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27 10:00

기획/ P3 무산된 정기선시장 다음 수순은

中, 자국 선사 보호 위해 P3 승인 거부
한 고비 넘겼으나 선복 과잉 지속될 듯

●●●정기선 시장의 소용돌이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됐던 ‘P3 네트워크’가 바람을 불러 일으키기도 전 사그라졌다. P3 네트워크의 최대 난관으로 지적됐던 중국이 승인 거부 방침을 밝히면서 사실상 출범이 좌절된 것이다.  선복량 기준 1,2,3위 선사의 공동 운항이니만큼 P3는 준비 단계마다 해운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 왔다. 그 관심은 출범이 좌절됐음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P3의 백지화가 향후 정기선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다양한 예측이 나오지만 세 선사가 비용 절감을 위한 새로운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

7월 초 GRI로 하반기 운임 상승 꾀해

원양항로를 취항하는 정기선사들은 7월 초 GRI(운임인상)를 통해 하반기 운임을 바짝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상하이항운거래소(SSE)가 집계한 상하이-북유럽 노선의 운임은 6월13일 20피트컨테이너(TEU)당 1202달러에서 20일 TEU당 1120달러로 다소 하락했다. 상하이-지중해 노선은 13일 TEU당 1671달러에서 일주일 후인 20일 1595달러로 하락했다. 덴마크선사 머스크라인은 7월1일부터 아시아-북유럽, 지중해 노선에 TEU당 250달러의 GRI를 계획했다. 독일선사 하파그로이드 역시 7월9일부터 TEU당 1000달러의 GRI를 예고했다. 프랑스선사 CMA CGM은 7월1일자로 TEU당 525달러의 GRI를 실시한다. 연간운송계약(SC)을 마무리한 북미항로는 사정이 좋지 않다. 특히 북미서안의 경우 침체의 폭이 심하다. 상하이항운거래소가 집계한 상하이-북미서안의 운임은 13일 40피트컨테이너(FEU)당 1761달러에서 20일 1720달러로 하락했다. 상하이-북미동안 역시 소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13일 FEU당 3268달러에서 20일 3214달러로 떨어졌다. 태평양항로안정화협정(TSA)는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컨테이너화물을 대상으로 7월1일부터 FEU당 400달러의 PSS(성수기할증료)를 부과한다.

호주항로는 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월부터 시작된 중국발 노선의 물량 부진으로 운임은 내리막길을 탔다. 상하이-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노선의 운임은 20일 기준 TEU당 410달러로 상당히 저조하다.  아시아·오스트레일리아협의협정(AADA)는 오는 7월1일 TEU당 300달러의 GRI를 예고했다. 저조한 물량 탓에 GRI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침체의 폭이 예상보다 깊어지면서 호주항로를 취항하는 선사들은 당초 6월까지였던 비수기 프로그램을 8월까지 연장했다. 중남미항로는 월드컵 특수를 누리지도 못한 채 6월을 맞았다. 남미동안의 경우 침체의 폭은 더 심하다. 지난 6월6일 남미동안의 운임은 TEU당 619달러로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6월 중순 실시된 GRI로 인해 운임은 다소 상승했다. 상하이-브라질 산토스항의 운임은 13일 TEU당 1058달러에서 20일 TEU당 1194달러로 136달러 올랐다.

P3 출범이 운임에 미칠 영향은 각자 입장에 따라 다르게 예측돼왔다. P3 참여 선사들은 운항은 함께 하지만 영업은 같이 하기 때문에 낮은 운임으로 화주들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고 말해 왔다. 반면 화주들은 점유율이 큰 세 선사가 작정하고 무분별하게 운임을 올릴 것이라 우려했다. P3의 출범이 좌절된 지금, 정기선사 관계자들은 당분간 눈에 띄는 운임의 등락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P3 선사, 흔들림 없이 영업 충실

