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2 09:00

SK해운, 벌크선사업 접는다…내년까지 선단 모두 매각

향후 사업방향 탱크선·가스선으로 설정


최근 매각설이 불거지고 있는 SK해운이 벌크선 사업에서 철수한다.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에 투입하고 있는 선박 4척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게 첫 수순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해운은 팬오션에 파나막스와 캄사르막스 각각 1척, 케이프사이즈 2척 등 총 4척의 중대형 벌크선을 매각하는 데 합의했다. 거래 대상 선박은 7만5000t(이하 재화중량톤)급 <케이페이스>(K. FAITH), 8만2000t급 <케이웨스턴드림>(K. WESTERN DREAM), 15만1000t급 <케이영흥>(K. YOUNGHUNG) <케이태안>(K. TAEAN)호 들이다.

팬오션은 지난달 24일 공시를 통해 “장기 화물 운송 계약 연계 선박 매입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려고 중고 벌크선 4척을 인수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했다”고 거래 사실을 확인했다. 

한전 전용선 4척 팬오션에 처분

이들 선박은 모두 한전 발전 자회사와 맺은 장기 운송 계약에 투입되고 있다. <케이페이스>가 남부발전, <케이영흥>호가 남동발전, <케이웨스턴드림> <케이태안>호가 서부발전의 연료탄 수송을 각각 벌이고 있다.

계약 기한은 <케이페이스>는 내년 1월, <케이영흥>은 2033년 7월, <케이웨스턴드림>은 2028년 2월, <케이태안>은 2036년 2월이다. <케이페이스>를 제외하고 운송 계약이 상당 기간 남아 있는 선박들이다.

선가는 총 1억6400만달러, 한화로 약 2300억원이다. 현재의 선박 시세에 미뤄 2000만달러 안팎의 장기 계약 프리미엄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팬오션 측은 내년 7월 말까지 선박을 모두 넘겨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SK해운은 이 거래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벌크선단을 모두 매각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이 선사가 보유한 벌크선은 총 10척이다. 수프라막스 1척, 파나막스 1척, 캄사르막스 1척, 케이프사이즈 4척, 초대형 벌크선(VLOC) 3척 등이다.

벌크선단은 2002년 10월 일본 사노야스조선에서 건조된 <케이페이스>호를 제외하고 모두 2010년 이후에 지어졌다. 국적도 <케이페이스> 1척만 우리나라고 나머지는 모두 파나마에 등록했다. 선급은 7척이 한국선급(KR), 1척이 일본선급(NK)에 등록돼 있고 발레 전용선 2척은 한국선급과 영국선급(LR)에 이중 입급했다.

SK해운은 원활한 매각을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벌크선 관리 업무 일체를 싱가포르 선박관리업체인 시너지에 위탁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10척의 벌크선단 중 7척이 장기 계약에 투입된 선박이다. 팬오션에 매각되는 선박 4척과 VLOC 3척이다. VLOC 중 25만t급 <케이호프>(K. HOPE)는 2032년까지 현대글로비스, 32만t급 <케이아이언마운틴>(K. IRON MOUNTAIN) <케이프리미엄오어>(K. PREMIUM ORE)는 2040년까지 브라질 광산업체인 발레에서 각각 장기 용선한다.

SK해운은 이들 VLOC도 발전사에 용선된 선박처럼 장기 계약 프리미엄을 얹어 매각할 계획인 것으로 관측된다. 나머지 일본 조선소에서 지은 수프라막스 1척과 케이프사이즈 2척은 현물 용선 시장에 배선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벌크선 시장의 후발주자인 SK해운이 팬오션 등의 경쟁자와 맞서 시장에서 수익을 내긴 어려웠을 것”이라며 “향후 사업 방향을 LNG나 LPG 등의 클린화물 분야로 정하고 벌크선은 내년까지 모두 매각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해사물류통계 ‘SK해운 벌크선 보유 현황’ 참조)

구조조정에도 벌크선 수익성 불투명

SK해운은 2010년대 중반까지 자사 벌크선을 25척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벌크선 사업에서 지속적으로 손실을 내자 2016년에만 8척을 매각하는 등 선단 규모를 축소하는 한편 전용선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2020년 4월과 6월 발레 전용선 2척을 도입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일련의 구조조정에도 벌크선의 수익성은 나아지지 않았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SK해운의 벌크선 부문 영업이익은 2022년 420억원으로 단기 고점을 찍었다가 지난해는 260억원으로 38% 감소했다.

이 가운데 장기 계약 선박 영업이익은 2021년 291억원으로 최고치를 낸 뒤 2022년 173억원, 지난해 146억원으로 하향 곡선을 그렸다. 현물 용선 계약 영업이익은 2021년까지 줄곧 적자를 내다 2022년 247억원의 흑자로 돌아선 뒤 2023년 114억원을 기록했다.

이와 비교해 탱크선과 가스선 사업은 2022년 1824억원 1360억원, 지난해 1808억원 1389억원의 이익을 거두며 견실한 흐름을 보여줬다. 전체 영업이익의 90%가량을 두 부문에서 책임졌다. (해사물류통계 ‘SK해운 사업부문별 영업이익 추이 (2019~2023년)’ 참조)

SK해운의 자사 선단은 현재 원유운반선 19척, 석유제품운반선 1척, LNG선 13척, LPG선 14척, 벌크선 10척, 벙커링선 7척 등 64척이다. 이 가운데 한국형 LNG 화물창인 KC-1을 채택해 결함 문제를 겪은 LNG선 <에스케이세레니티>(SK SERENITY) <에스케이스피카>(SK SPICA) 2척은 브루나이만에 장기 계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해운은 가스선 사업을 강화하려고 신조선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4척의 LPG선을 인도받은 데 이어 올해부터 2026년까지 카타르 LNG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선박을 포함해 10척 정도의 LNG선을 인도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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