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로마에서 개최된 G7 에너지 장관들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의 가스 무기화를 저지하는데 협력하기로 결정했다. G7은 유럽의 러시아에 대한 천연가스와 석유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데 합의했다. 또 신재생 에너지 등의 공급원을 다양화하여 러시아에 대한 압력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최대의 압력수단은 셰일가스로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을 통해 에너지 조달비용을 대폭 낮춰 미국내 제조업의 활성화를 이루고 있으며, 셰일가스의 수출확대를 통해 에너지 수출국으로 변모하고 있다. 셰일가스 혁명으로 미국은 이미 세계 최대 가스생산국이 됐다. 지난 3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뿐 아니라 비체결국에 대해서도 가스 수출의 가능성을 열어 주는 가스수출 확대계획을 마련했다.
반면 러시아는 중국과의 가스 공급계약에 공을 들이고 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중국에 장기간 가스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금년 말까지 중국과의 가스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극동에서 중국 동북지방으로 이어지는 곳에 가스관을 설치할 계획이다. 만일 이 계약이 성공할 경우 러시아는 2018년부터 30년간 380억㎥의 천연가스를 중국에 수출할 방침이다. 이는 중국이 지난해 사용한 총 가스소비량의 25%에 해당한다.
향후 미국과 러시아의 가스수출 경쟁은 국제 에너지 운송시장에 대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 에너지인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가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세계 에너지 운송시장에 있어 가스가 새로운 ‘블루칩’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징조가 벌써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LPG 수출증가는 중동지역의 LPG 수출증대를 초래해 초대형가스선(VLGC) 운임이 사상 최고에 이르렀다. 올해 2월 중동-극동 항로 VLGC 운임은 t당 42달러에 불과했으나 4월 말부터 사상 최대인 톤당 137.5달러, 용선료는 일일 12만달러로 치솟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전형진 해운시장분석센터장은 “미국과 러시아의 가스수출 경쟁은 국제 경제적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양국의 정치적 목적이 결합돼 장기간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국제 에너지 교역패턴과 운송시장의 구조도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원유가 최대 에너지원이었으나 앞으로 가스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초대형유조선(VLCC)과 제품선 시장의 수요 감소를 초래할 수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또 미국-유럽, 미국-아시아, 러시아-아시아 등 새로운 가스 수송루트가 활성화돼 에너지 운송시장의 구조와 경쟁질서가 크게 변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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