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이 국내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컨테이너 처리량 부문에서 세계 5위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1768만TEU를 처리한 부산항은 환적 물동량에서 전년 동월 대비 5배나 높은 7.4%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수출입 물동량은 1.4%의 성장을 거뒀다. 수출입 물동량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부산항이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해법은 환적 물동량 유치다. 환적 물동량의 증가율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부산항을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환적 물량, 수출입 물량 역전 ‘초읽기’
부산항의 환적 물동량이 수출입 물동량을 조만간 넘어설 분위기다. 부산항의 컨테이너 화물 연도별 처리실적을 보면 수출입 물동량의 증가율은 과거에 비해 둔화된 반면, 환적 물동량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부산항의 수출입 물동량은 2010년에 19% 증가한 783만TEU를 기록했으며 2011년에도 11%의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2012년과 2013년엔 이보다 크게 둔화된 1%대의 성장률을 보인데 이어 올해 1~4월 수출입 물동량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올해 부산항의 수출입 물동량은 2009년 이후 5년만에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반면 부산항의 환적 물동량은 2010년 17% 성장을 보인데 이어 2012년과 2013년에도 각각 11% 7%의 건실한 성장을 이어갔다. 환적 물동량 역시 과거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아직은 조금 더 추이를 지켜봐야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부산 신항 부두운영사 관계자는 “최근 북항에서 신항으로의 환적보다 신항내에서 환적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광양항의 파격적인 인센티브 영향으로 인해 부산 신항의 환적 증가율이 예전보다 다소 줄었지만 그렇다고 환적 물동량이 감소하고 있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부산항의 지난해 전체 환적 물동량은 874만TEU로 893만TEU의 수출입 물동량과 불과 19만TEU 차이가 났을 뿐이다. 3년 전인 2010년만 하더라도 수출입 물동량 783만TEU, 환적 물동량 627만TEU로, 양 부문은 150만TEU 이상 차이를 보였다.
지난 2012년에도 수출입 물동량이 66만TEU의 차이로 환적 물동량을 앞섰지만 최근 추세를 볼 때 올해는 환적 물동량이 수출입 물동량을 뛰어넘을 가능성은 매우 크다. 환적 물동량이 수출입 물동량을 넘어서는 것은 부산항 개장 이래 처음이다.
부산 신항의 환적 물동량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하며 부산항 전체 물동량 상승을 이끌고 있다. 부산 신항의 환적화물은 2011년 48% 폭증했고 2012년과 2013년에도 26% 22%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2012년에 개장한 부산신항컨테이너터미널(BNCT)은 지난해 156% 폭증한 56만4385TEU의 환적화물을 처리했으며 뒤를 이어 부산신항국제터미널(PNIT)이 118만362TEU를 기록하며 46%의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부산 북항의 전체 환적화물은 2011년 5.7%의 감소를 보인 데 이어 2012년에는 -16%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 감소했다.
지난해 부산 북항은 5%의 환적물동량 상승세를 보인 HBCT(자성대부두)를 제외한 모든 부두에서 마이너스 성장에 신음했다. 이같은 현상은 BNCT 개장 등 부산 신항으로의 물동량 이전 현상이 가속화되며 환적 물동량도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컨테이너선사 주요 6사로 구성된 G6 얼라이언스 등 대형선사들이 신항으로 이전한 것도 물동량 감소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북항 부두운영사 관계자는 “부산 북항의 경우 연근해를 취항하는 아시아역내 선사들이 꾸준히 취항하고 있고 신항으로의 물동량 이전현상도 예전보다 줄어 물동량 감소현상은 앞으로 조금 줄 것”이다면서도 “물동량이 많고 적고간에 요율(하역료)이 많이 떨어져 있다보니 재정적으로 어렵다”고 전했다.
해운선대의 기항전략 변경과 글로벌 정기선 지배구조 강화는 향후 환적 물동량 증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산 신항을 취항하고 있는 대형선사 관계자는 “최근 10년의 선박공유협정을 체결한 2M(머스크라인, MSC) 등 컨소시엄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선사가 많아지며 앞으로 직기항 서비스도 늘어날 것이다”며 “미주에서 중국으로 직기항하는 노선이 많아지면 부산항 환적화물 유치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항 환적물동량 증가는 언제까지?
부산항의 환적 물동량 증가세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항만연구본부 이종필 실장은 통상적으로 수출입 물동량은 국가의 경제성장에 영향을 받아 교역량이 늘거나 줄지만 환적 물동량은 입지적 조건과 마케팅 등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부산항의 환적 화물 성장세 유지에 무게를 실었다.
