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회복 기미가 완연했던 조선 경기가 올 들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1분기 선박 건조량은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고 전 세계 선박건조량 또한 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조선업계가 발표한 지난해와 올해 1분기 매출실적도 좋지 않다. 대형, 중소형 조선업체 모두 실적부진에 몸살을 앓았다. 실적부진의 이유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박 발주량 급감과 저선가 수주로 인한 2011~2012년의 수주실적이 지난해와 올해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침체에 빠진 조선 업황이 내년에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선 업황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신조선가 지수가 지난해 5월부터 꾸준히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LNG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의 상선업종에서 국내 조선업체의 수주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것도 업황 회복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조선업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리며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적자전환 조선업계, 실적회복은 언제?
‘빅3’로 불리우는 대형조선사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2013년 실적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0% 급감했으며 1분기 영업손실도 확대됐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1분기 매출액 13조5208억원, 영업이익 -1889억원, 당기순이익 -91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영업이익 1조 달성에 실패했다. 삼성중공업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겨왔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이 9142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적자전환하며 뒷걸음질쳤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액 3조4311억원으로 전년 동기 3조8879억원 대비 11.7% 감소했다. 또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역시 각각 -3625억원 -2724억원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1분기에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일부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에서 손실이 예상되며 약 5천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을 1분기 실적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2013년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9.3% 감소했다.
이처럼 대형조선업체들이 지난해 영업이익이 감소한 이유는 ▲정유부문의 정제마진 감소 ▲선가 하락에 따른 조선부문 수익성 하락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비조선 부문 수익성 하락 등이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진단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유재훈 연구원은 “조선 실적은 하반기나 내년부터 개선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상선부분 발주가 둔화된 가운데 하반기 LNG선 발주가 기대되며 해양플랜트 수주도 하반기 증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업계관계자는 “리먼사태 이후 2011~2012년 이후 선주들의 신조선 발주가 줄었고 영업실적이 좋지 않았던 것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실적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난해 수주실적이 2015~2016년에 반영되며 실적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형 조선업체들의 실적도 어두운 그늘이 드리웠다. STX조선해양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3487억원, 영업적자는 2조359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매출액 6조2211억원, 영업적자 6986억원에 비해 매출액은 거의 절반으로 줄고, 적자 폭은 3배 이상 증가한 최악의 성적표다.
특히 STX조선해양은 지난달 상장폐지를 확정지었다. 상장폐지 사유는 자본 전액잠식, 감사의견 거절이다. 한때 세계 4위 조선소로 명성을 날렸던 STX조선해양은 채권단의 대규모 지원에도 불구하고, 끝내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또한 STX조선해양의 중국 조선소인 STX다롄도 중국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STX다롄은 모기업인 STX조선해양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지난해 3월부터 선박 건조 작업을 중단했다. STX다롄이 중국 은행에서 빌린 자금만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STX조선해양은 수주잔량 순위에서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개별 조선소 기준에서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는 지난 2월 173만2천CGT(부가가치환산톤수)를 기록하며 11위를 기록했다. 지난 1월 9위를 기록한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는 전달에 비해 수주잔량 순위에서 두 계단 하락했다.
성동조선해양과 SPP조선의 지난해 영업손실 폭도 크게 확대됐다. 성동조선해양은 지난해 영업이익 -1916억원 당기순이익 -3212억원을 냈고 SPP조선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 -1586억원 당기순이익 -3202억원을 냈다.
