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고】S 주식회사
위 원고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창
담당변호사 김 현, 이광후
【피 고】H 주식회사
【주 문】1. 피고는 원고에게 93,674,435원 및 이에 대해 2013년 3월29일부터 2014년 4월10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4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피고는 원고에게 120,777,046원 및 이에 대한 2013년 3월29일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 유】
1. 들어가며
선하증권에는 화물의 상태와 중량 등이 표시돼 있다. 이는 송하인의 통지를 바탕으로 운송인이 확인해 기명날인함으로써 확인하게 되며 차후 운송인이 운송을 요청받은 화물이 무엇이고 어느 정도인지를 알게 해주는 동시에 선하증권 소지인이 이를 인도 받을 때에도 해당 물품과 수량이 맞는지 확인할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 선하증권상에 부지약관을 기재하는 경우가 있다. 즉, 송하인이 운송물을 인도하면서 해당 물품에 대한 포장과 수량을 확인하고, 이를 단지 운송만 해 줄 것을 요청하며, 대신 그러한 물품을 인도할 때 발생한 화물의 손상에 대해는 운송인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취지의 ‘부지문구’가 있다.
우리가 선하증권상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 Shipper’s Load & Count’나 ‘… said to contain’이 문자 그대로 송하인의 포장 상태에 따라 운송인은 그대로 전달받았고 이를 운송하며 정확한 수량 등은 알 수 없음을 나타낸다.
그러나, 어떤 화물이라도 이러한 부지문구 즉, 운송인이 화물의 상태나 수량 등을 알 수 없었다는 사유만으로 화물의 손상에 대해 운송인이 책임을 면하게 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부지문구가 운송인의 책임을 면제하는 이른바 ‘면죄부’가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인데, 이와 같은 사례를 최근에 필자가 재판으로 다투어본 바, 이를 독자 여러분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2. 사실관계
원고는 오스트레일리아로부터 석탄을 수입하면서 운송인인 피고와 이 사건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피고가 해당 석탄을 운송했다. 피고는 석탄을 선적한 뒤, 선장 또는 1등 항해사의 참여 아래 검정인(Draft Surveyor)이 흘수검정 방식으로 무게를 측정해 29,353톤의 석탄 이 실린 것을 확인하고, 선장 또는 1등 항해사가 위와 같이 이 사건 운송물 29,353톤이 선적됐다는 ‘본선수취증’을 발행했다.
그리고 선장을 대리해 피고의 선박대리점이 ‘석탄 29,353톤이 실렸다’는 문구와 ‘중량, 용적, 품질, 수량, 상태, 내용물과 가격은 알지못함(Weight, measure, quality, condition, contents and value unknown)’이라는 문구 (이하 ‘부지문구’라 한다)가 기재된 선하증권을 발행했다.
그런데 해당 석탄이 운송 완료된 후 흘수검정 방식으로 측정해 본 바, 수량이 상당히 부족함을 알게 됐고 이에 원고는 운송인인 피고의 과실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피고는 선하증권상의 부지문구가 기재돼 있음을 이유로 운송인인 자신들의 책임은 면제되는 것이라며 항변했다.
3. 판결의 요지
위 사안에 대해 원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아니했다.
가. 운송인은 선적항에서 운송물을 수령함에 있어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부담하고, 운송물을 수령하는 과정에서 송하인이 서면으로 통지한 운송물의 중량·용적 등(이하 ‘법정기재사항’이라 한다)이 실제로 수령한 운송물을 정확하게 표시하고 있지 아니하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거나 또는 이를 확인할 적당한 방법이 없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하증권에 법정기재사항을 정확히 기재할 주의의무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사항을 기재한 경우에는 선하증권을 선의로 취득한 소지인에 대해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운송물을 수령 혹은 선적한 것으로 보고 선하증권에 기재된 바에 따라 운송인으로서 책임을 지며, 이에 대해 운송인 측은 반증을 들어 대항할 수 없다.
따라서 선하증권의 소지인이 운송물의 부족으로 인한 손해를 증명함에 있어서는 운송인으로부터 운송물을 수령할 당시의 화물의 부족사실만 증명하면 되는 것이고 나아가 이러한 손해가 항해 중에 발생한 것임을 증명할 필요는 없다.
나. 여기서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어떠한 경우에 인정되는지 문제되나, 일반적으로 컨테이너 운송과 같은 경우 등에는 운송인이 화물의 내용을 확인할 수 없고 무게도 계량할 수 없으므로 여기서 말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대법원 2001년 2월9일 선고 98다49074 판결, 대법원 2008년 6월26일 선고 2008다10105 판결 등 참조), 운송인이 흘수계산이나 검수를 통해 화물의 무게나 수량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다. 한편, 운송인이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법정기재사항을 기재하면서 이와 동시에 “송하인이 적입하고 수량을 셈(Shipper’s Load & Count)” 혹은 ‘…이 들어 있다고 함(Said to Contain…)” 등의 이른바 부지(不知)문구를 삽입한 경우에는 이는 상법 제853조 제1, 2항 및 제854조 제1, 2항의 규정에 반하고,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을 규정한 상법 제799조 제2항의 규정에도 위배되므로, 이러한 부지문구는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운송인은 그러한 부지문구를 기재했다는 사정만으로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
라. 다만, 운송인이 운송물을 수령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운송인은 법정기재사항의 기재를 생략하거나 혹은 이를 기재하더라도 이와 동시에 부지문구를 선하증권상에 기재할 수 있고, 이러한 부지문구의 기재는 상법 제853조 제1, 2항 및 제854조 제1, 2항의 규정에 반하지 아니하고, 불이익 변경 금지의 원칙을 규정한 상법 제799조 제2항의 규정에도 위배되지 아니하므로 유효하며, 이러한 경우 선하증권 소지인은 선하증권에 중량 등이 기재돼 있다 하더라도 송하인이 운송인에게 운송물을 양호한 상태로 인도했다는 점을 증명해야만 운송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
4. 평석 및 사견
선하증권상의 부지문구가 운송인의 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은 맞다. 그러나, 앞서 판례가 지적한 바와 같이 모든 경우에 부지문구가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판례가 예를 들고 있는 것과 같이 송하인이 직접 화물을 포장해 운송인에게 화물을 인도할 때 컨테이너 내에 화물이 적입되고, 씰과 시건장치로 입구가 봉쇄된 컨테이너를 운송해 줄 것을 요청받았고, 이러한 내용에 따라 부지문구를 삽입했다면 어떠한 방법으로도 운송인이 화물의 상태를 표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음이 명확한 바, 부지문구의 효력대로 화물 손상에 대한 책임을 면제해 주는게 맞을 것이다.
그러나, 위 사안에서의 화물은 석탄이었고, 위와 같은 포장이 완료된 상태가 아닌 벌크 형태로 운송이 됐으며, 선박에 선적 당시 선장 및 피고의 대리점이 해당 수령을 확인했고, 서명했으며, 화물의 수량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 즉, 흘수 검정 방식으로 측정이 가능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면, 상법상의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부지문구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판례의 입장에 대해 관련 내용이 대법원 판례로 다루어진 바 있으나, 금번에 필자가 사안을 처리하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부지문구는 운송인의 과실에 대한 무조건적인 면죄부가 될 수 없다. 독자 여러분들도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겠지만 이번 글을 통해 다시한번 상기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끝>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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