이 실장은 “현재의 기조를 본다면 부산항은 수출입 물동량보다 환적 물량이 높은 증가율을 유지할 것”이라며 “북한과 러시아, 중국 동북 3성에서 수출되는 물량이 부산항으로 내려와 환적 물량 증가에 기인할 수 있는 호조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경제성장률이 낮다는 것은 대외교역량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면서도 환적물동량은 다른 나라의 경제성장이 양호하면 늘어날 수 있는 부가가치 창출의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부산항은 싱가포르항과 홍콩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환적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다. 환적항만 1위항인 싱가포르항의 환적비율은 지난 2010년 84%에서 2012년 86%로 높아졌으며, 2위항인 홍콩항은 24.5%에서 58.6%로 크게 확대됐다. 부산항은 44.2%에서 47.9%로 소폭 늘었다.
전세계 컨테이너 처리물량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덩달아 환적화물에 대한 의존도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해운전문컨설팅업체인 드류리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컨테이너처리량은 6억7206만TEU로 2013년 대비 4.4%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2016년과 2017년에도 각각 5.9 6.1%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 드류리는 7억4941만TEU 7억9542만TEU의 컨테이너가 전세계 항만에서 처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극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지역의 항만은 이중 절반을 넘어선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2017년 극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는 각각 3억3141만TEU 1억1084만TEU를 처리할 것으로 관측됐다.
극동아시아 항만간 컨테이너물동량 유치를 위한 경쟁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일본의 부산항 견제도 뜨겁다. 특히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중국 항만은 상하이, 칭다오, 닝보 등의 항만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일본 역시 도쿄, 요코하마, 오사카, 고베의 ‘국제컨테이너전략항만’ 정책을 시행하는 등 2015년까지 부산항으로 환적되는 물량 50%를 감축할 계획이다. 일본은 2009년부터 ‘수퍼중추항만 육성정책’의 실패를 계기로 1~2개의 전략항만을 육성하는 ‘전략항만’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은 일본 항만의 영향은 미미하겠지만 중국 항만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항만의 경우 부산항에 큰 위협이 되진 않겠지만 중국 항만은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항만이 커지고 현대화될 수록 물량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부산항만공사와 정부가 환적화물에 대한 인센티브 인상 방안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동배차센터 추진 앞두고 선사·부두운영사 ‘잡음’
지난달 20일 부산항만공사(BPA)는 ‘부산항 네트워크’ 2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부산항 환적경쟁력 향상 방안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특히 BPA는 부산 신항의 환적 효율화를 위해 내년 공동배차센터 설립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BPA의 회심의 전략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신항을 취항하고 있는 선사와 부두운영사의 입장 차이로 신항 공동배차센터 설립 계획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표류하는 모양새다.
현재 선사들은 트레일러 수송부문까지 직접 챙기고 있어 불편이 가중된 상황이다. 또한 부산항의 TEU 당 터미널간 운송(ITT·Inter terminal Transportation) 비용은 중국 상하이항보다 다소 비싼 수준이라 경쟁력 약화요인으로도 지적받아왔다. 부산 신항은 환적화물을 내리고 다시 싣는 터미널이 다를 경우 TEU 당 2만원꼴의 수송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이렇게 신항 내 ITT가 발생하는 물량만 연간 45만TEU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BPA는 선사들의 비용절감을 위해 트레일러 배차를 전담하는 운영사를 설립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항을 중간 기착지로 삼은 환적 화물이 들어오면 일단 컨테이너를 내렸다가 항만내 다른 터미널로 옮긴 뒤 다시 실어야 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비용을 깎아주겠다는 것.
부산 신항의 선사와 부두운영사는 ITT 공동배차센터 설립에 대해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선사 관계자는 “타터미널간 수송비용이 선사에게는 큰 부담이었는데 내년에 공동배차센터가 운영에 들어갈 경우 큰 비용절감의 혜택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두운영사 측은 공동배차센터 설립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부두운영사 관계자는 “공동배차센터 설립시 새로운 길을 내게 되고 차량이 내부로 진입하게 되면 부두운영시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운송사 컨소시엄이 공동배차센터에서 운영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터미널 운영사 관계자도 “싱가포르의 PSA는 터미널 운영사가 한 개라 공동배차센터의 운영이 수월하겠지만 부산 신항의 경우는 운영사가 많다보니 BPA가 업계의 의견을 잘 수렴해 계획을 추진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BPA는 동명대와 공동배차센터 구축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오는 9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며 시스템 구축은 올해안에 끝내겠다는 입장이다. 시범테스트가 2015년초에 진행되고 나면 공동배차센터가 내년에 본격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선사와 운영사의 의견을 수렴한 구체적인 방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원활한 설립추진을 위해 현재 외부의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받고 있고 홍콩항 등 해외 항만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부분은 벤치마킹 하겠다”고 밝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많이 본 기사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