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토크와 모스크바를 잇는 9297km의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롄윈강과 우루무치, 알라산커우를 잇는 4018km의 중국횡단철도(TCR), 만저우리와 자바이칼을 잇는 7700km의 만주횡단철도(TMR), 톈진과 울란데를 잇는 1110km의 몽골횡단철도(TMGR)에 한반도 종단철도(TKR)까지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대륙철도가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북한과 러시아가 공동 추진하는 ‘나진-하산 물류협력사업’에 국내 기업이 참여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러시아 극동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54㎞ 구간의 철로 개·보수와 나진항 현대화를 통해 복합 물류 운송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코레일과 포스코, 현대상선 등 3개사의 컨소시엄이 2100억원을 투자, 합작회사의 70%에 달하는 러시아 측 지분을 절반 정도 인수하면서 사업 운영에 참여키로 했다. 이로써 러시아와 남북한 사이에 논의돼온 TSR과 TKR연결 사업의 교두보가 마련돼 가시화 되고 있는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TKR 구상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부산에서 출발해 TCR, TSR, TMGR, TMR과 연결이 가능해지며 TSR을 통해 유럽까지도 연결된다. 하지만 정작 북방물류업체들은 정부의 이런 기대가 먼 미래의 일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업체들에겐 미래의 대륙철도 청사진보다 현재 대륙철도 상황으로 물동량 늘리기가 더 시급한 문제다. 다행히 올 한해 대륙철도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TCR, TSR 물동량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TCR 운임 인상 어디까지? 내달 1월 또 인상
올해를 한 달 여 채 안 남겨 뒀지만 최근 2~3년 동안 TCR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던 적체현상은 사라지고 안정적인 수송량을 보였다. 지난해 말 개통한 훠월궈스-알마티 구간 덕분이다. 그동안 카자흐스탄과 중국을 잇는 TCR 구간은 아라산커우-도스틱 구간 뿐이었다. TCR은 중국 구간에서는 표준궤를 이용해 화물이 수송되지만 카자흐스탄 도스틱에서는 철로가 바뀌어 광궤로 환적해야한다. 이 구간에서 극심한 적체현상을 보이던 TCR은 출발지인 롄윈강에서 화물이 몇 개월씩 쌓이는 기현상을 빚기도 했지만 훠얼궈스-알마티 구간이 개통되면서 적체가 해결됐다.
적체의 문제는 해결됐지만 매년 올라가기만 하는 철도운임에 대한 물류업체들의 부담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다. 올 초 TCR 운임이 예년보다 크게 인상됐기 때문이다. 올해 1월1일 기준으로 TCR 환적지인 카자흐스탄 도스틱과 중앙아시아(CIS) 국가 간의 철도운임은 대폭 인상됐다. 우즈베키스탄행은 30~32%, 키르기스스탄행은 17~25%, 타지키스탄행은 12~16%씩 각각 인상됐다. 심지어 2월1일부로 전 구간에 걸쳐 또 한 차례 운임이 인상됐다. 키르기스스탄은 17%, 타지키스탄은 13%, 카자흐스탄은 1~6% 인상된 바 있다. 업계는 경쟁노선인 TSR을 고려할 때 향후 큰 폭의 운임인상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TCR 운임이 최근 몇 년간 거듭되는 인상으로 TSR보다 더 비싼 구간도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러시아는 TSR 운임에 대해 투트랙 정책을 써 왔다. 내륙철도 운임은 높게 책정하고 통과화물의 운임은 저렴하게 책정해왔다. 그러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가 3국간 관세동맹을 맺으면서 같은 운임체계를 사용하게 됐다.
TSR을 이용해 보스토치니에서 카자흐스탄까지 가는 화물의 경우 러시아 내륙화물 운임이 적용되지만 카자스흐탄에서 우즈베키스탄이나 카르기스스탄 등의 제 3국으로 가는 화물은 통과운임이 적용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통과화물 운임으로 우즈베키스탄으로 가는 TSR의 운임은 TCR을 이용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반면, TSR을 통해 카자흐스탄으로 가는 운임은 더 인상된 셈이 됐다.
