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28 11:01

기자수첩/ 아시아 크루즈허브 ‘제주’가 되기 위한 조건

지난 10월 제주도에서 성황리에 개최된 ‘2013제주국제크루즈포럼’. 포럼은 끝났지만 기자의 머릿속은 당시 현장의 기억들로 생생하다.

제주도의 크루즈관광 활성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인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포럼을 진두지휘하며 ‘2013제주국제크루즈포럼’을 유치한 조직위원회 김의근 위원장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는 이제 제주도가 크루즈 발전을 위해 한 발 더 바짝 다가섰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탐라왕국이 1천년 동안 해상왕국으로 중국 본토와 일본 오키나와 사이에서 자리매김을 했다가 중앙에 복속됨으로써 자발적인 해상활동을 못하게 됐다며 그 입지가 크루즈를 통해 다시 재현될 것이라고 외쳤다.

현재 미국과 유럽이 세계 크루즈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아시아지역이 큰 폭으로 성장하며 뒤를 바짝 추격하는 형국이다. 특히 한국과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 3국은 크루즈시장의 ‘블루오션’으로 각광받을 정도로 성장세가 눈부시다.

제주도를 찾은 크루즈 관광객은 2011년 6만5천명에서 지난해 14만명으로 두배 이상 성장했다. 올해는 35만명을 이미 넘어섰고 연말까지 38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크루즈 허브 도약 가능성을 밝게 하고 있다.

특히 강정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내에 15만t급 크루즈 2선석이 2016년에 준공되면 연간 크루즈 이용객은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2020년에는 제주도를 찾는 크루즈 이용객이 2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 세계 5위권 크루즈 기항지로서의 면모를 충분히 갖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크루즈관광을 수용할 수 있는 제주도의 하드웨어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제주항 외항 주변에 크루즈 관광객 수용을 위한 편의시설이 거의 없어 관광객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처럼 제주도는 세계 유수의 크루즈 선사들이 찾는 해상관광명소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관련 인프라는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제주항 외항의 종합관광안내소와 면세품 인도장은 임시건물인 데다 매우 비좁아 제주도의 위상을 깎아 내리고 있다.

게다가 크루즈 관광객들은 제주항 외항에 내리고 나서 편의시설이나 악천후 대비 시설조차 없는 선석을 수백미터나 걸어가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부두 주변에 밀려드는 전세버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주차 공간도 관광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세계 유명관광지를 둘러보는 크루즈관광객들이 배에서 발을 내리자마자 이러한 상황을 접한다면 제주도의 이미지가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러한 사안들을 짚고 넘어가지 못한다면 세계 5위는커녕 크루즈 관광지로서 명함도 못 내밀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향후 전방위적으로 해운업의 선원부족실태가 심화될 것이라고 하는데 크루즈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제주도의 크루즈관광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선 전문해기인력 육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우리나라의 크루즈 인력이 매우 부족해 외국의 노동력을 투입해야 할 판이다. 심각한 국부유출이 아닐 수 없다.

선용품센터 및 크루즈 선박을 전문적으로 수리할 수 있는 시설도 마련돼야 한다. 인천과 부산은 크루즈선을 수리할 수 있는 공장이 많지만 제주도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제주시 등 관계당국은 이제 막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제주도 크루즈관광이 올바르게 커나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제주도를 오가는 하늘길만을 걱정할 일이 아니라 바닷길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이뤄져야만 ‘관광 섬 제주’의 꿈이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제주도가 동북아 지역의 크루즈 거점으로, 더 나아가 세계의 관광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다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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