2012년에 견줘 영업이익은 -585억원에서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됐으며 당기순이익 역시 -1843억원에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미포조선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4870억원으로 전년 동기 4조32억원 대비 13%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또한 각각 -2058억원 -187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중형 조선업체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된 이유는 과거 대비 현저히 낮아진 선가가 영업실적에 반영되면서 조선부문 채산성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LNG·초대형 ‘컨’선 발주소식에 대형조선업계 ‘군침’
올해는 LNG(액화천연가스)선을 중심으로 한 상선이 전체 조선 수주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LNG운반선 및 LNG-FSRU(부유식 LNG 저장)설비가 조선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LNG 최대 수입국인 일본이 화력발전용 LNG 수입을 늘리고 있는 데다, 북미 셰일가스와 호주·서아프리카 등에서 진행 중인 가스 프로젝트가 시행되고 있다. 또 러시아 야말프로젝트도 가세해 조선업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야말 프로젝트는 러시아 가스회사인 노바텍과 프랑스 토탈, 중국 CNPC 등 3사가 투자해 시베리아 서쪽 야말 반도에 천연가스전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업계에 따르면 LNG선 발주 증가로 인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의 선박수주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올해에만 신규 LNG선의 발주 규모가 약 70척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NG선은 일반 컨테이너선이나 벌크선에 비해 선박가격이 높고 국내 조선업체들의 건조 경험이 많기 때문에 향후 수주전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선주들이 최근 LNG선 발주를 넣고 있는 추세며, 최근 일본 선사도 자국 조선소 보다는 국내 조선소로 문의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중국 조선도 후동중화조선소 등 LNG선의 건조가 가능하긴 하지만 기술력이나 비용면에서 우리나라 조선소와 차이가 커 경쟁력에서 밀린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LNG선 수주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선 세계 오일메이저들의 움직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리먼사태 이후 셰브론, BP 등 세계적인 오일메이저들의 해양플랜트 발주량이 줄었다”며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하고 있는 오일메이저들이 LNG선과 해양플랜트 발주 등에 투자를 해야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주량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LNG선 뿐만 아니라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발주 가능성도 국내 조선업계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해운동맹인 G6얼라이언스는 올해 하반기 출범 예정인 ‘P3네트워크’에 대응하기 위해 초대형 선박 발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레이드 윈즈 등 외신에 따르면 현대상선, 하파그로이드, APL, MOL, NYK, OOC 등 총 6개 선사로 구성된 G6얼라이언스는 총 20척에 달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추진 중이다. 크기 또한 P3에 대응하기 위해 1만8천TEU급 이상의 선박의 발주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여러차례 초대형 선박을 건조·인도하며 기술력을 선주들로부터 인정받았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머스크라인으로부터 2011년 수주한 1만8270TEU 컨테이너선 20척 중 첫 건조 선박의 명명식을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가진 바 있다.
또 현대중공업도 올초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에 본격 착수했다. 특히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이 선박의 규모는 세계 최대인 1만9천TEU급이다. 수주 당시 1만8400TEU급이었으나, 이후 선주사인 차이나쉬핑컨테이너라인(CSCL)의 요청에 따라 1만9천TEU급으로 변경됐다. 이 컨테이너선은 운항속도와 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연료량을 조절, 연비를 높이고 탄소배출량까지 절감할 수 있고, 자체 개발한 자외선 선박평형수처리장치인 ‘에코 밸러스트(Eco-ballast)’ 등을 장착하는 등 최첨단·친환경 기술이 적용됐다.
삼성중공업 역시 지난해 6월 프랑스 정기선사인 CMA CGM으로부터 1만6천TEU 컨테이너선 3척을 수주했고 올 들어 해양플랜트 뿐만 아니라 컨테이너선 수주실적 또한 탄탄하다.
따라서 초대형 선박의 건조기술이 우위에 있는 국내 대형조선업계의 수주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지만 G6측에서 수주에 참여할 생각이 있느냐의 의사만 주고 받은 상황”이라며 “현재 우리 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이 수주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수십 척의 선박이라 대형조선 3사 모두가 수주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실제 G6의 발주가 이뤄지면 선박사양, 납기일,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주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조선가 지난해 이어 올해도 상승세 지속
올해 1분기 전 세계 신조선 수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한 1079만CGT(부가가치환산톤수)를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해양플랜트의 수주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상선의 수주는 전년 대비 하향한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전 세계 1분기 신조선 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5% 증가한 248억달러를 기록했으며 우리나라는 이중 37.7%인 94억달러를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중 신조선가는 지난해에 이어 상승세를 지속했다. 클락슨 신조선가 지수는 3월 137포인트로 전분기대비 4포인트 상승했다. 벌크선과 탱커 신조선가 지수는 각각 5% 6%씩 상승했으며 가스선과 컨테이너선의 지수는 3% 2.5% 각각 상승했다.
1분기 전 세계 선박건조량은 전년 동기 대비 21.4% 감소한 877만CGT를 기록했다. 1분기 중국의 건조량은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 전 세계 평균 대비 감소추세가 큰 폭으로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1분기 건조량은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고 일본은 같은 기간 대비 16.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 수주시장은 전반적으로 주춤한 양상을 나타냈으나 신조선가의 상승추세가 꺾이지 않은 것은 의미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의 선박 건조량은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감소폭이 낮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조선업계의 1분기 신규 수주는 403만CGT로 전년 동기 338만CGT에 비해 19.2% 가량 증가했다. 수주량 면에서는 중국에 이어 2위를 기록했지만, 수주금액 면에서는 94억달러로 1위를 유지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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