TCR은 TSR보다 상대적으로 통관이 까다롭지 않다는 점과 낮은 운임의 이점으로 화주들이 선호해왔다. 하지만 TSR에 비해 운송기간이 오래 걸린다. 정상적인 스케줄로 TCR을 이용하면 롄윈강에서 모스크바와 로테르담까지 각각 26일, 30일이 소요되지만 보스토치니에서 TSR을 이용하면 모스크바와 로테르담까지 각각 10일, 14일 만에 도착할 수 있다. 더딘 운송기간과 최근 몇몇 구간에 높아진 TCR 운임으로 중국철도청에서도 TSR을 염두에 두고 큰 폭의 운임인상은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TCR 시발점인 롄윈강 |
몽골 TMGR 수출물량은 30% 가까이 줄어
TCR, TSR이 적체 없이 안정적인 수출물량을 보이는 반면,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보여 왔던 對몽골 수출은 올 하반기부터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몽골의 환율이 급격히 오르면서 몽골 바이어들의 수입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1달러에 1200투그릭(몽골화폐)이던 환율은 1달러에 1722투그릭으로 뛰었다.
TMGR을 통한 몽골향 수출물량도 급격히 줄어 전년대비 30%가까이 물량이 빠졌다. 환율이 오르면서 몽골에 대한 해외 장비 프로젝트 및 건설 투자도 연기 되고 있는 실정이다. 몽골에 수출되는 주요 물품인 건설중장비와 기계 등의 수출물량도 급감하고 건설자재와 식재료도 감소했다. 1998년 우리나라의 IMF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다.
한 북방물류 업체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환율 때문에 몽골시장 상황이 안 좋다”며 “인플레이션도 급등하고 각종 인프라 투자 시설이 연기되면서 수출물량이 급감해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례적인 환율 폭등인 만큼 환율이 다시 회복되면 올해 나가지 못했던 물량이 내년에 몰리면서 2배 이상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한편, 내년 대몽골 수출물량은 러시아 몽골 중국 3국을 잇는 포장도로가 개통되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동안 러시아와 몽골을 잇는 도로는 있었지만 중국까지 이어지는 육로가 없어 몽골의 물류 여건은 열악했다. 현재 중국 국경과 맞닿는 몽골의 국경도시 자민우드에서 서부 고비 사막에 위치한 도시 사인산드를 잇는 124㎞ 고속도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공사가 마무리되면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의 국경도시 얼롄하오터(二連浩特)에서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까지 가는 고속도로가 개통된다.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그동안 철도로 어렵게 수송하던 냉동 냉장식품들의 수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당초 이달 개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됐지만 지연되면서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공사가 완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포장도로가 개통되면 그동안 철도로 수송하지 못했던 화물을 육상으로 수송해 몽골의 물류 패러다임이 새롭게 바뀔 것으로 예상 된다”면서도 “1998년부터 포장도로 건설 계획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마무리 되지 못해 시일은 더욱 늦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TMGR은 기관차와 화차 모두 부족한 상황이다. 중국국경지역인 자민우드는 환적처리 시설이 현저히 부족해 적체가 빈번하다. 인천을 통해 몽골 울란바토르로 가는 운송기간은 평균 20여일이 소요되지만 자민우드에서의 적체, 단선철로로 인한 느린 열차수송으로 운송기간은 한 달 이상 소요되기도 한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최근 몽골환율인상으로 수출물량이 감소한데다 비수기로 들어서면서 적체현상은 거의 사라진 상태지만, 열악한 물류시설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이 하기 힘든 물류단지 투자의 경우 국내 항만공사에서 투자를 해 새로운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중소물류기업이 몽골에 활발한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꼽는다. 물류기업과 화주의 동반진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의 물류흐름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몽골시장 물류시설에 국내기업들이 참여하고 지원해야한다는 것. 자원수송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전에 가서 국내에서 물류단지를 건설하고 국내 화주와 중소물류기업이 나가 수송을 한다면 새로운 국부창출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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