P3는 당초 런던에 본사를 두고 싱가포르에 지사를 두는 합작운항사(JVOC, Joint Vessel Operating Center)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었다. 세 선사가 총 250여척(260만 TEU)의 선박을 투입해 JVOC의 운항을 맡긴 후 영업은 각자 시행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번 중국 상무부(MOFCOM)의 결정으로 인해 이 계획은 빛을 보지 못하게 됐다. 아시아에서 수출되는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의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사실상 영업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국 상무부는 승인 거부 이유에 대해 ‘P3 네트워크의 기업 결합이 해운 시장에서의 경쟁을 제한하기 때문’이라 밝혔다. 또 ‘기업 결합 이후 아시아-유럽 노선에서 독점이 이뤄져 경쟁 제한 효과가 발생하며 세 선사가 제출한 시정 방안으로는 독점 우려를 해소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승인 거부는 예견돼 온 사안이었다. 운임 상승을 우려한 중국 화주들의 거센 반발은 이번 승인 거부 결정에 큰 영향을 줬다. 중국이 자국선사 보호를 위해 승인 거부를 내렸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 선사들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코스코는 지난 3년간 연평균 100억위안의 적자를 기록 중이며 CSCL도 작년에만 26억5000위안의 적자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정부보조금 지급을 통해 자국 선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동시에 유럽선사의 결합인 P3 승인 거부를 통해 자국 해운산업을 보호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4일 P3에 대한 기업 결합 신고를 접수해 심사해 왔다. 세 선사가 P3 네트워크 철회 방침을 밝힌 만큼 공정위는 세 선사에게 향후 진행 방향을 물은 후 선사들이 보낸 답변에 따라 심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중국의 P3 승인 거부 발표 후 선복량 기준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라인의 주식은 8% 가량 급락했다. 그러나 세 선사는 표면적으로는 각자 영업에 충실할 것으로 보인다. 출범도 하기 전 백지화 된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 타격은 없기 때문이다. 머스크라인의 최고 경영자 닐스 안드레센은 “P3가 무산됐지만 머스크라인의 올해 경영 실적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 밝혔다.



“3사, P3 거부 대책 이미 세워놓은 듯”

P3의 설립 목적은 ‘비용 절감’ 이다. 세 선사는 P3 설립을 통해 기존에 운항하고 있던 G6얼라이언스와 CKYH보다 비용에 대한 우위를 확보하며 서비스의 지역적 범위를 확대하려 했다.

이미 대부분의 선사들이 얼라이언스를 통해 공동 운항을 하는 시점에서 P3 선사들이 아무리 초대형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독자적으로 다양한 운항 서비스를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공동 운항을 할 경우, 기존 선박으로 서비스 루트를 확대하며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당초 런던과 싱가포르에 설립 예정이었던 합작 운항사는 백지화됐다. 다만 각 사의 터미널 공동 사용 등 다른 얼라이언스가 취하고 있는 행위 내에서의 공동 활동은 가능하다.

세 선사는 향후 협력과 비용 절감을 위한 다른 방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정기선사 관계자는 “P3 참여 선사들이 중국의 승인 거부를 고려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장시간 준비한 만큼 승인이 거부됐을 때의 대비책도 이미 마련해 놓고 있을 것”이라 밝혔다. 중국 상무부의 승인 거부 결정이 내려진 뒤 곧바로 세 선사가 ‘중국의 결정을 존중 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힌 것은 세 선사가 승인 거부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향후 정기선 시장은 어떠한 판도로 흘러갈까. 우선 P3  선사들이 G6얼라이언스, CKYHE와 같은 방식으로 얼라이언스를 설립해 중국 상무부의 승인을 다시 이끌어 내는 방법을 예측할 수 있다.

P3는 이미 미국과 유럽의 승인은 받은 상태다. 지난 3월24일에는 미국연방해사위원회(FMC)에서, 6월3일에는 유럽위원회(EC)에서 승인을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북미와 유럽을 오가는 대서양 횡단 항로에서만 서비스를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 FMC는 중국 상무부의 결정에 대해 “P3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아시아-유럽 항로에서 선복량의 47%를 차지하는 것”이라며 “FMC가 심사한 아시아-북미, 아시아-대서양 항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문제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할 것임을 밝혔다.  

대형 선사 세 곳의 결합이 좌절되면서 해운업계는 일단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화주 입장에서는 선사 간 서비스의 차별성이 계속 유지될 수 있으므로 선택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장 P3가 출범을 하지 못 해도 지난해부터 문제가 된 선복량 과잉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P3 네트워크 참여 선사들은 물론, 경쟁 선사들 역시 P3 네트워크에 대한 대비책으로 이미 대형선 발주를 계획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적선사 현대상선을 비롯한 G6얼라이언스 참여 선사들은 머스크의 1만8000TEU급 선박을 넘어서는 2만TEU급 선박의 발주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 졌다. 머스크라인과 CMA CGM 역시 장기용선으로 1만8000TEU급 선박을 발주해 놨으며 CMA CGM 역시 건조되고 있는 1만6000TEU급 선박을 1만7000TEU급으로 늘렸다. 이에 따라 선사들은 당장 선복 과잉부터 해결해야 한다.

정기선사들은 해왔던 데로 얼라이언스를 통한 비용 절감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P3 참여 선사들 역시 비용 절감을 위해 P3에서 다소 변형되거나 아예 새로운 판을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방법은 바꿔야 하지만 ‘비용 절감’이라는 목표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이명지 기자 mj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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