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물류연구원 김인호 원장. |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상식에 어긋나는 제도와 관행을 바로 잡고 부정과 부패를 척결하자는 것이다. 나라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인데 새삼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과거 역대 정부에서 추진했던 서슬 퍼랬던 개혁 정책( 정의사회의 구현, 공정사회 )들이 용두사미로 끝났던 것을 여러 차례 보아왔기 때문이다. 나라의 힘만으로 우리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잘못된 관행과 비리를 단숨에 바로잡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전담 홈페이지( http://www.pmo.go.kr/pmo/normalization)가 마련되어 있는데 들어가 보면 추진배경과 추진과제 등을 자세하게 올려놓고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가? 누가 그것을 판단할 것인가? 깊이 생각하면 논란의 소지가 많겠지만 시대 변화에 맞추어 잘못된 제도와 관행들을 바로잡고 사회의 기강을 확립하기 위해 끊임없이 개선과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그렇지만 과거 역사를 통하여 알 수 있듯이 개혁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우선 그것을 추진하는 주체가 청렴해야 하고 확고부동한 의지가 있어야 하며 국민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법을 만들고 추진하는 사람들이 우선 청렴해야 한다. 그리고 비정상에 대한 개선은 권력층이나 대기업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약자로 분류되는 중소기업가나 자영업자, 일반 근로자라 하여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국민 모두가 염생위( 廉生威 )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으면 좋겠다.
염생위( 廉生威 )!
관리들은 나의 위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 청렴함을 겁낸다. 백성들은 내 능력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나의 공평함을 따르는 것이다. 내가 청렴하면 관리들은 감히 오만할 수 없고, 내가 공정하면 함부로 속이지 못할 것이다. 밝음은 공정함에서 나오고 권위는 청렴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吏不畏吾嚴, 而畏吾廉, 民不服吾能, 而服吾公, 廉則吏不敢慢, 公則民不敢欺, 公生明, 廉生威 : 이불외오엄, 이외오염, 민불복오능, 이복오공, 염즉이불감만, 공즉민불감기, 공생명, 염생위 )중국 명(明)나라의 곽윤례(郭允禮)라는 사람이 관리가 지켜야 할 계율을 적은 관잠(官箴)이라는 책에 나오는 글이다. 신입사원 교육을 받을 때 안병욱( 당시 숭실대학교 철학과 교수 )교수님께서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는 우리들에게 가장 으뜸으로 삼아야 할 인생의 덕목으로 꼽아 주셨던 말씀이다.
이 말은 청렴함을 바탕으로 개혁정책을 추진하여 존경을 받고 있는 주룽지(朱鎔基) 중국 전 총리가 인용하여 더 널리 알려졌다. 1989년 천안문사태 때에 상해시장이었던 그는 TV연설로 공권력 투입 없이 학생들을 자제시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부정부패 척결과 국영기업 구조조정에 대항하는 기득권세력들에게 ‘100개의 관을 준비해라. 99개의 관은 그들의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내 것이다’라며 강하게 밀어붙여 상하이의 경제개혁을 이루어냈다. 총리 취임 기자회견에서는 “부패관리가 아닌 청렴한 관리로 기억되는 것이 소원”이라며 끊임없이 개혁을 소신 있게 추진하였고 공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자신의 저서를 출판해 얻은 수익 전부( 2000만 위안, 약 35억원)를 장학재단에 기부하여 청백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부정부패에 관한한 문제가 너무 많은 중국이 그래도 체제를 유지하며 발전하는 것은 주룽지같이 소신 있는 청백리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류부문에는 과거로부터 지속되어 온 비정상적인 제도와 관행이 수없이 많다. 그것은 정부수립이후 지금까지의 이어져 온 것도 있고 입법 취지는 좋았으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도 있겠으며 관련 업계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려 정상화를 추진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을 것이다. 또한 제도는 있는데 잘 지켜지지 않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이슈( issue )화 되어 관계자들은 정상화로 가는 길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오랜 세월 관행으로 굳어져서 쉽게 해답을 찾지 못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다른 부문도 마찬가지겠지만 오랫동안 물류현장에서 발생해 온 비정상을 법과 제도의 개혁과 개선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개선의 필요성을 몰라서가 아니라 나누어 가져야 할 파이가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양보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고 정상화를 강하게 추진할 땐 고질적인 비정상이 약자의 모습으로 포장되어 조직적으로 저항하고 정치와 얽힐 경우 본말이 전도되어 더욱 정상화를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될 우려가 있다.
운송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다단계거래를 근절하고자 도입한 직접운송의무제가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이 좋은 예이다. 우리나라 운수회사엔 회사 소유의 차량을 급여를 받는 운전원이 운행하는 직영차량은 거의 없다. 그러나 과거 화물자동차 운송사업법은 직영이 기본정책이었고 특히 신규면허나 증차는 직영이 조건이었는데 실제는 위장직영으로 포장하여 비정상으로 운영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노사분규의 몸살을 크게 앓으며 진정한 의미의 직영은 거의 사라져 버렸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운송사업면허는 규제와 규제철폐를 반복하면서 시대요구를 반영했으나 원칙을 잃어버려 비정상이 수없이 파생되었다. 운수회사나 위수탁 차주 모두가 비정상에 익숙해 져버렸다. 그래서 역사성을 갖고 있는 비정상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힘든 것이다.
국토교통부에서는 물류시장 선진화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물류기업의 해외지출을 지원하여 물류종사자의 근로환경 개선과 복지사업을 추진하는 것과 물류의 공정거래 문화 확산을 기본 정책으로 설정하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 문화를 확산시키자는 정책은 ‘비정상의 정상화’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화주와 물류기업간의 전략적 파트너쉽을 강화하고 공생발전을 유도하면 물류산업의 선진화와 글로벌화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물류산업의 파이를 더 크게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파이를 크게 만들어야 나눌 수 있는 몫이 커지는 법. 물류부문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하여 주면 국내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세계적인 글로벌물류기업의 육성이라는 이름으로 정부의 지원이 특정기업에 집중될 때 자칫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비정상을 발생시킬 소지가 많다. 우리나라 물류기업중에 글로벌 물류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업은 아주 소수일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글로벌물류기업을 인위적으로 육성하자고 한다면 가능성 있는 소수 기업을 선정한 후 집중적으로 지원을 하여야 할 것인데 그것은 특혜 소지가 있다. 그것을 우려하여 중소 물류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더욱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으로 보인다. 인위적인 육성정책보다 대기업들이 해외현지 법인을 설립할 때 기존에 거래하고 있는 물류기업이 따라가 사업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주어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염생위를 바탕으로 정부는 비전을 제시하고 강자와 약자의 억지 주장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화주기업, 물류기업, 위수탁 차주와 물류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정부에서 제시하는 비전을 믿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때 진정한 ‘비정상의 정상화’가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동북아 물류의 중심국가가 되는 원대한 꿈을 이루게 되면 모두가 커진 파이를 나누어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을 가지고 노력하는 인내가 필요한 때이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위 논단 내용은 당사의 견해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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