10월부터 천천히 늘어나 11월에서 12월 사이 ‘절정’을 맞이하게 된다. 현재 미국의 작황은 매우 좋은 상태이며 옥수수와 대두를 중심으로 물동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물동량 역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건화물 물동량은 45억2천만톤으로 지난해 대비 4.4%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철광석 증가율이 10%로 전체 건화물 물동량 증가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석탄과 곡물 물동량은 4~5%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희망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벌크선사 관계자들은 좀처럼 맘을 놓지 못하고 있다. 우선 중국의 경기 둔화 예측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4분기 중국의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나오면서 연말 벌크선 시장 또한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만연한 것이다.
벌크선 시장의 선복 과잉도 계속될 전망이다. 선사 관계자들은 내년에만 울트라막스급 250여척이 발주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올해 선복 공급 증가율은 전체적으로 5.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선형별로는 파나막스가 6.7%로 가장 높고, 케이프는 5.1%, 수프라막스는 5.4%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KMI 전형진 해운시장분석센터장은 “4분기가 전통적 성수기라고 하나 물동량 증가율 4.4%보다 선복공급 증가율 5.1%가 더 높다는 점에서 작년 4분기 수준의 시황은 회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 해의 경우 중국의 철광석 재고 확보와 곡물 물동량 증가세가 동시에 나타나 BDI 지수가 작년 12월 내내 2000포인트를 넘어섰다. 올해의 경우 선박 공급율의 증가로 지난해와 같은 호황은 누리기 힘들다는 설명이었다.
벌크 선사 관계자들은 다가올 4분기 시황과 함께 ‘에코쉽’에 집중하고 있다. 선대가 크고 연료비가 적은 에코쉽이 벌크선 시장에 속속들이 투입되면서 기존 선박들에 대한 교체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퇴할 선령이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에코쉽을 도입 해 기존 선대를 폐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벌크 선사 관계자는 “에코쉽이 비용 절감을 이끌 수는 있으나 기존 선대를 폐기하는 무리한 발주는 곧 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이명지 기자 mj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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